졸렬한 포니 번역)조각난 햇빛 11 - 마음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제 1편 제 2편 제 3편 제 4편 제 5편 제 6편 제 7편 제 8편 제 9편 제 10편


11.마음




선셋이 지금 나한테 매우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분명 방학동안 잘 지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셋은 그동안 나랑 같이 못 놀아서 진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삐져서 나랑 이야기도 안 하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문자를 잘 안 보내줘서 그런가.. 나도 엄청 바빠서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선셋은 아직 아무 말도 없긴 하지만, 내 생각에 이건 엄마가 보던 육아 책에서 나오는 '수동적-공격성.'이랑 증상이 비슷한 것 같다. 선셋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아주 뻔하고..


내가 거기서 얼마나 선셋을 보고 싶었는지 설명할 방법을 빨리 찾아봐야겠다.



------------------------------------------------------------------------



제 1편 제 2편 제 3편 제 4편 제 5편 제 6편 제 7편 제 8편 제 9편 제 10편



트와일라잇은 반쯤 감긴 눈빛으로 입맞춤을 끝냈다. 선셋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트...트와일라잇?!"


선셋은 째진 목소리로 퍼뜩 외쳤다. 머리의 재부팅이 아직도 덜 끝났는지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물씬 묻어나왔다. "무...무슨 짓이야 지금?!"


트와일라잇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허겁지겁 트와일라잇은 양 손으로 입을 막았다.


"미쳤어! 미쳤어! 내가 방금 뭘 한 거야?!"


선셋은 얼떨떨하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쓸어보았다. 트와일라잇이 다짜고짜 자기에게 키스를 했다.... 이게 진짜 꿈이야 생시야?





"아냐! 아냐! 아냐! 아냐!" 트와일라잇은 허겁지겁 침대 구석으로 몸을 뺐다. 


"나 진짜 미쳤나봐!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미안 선셋. 난 진짜 이러려던 게 아니라.."


눈앞에서 벌벌 떨며 중얼중얼 용서를 비는 안경 낀 소녀의 모습을 보자 선셋은 이게 생시라는 걸 절절히 느꼈다


"트와일라잇, 나 좀 봐." 선셋의 말이었다.


"괜찮아.. 나 화 안 났으니까.. 그게.."


뭐라고? 괜찮다고? 


"괜찮을 리가 없잖아!"


트와일라잇은 방바닥에 주저앉아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강제로 너랑 키스하다니... 내겐 그럴 권리도 자격도 없었다고! 게다가 넌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 아-아니.. 애초에 인간을 안 좋아하나? 아이 어쨌든!"


훌쩍이면서 트와일라잇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 진짜 못됐다.. 언제나 이기적이고 나만 좋으면 남들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트와일라잇..."


선셋의 목이 답답하게 메여왔다. 하지만 아까 트와일라잇이 제기한 의문 중에서 딱 정도는 간단하게 트와일라잇의 의혹을 풀어줄 수 있었으므로 선셋은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이야길 듣는다고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범성애(汎性愛)는 내가 살던 이퀘스트리아에서는 꽤 흔한 개념에 속해. 대부분의 포니들이 성별과 관계없이 교제하는 곳이 바로 이퀘스트리아라고."


트와일라잇은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그래도..."


트와일라잇은 눈가에 주름을 가득 잡기 시작했다.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또 의문을 제기하려나 보다고 선셋은 생각했다.


"잠깐만.. 사회적 보편성은 그렇다 쳐도, 엄연히 생물학적 특성인 번식의 욕구를 부정할 수는 없을 텐데.. 너희들 세상에 양성애가 양자 간 교제의 주된 기준이라면 도대체 인구수는 어떻게 유지를 하는 거야? 출산율이 감소할 텐데.."


선셋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성별간 커플이라고 해서 아이를 못 만드는 건 아니지. 간단하게 입양부터 시작해서, 정자 기증이라는 방법도 있고. 남 망아지를 배는 것 같아서 꺼림칙하거나, 혹은 자기 몸으로 직접 망아지를 출산하고 싶은 포니들을 위해 개발된 마법도 있어. 솔직히 출산 의학 기술 발전 수준으로만 따지자면 인간 세계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이퀘스트리아가 좀 더 앞설걸?"


"흠..."


트와일라잇은 숨을 고르며 한 손으로 바닥 위에 깔린 카펫을 두드렸다.


"그렇군.. 그래도 이퀘스트리아의 정확한 인구 조사 통계를 봤으면 좋겠는데. 왜냐면 내가..."


문득 궁금증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아까 일이 다시 떠오른 모양인지 트와일라잇은 다시금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잠시 주제를 벗어난 대화 덕택에 선셋은 트와일라잇에게 질문을 할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


"트와일라잇. 난 진짜 괜찮아. 그냥 좀 놀라서 그랬던 거지. 자. 우리 이제 왜 그랬는지 차근차근히 이야기 좀 해 보자."


트와일라잇은 선셋에게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냥 집에 돌아가서 몇 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안 나오고 싶은데 나 좀 가만히 놔두면 안 돼?"


선셋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아니. 그러지 마. 다들 네가 그러는 건 싫어할 테니까. 나도 그렇고."


등 돌린 트와일라잇에게서 순간 짧은 코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곧 애잔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몸을 앞뒤로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선셋은 이건 별 일 아니라고 하면서 트와일라잇을 달래주고 싶었다... 잠깐.. 진짜 별 일 아닌가? 트와일라잇이 대뜸 자신에게 키스를 했는데 이건 분명 별일이었다. 트와일라잇은 분명 선셋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셋은 자신이 트와일라잇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나 레즈비언이야."


아주 씁쓸한 목소리로 트와일라잇이 내뱉듯 말했다.


"내 정체성을 자각하기도 전에... 난 다른 선셋을 짝사랑하고 있었지.. 근데 그 대신 이제 널 짝사랑하게 되었네.. 연구 프로젝트 좋아하네.. 결국 널 계속 보고 싶었던 거면서.."


선셋은 심호흡을 했다. 온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트와일라잇이 어쩐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평소에 생각은 했었다. 트와일라잇은 언제나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고, 선셋과 만나게 될 때면 트와일라잇의 표정은 언제나 한층 더 밝아졌 - 되돌아보니, 트와일라잇이 선셋을 좋아하고 있었음은 뻔하디 뻔한 사실이었다.


"트와일라잇..."


선셋은 마음속으로 해야 할 말을 심각하게 숙고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그렇지만 전에도 내가 말 했듯이, 너랑 알고 지낸지는 별로 안 됐긴 했지만, 너랑 같이 있으면 꽤 재밌는 일이 많더라. 넌 진짜 좋은 친구야. 나도 네가 맘에 들고.."


트와일라잇은 자신의 무릎을 더욱 더 꼭 부둥켜안았다.


"...나 집에 갈래.... 아까 일은 그냥 없었던 셈 쳐 줘... 내일부터 그냥 알고 지내는 친구처럼 지내도록 하자... 제발..."


선셋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트와일라잇에게 다가갔다.


"정말 내가.. 그러기를 바래?"


"그러길 바라냐고?! 허..."


트와일라잇은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내 바람은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아! 원래 관계란 건 말이야. 일방적 이여서는 성립 자체가 안 되는 거야! 오히려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애정을 갈구했다간 치명적인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선셋은 침을 꿀꺽 삼키고 트와일라잇의 어께 위에 손을 올렸다.


"들어봐 트와일라잇. 난 한 번도 너와 같은 감정을 안 느꼈다고 말한 적은 없어."


트와일라잇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선셋을 돌아보았다. 입은 떡 벌어지고 눈은 일말의 희망으로 반짝였다.


선셋은 빠르게 고개를 저은 뒤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좀 애매해. 그러니까... 분명 난 널 좋아해 트와일라잇. 그리고 성별 문제는 이퀘스트리아에서 자란 내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고. 근데 나도 연애 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연애 감정인지 솔직히 지금 난 모르겠어."


트와일라잇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떨림은 곧 멎었다. 의문이 든 것이다.


"잠깐.. 너 분명 그 이름 기억도 안 나는 파란 머리 날라리랑 사귀었다고 하지 않았어?"


"플래쉬 센트리 말이지? 하아..."


선셋은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물론 사귄 건 맞지만, 제대로 사귄 것도 아니었어. 일종의 '과시용'남자친구 이었으니까. 얼굴도 잘 생겼지, 기타 연주로 학교에서 인기도 많았었지, 그래서 그 당시 '일진 짱 쌍년'이었던 나는 학교에서의 내 지위를 올리기 위해 플래쉬 센트리를 이용해먹기로 한 거야. 실제로 로맨스라 할 만한 일은 우리 사이엔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


"그렇군.."


트와일라잇은 훌쩍이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선셋을 다시 쳐다보았다.


"좋아.. 이제 정식으로 고백할게. 선셋 쉬머. 난 네가 좋아. 우리 사귈까? 같이 애인들끼리 하는 오그라드는 일들이나 실컷 하면서."


트와일라잇의 갑작스런 돌직구에 선셋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딱히 확답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리끼리 커플이라... 그냥 겉보기로만 봐선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걸? 트와일라잇 공주에게 너랑 사귀게 됐다고 문자를 보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해져 오는데. 그리고 네 과거 문제도 그렇고.. 너와 감정을 나누는 데 나는 약간 부적절한 상대 같아서 말이야."


"그..그치만..."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네 말이 맞아. 처음부터 알고 있어야 했던 건데.."


그 이후로 둘은 영원처럼 느껴지는 몇 분 동안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트와일라잇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 한번만이라도 기회를 준다면..."


선셋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고, 머리는 시냅스를 타고 여러 가지 감정이 혼합되어 요동치는 바람에 불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알았어. 그래 볼게."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곧 그 수줍은 미소는 히죽거리는 웃음으로 바뀌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서로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트와일라잇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이제부터 뭘 해야 돼지?"


선셋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왜 나한테 물어봐? 나도 연애에는 쌩 초짜라고 아까 내가 말 했잖아."


"음.. 나도 연애에 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흔히 대중 매체 같은 데에서 묘사하는 장면들과 우리 가족들이 이런 분위기에 흔히 하는 것까지 감안해서 추론해볼 때, 대충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맥이 짚이는 게 있긴 한데.."


선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트와일라잇의 손을 잡고 일으켜 새워주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손을 잡고 침대 위에 앉았다. 트와일라잇의 손을 계속 잡고 있으려니 약간 기분이 이상했지만 선셋은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 방금 막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된 거잖아? 맞지? 그럼 서로간의 농밀한 우정을 바탕으로 거기에다가 약간의 키스랑 손잡고 다니는 걸 추가하기만 하면...."


묘한 싸늘함이 순간 선셋의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선셋은 트와일라잇의 손을 한층 더 꽉 잡고 있었다. "..뭐야? 별로 어려울 것도 없네."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돌아보며 선셋에게 몸을 기댔다.


"음... 저기.. 한 번 더 키스해도 될까?


선셋은 심장이 순간 멎는 기분이었다.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 사귄 지 겨우 5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아..마..맞다. 그렇지. 미안.." 트와일라잇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내렸다.


선셋은 친근하게 웃으며 트와일라잇의 어께에 손을 올렸다.


"누가 안 된다고 했어?"


"엇!..."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알았어..."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내밀고 서서히 다가왔다.


선셋은 두 눈을 감고 트와일라잇을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후...


입술이 닿기도 전에 둘의 코는 정통으로 충돌하고 말았다.


"아얏!"

"아!"


선셋은 한 쪽 눈을 뜨고 코를 문지르며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트와일라잇도 코를 문지르고 있었다.


둘은 또 한번 폭소를 터뜨렸다.


"하긴.."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붉히며 말문을 꺼냈다. "십대들이 하는 연애라는 게 그렇겠지 뭐. 막 오그라들고, 간혹 바보짓도 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실수 할 일이 많겠지만, 우리 서로 잘 해보자. 알았지?"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잘 부탁해." 선셋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선셋의 얼굴에 자신의 양 손을 올렸다.


"일종의 실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 첫 번째 실험에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혹은 오차가 발생하면 실험 환경을 수정한 뒤 몇 번이고 다시 하면 되는 거니까."


"누가 공순이 아니랄까봐-"


둘의 입술은 서로의 입술 위에 제대로 포개졌다. 이번엔 한 점의 오차도 없었다. 


입맞춤을 마치고 입을 땐 트와일라잇의 호흡은 매우 가빴다.


"후... 그래.. 이제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 것 같네."


선셋의 심장은 이제 거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으..응.."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선셋은 겸연쩍은 웃음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저기... 래리티가 내게 빌려준 소설에서 봤는데.. 거기서 나오는 주인공들이 아까 우리처럼 이러고 난 다음에 옷을 서로 확 찢다시피 벗어던지고 나서 날이 샐 때 까지 그 짓을 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도.."


트와일라잇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그...그렇군.. 흠... 조..좀 빠르긴 하지만... 모....못할 것도 없지.."


눈을 질끈 감고 트와일라잇은 떨리는 손으로 잠옷의 단추를 풀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선셋은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트와일라잇의 손을 잡아챘다.


"얘가 참.. 농담도 못하겠네.. 야. 솔직히 나도 거기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됐으니까 그만 좀 해."


트와일라잇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렇겠지. 미안."


그게 안도의 한숨인지 실망의 한숨인지 선셋은 분간하기 힘들었다.


가볍게 웃으며 선셋은 침대에서 훌쩍 내려와 바닥 위에 앉았고 트와일라잇의 손을 끌어 똑같이 바닥에 앉게 했다.


"미안...."


트와일라잇이 선셋의 손을 꼬옥 쥐며 말했다.


"정말.. 너무 행복해. 꿈을 꾸는 것 같아. 물론 나는 예전 선셋을 잃은 상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지금 여기에 네가 내 곁에 와 줬어. 그게 지금 나한테는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해... 고마워 선셋. 나 진짜 최선을 다 할게 선셋..."


선셋은 손을 하늘로 높이 들어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여자친구' 트와일라잇이라... 이제 둘은 명실상부한 애인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진짜 선셋이 바라는 거였을까? 트와일라잇이 마음 상할까봐 그냥 동정하듯 트와일라잇의 고백을 받아준 게 아니라?


선셋은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다. 트와일라잇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론 선셋은 지금 트와일라잇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셋은 트와일라잇을 여러모로 챙겨주고 싶었다. 트와일라잇과 보낸 시간은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 키스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연애 감정의 시작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트와일라잇이 아직까지 시달리고 있는 과거의 선셋 문제라면……. 어차피 선셋은 이것보다 더 큰 시련도 전에 겪어보았고 전부 다 극복해냈다. 이것도 금방 해결할 수 있으리라……. 아마도.


"그럼 다른 얘들한테도 말해줘야 되나?" 트와일라잇이 하품을 하며 질문했다.


선셋은 코웃음을 쳤다. "허! 래리티가 네가 나 좋아하는 거 진작 눈치 채고 있었다는데 20달러 건다. 그러니까 갑자기 오늘 다들 '급한 사정'들이 생기셨겠지."


"지..진짜? 내가 생각하는 게 잘 드러나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트와일라잇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어쨌든 친구들이니만큼 말 해주는 게 예의겠지. 별 탈도 없을 테고... 하아.. 근데 트와일라잇 공주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 '야. 그나저나 나 말인데, 평행세계의 너와 사귀게 됐다? 절-대 이상한 거 아냐. 너한테는 일절 관심 없고 안경 쓴 귀여운 트와일라잇한테만 관심 있는 거니까.' "


옆에서 선셋의 목소리와 말투를 따라하며 트와일라잇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선셋은 눈초리를 약간 매섭게 올렸다.


"...잠깐 선셋. 설마 포니 트와일라잇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겠지? 만약 양다리 걸치기만 해 봐라. 가만 안 둬."


선셋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물론 그 트와일라잇도 좋은 친구긴 하지만 어쨌든 아냐. 걱정할 것 없어. 하긴.. 걔가 너처럼 나한테 먼저 고백을 했다면 딱 잘라 거절할 수는 없을 테지만.."


"흥."


트와일라잇은 침대에 덜썩 등을 기대며 선셋의 등 뒤로 한 팔을 감고 선셋의 어께에 얼굴을 기댔다.


선셋도 트와일라잇의 등을 한 팔로 단단히 감싸 주었다.


"이제 모든 게 달라지겠지? 그럴 거야.."


------------------------------------------------------------------------------


트와일라잇은 잠에서 깨어났다. 선셋의 딸기향 샴푸냄새가 풍겼다.


잠시 '끙' 소리를 내며 트와일라잇은 곁에 있는 선셋을 꼭 껴안고 얼굴을 비볐다.


선셋...


갑자기 트와일라잇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선셋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선셋이 어제 베고 잤던 베게였다. 똑같이 딸기향이 났기는 했지만 말이다.


파노라마처럼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대뜸 선셋에게 키스를 한 일.. 선셋에게 고백을 한 일.. 하지만 선셋은 7년 전처럼 놀리거나 거절하지 않고 트와일라잇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선셋을 껴안고 함께 수면에 들었던 기억까지도..


아무리 찾아봐도 선셋은 없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가설에 그나마 약간의 확률이 생겼다.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한 뒤 트와일라잇은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고 있는 모든 기준으로 분석을 시도 해봐도 트와일라잇은 지금 자기가 품고 있는 감정을 정확히 분석해내기가 힘들었다. 설레는 한편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약간의 배덕감은 덤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트와일라잇 자신이 지금 하늘나라에 가 있는 선셋을 배신한 것 같다는 죄책감도 들기 시작했다. 비록 어제 잠시 기억의 어두운 구석에 잠시 두고 잊고 있었지만, 이제 그 부정적인 상념들은 다시 트와일라잇의 무의식에서 튀어나와 소용돌이처럼 혼합되어 트와일라잇의 뇌리를 심란하게 어지럽히고 있었다.


...아니.. 다시 그런 생각에 빠지는 건 지뢰밭을 걷는 거나 다름없겠지. 차라리 지금 선셋과 함께하는 현실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다시 크게 하품을 하며 트와일라잇은 선셋의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트와일라잇은 알 수가 없었다. 어색한 상황이었다. 분위기상 이곳은 선셋의 집이 아닌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집 같았으므로 더더욱 어색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음식을 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 냄새만 따라가면 새로 사귄 애인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일 것이다.


"일어났어. 잠꾸러기?"


냄새를 따라가자 주방이 있었고, 선셋 쉬머가 거기에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트와일라잇을 맞이했다.


"팬케이크를 좀 만들어봤는데."


"좋지.."


트와일라잇은 청록색 인조 가죽 외피의 식탁용 의자에 앉았다. "베이컨이랑 계란 있어?"


선셋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 미안. 트와일라잇. 나 채식주의자라.."


트와일라잇은 잠시 멍하게 선셋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 맞다. 조랑말이었댔지.. 미안."


"그런 게 아니라.. 하아.. 이퀘스트리아에선 발굽 달린 포유류들은 대부분 지성이 있는 존재들이라서... 좀 꺼림칙하더라."


"그..그래? 되게 어색했겠다.."


선셋은 팬케이크를 그릇 위에 담고 시럽과 함께 식탁으로 가져왔다.


"두 말 하면 잔소리지. 처음에 여기서 발굽 동물들의 고기를 먹는다는 걸 알았을 땐 진짜 소름끼치더라.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팬케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 입 먹었다. 아무리 선셋이 한 거라도 특별히 맛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팬케이크는 팬케이크였으므로 충분히 먹을 만 했다.


"악당이라서 그런 건 신경도 안 썼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렇지 난-"


선셋은 뒤집개를 잡고서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트와일라잇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하긴.. 전에 한 번 진짜 악마로 변하기까지 했으니 내가 널보고 뭐라 할 자격은 없지.. 근데 농담이라도 이번 건 좀 지나쳤어. 트와일라잇. 알아?"


"잠깐만.." 트와일라잇은 물과 함께 팬케이크를 삼켰다. "내가 심한 말을 했나? 잠이 아직 덜 깨서.."


선셋을 뭐라 말을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닫고 트와일라잇을 조용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 이유는 뻔했다.


"...진짜 미안해 선셋. 난 진짜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


"사과했으니 됐어." 선셋은 다시 가스레인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두 번째 팬케이크를 포크로 찍었다.


"근데 나 고기 좋아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돼지? 너도 너 나름대로 불편할 테고.."


선셋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냐 트와일라잇. 내 앞에서 대놓고 먹어도 상관없어. 이젠 나도 익숙해졌으니까. 하지만 나도 네 식습관을 존중해준 것 처럼 너도 내 식습관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알았어. 그럴게."


무언가가 신경 쓰인 듯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찌푸렸다.


"...방금 우리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싸운 거지?"


"그.....런가? 사귄지 24시간도 안 돼서 싸움이 나다니.. 후후후..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트와일라잇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내가 알아? 시트콤 같은 대에서 보면 수시로 커플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는 하던데.. 어쨌든 네가 채식주의자라는걸 알게 되서 물어보는 건데, 너 비건(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야? 달걀도 안 먹어?"


선셋은 활짝 웃으며 자신의 그릇 위에 팬케이크를 올린 뒤 트와일라잇의 앞자리에 마주 앉았다.


"달걀 정도는 먹어. 근데 지금 달걀이 다 떨어져서 팬케이크 밖에는 할 게 없더라. 어제 과자 남은 것 빼곤 집 안에 먹을 게 그것밖에 없어."


"그렇군."


트와일라잇은 한 손으로 인중을 문지르며 다른 한 손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렸다.


"말 나온 김에 서로의 습관에 대해서 말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나쁜 습관이라던가, 특별히 뭘 선호한다던가 하는 거. 어젯밤에 잘 잤어? 나 코 골지는 않았지?"


"나야 모르지. 안 깨고 쭉 잤으니까." 선셋이 말했다. "흠... 뭘 콕 짚어 이야기해줄 순 없긴 한데.. 내가 암만 여기서 4년 동안 살아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간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미래의 우리 사이에 여러 가지 해프닝이 생길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는 마."


"미래라.."


트와일라잇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몇 주 전만 해도 미래가 이렇게 가능성이 무한한 건지 모르고 있었는데."


선셋은 잠시 눈만 깜빡이다가 곧 홍조를 띄고 자기 몫의 팬케이크를 내려다보았다.


"그...그...그렇군."


"우리 이제 서로 커플이 된 거지? 서로 같이 함께 하는.... 외부적, 혹은 내부적인 문제로 해어지기-."


선셋이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고 트와일라잇은 인상을 찌푸렸다.


"....미안하네요. 모처럼 낭만적으로 묘사하려는데 내 어휘력이 딸려서."


"하하.. 그래.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살거나, 아니면 서로 성격차로 깨지거나, 혹은 한 명이 죽..."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선셋은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기 전까진 말이지?"


트와일라잇의 목소리엔 약간 날이 서려있었다.


"아까 내 말실수는 이걸로 덮은 거야. 알았지? 화를 내고 싶지만 어차피 나도 아까 너한테 못 할 말을 했으니까.."


선셋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트와일라잇은 필요 없다는 듯 팔을 휘저었다.


"됐어. 화 안 났으니까. 그 대신 될 수 있으면 '또' 나보다 일찍 죽지 말아줬으면 소원이 없겠는걸! 앞으로 지켜보고 있겠어."


"...알았어. 노력해볼게." 선셋이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접시에 묻은 시럽까지 말끔히 핥아 먹고 나서 트와일라잇은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통에 빈 그릇을 담가놓고 물을 틀었다.


"그나저나 선셋. 오늘 뭐 할 거야?"


"흠... 물론 계속 같이 노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너도 곧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이제 슬슬 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는데.. 흠.. 심각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뭐가 좋을까?"


"글쎄..."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쳐다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꼭 무슨 탈이 난다니까.. 하지만 지금은 급하지도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아참. 연구도 해야 되는데."


선셋은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서 싹 비운 접시를 설거지통에 넣었다.


"아직 난 인간의 과학에 그렇게 빠삭하지는 않지만, 이퀘스트리아에 있었을 적 마법에 관해선 거의 수석 급의 포니였거든? 도와줄 일 있으면 바로 말해줘."


트와일라잇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참고할게. 그럼 연구하러 가봐야겠다. 나중에 친구들이랑 '우정 다지기' 활동에 내가 필요하거든 지체 말고 연락 줘. 맞다. 언제 데이트 한번 하자."


"데이트라고? 어디로?"


"맥도날드... 라고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대번에 차이겠지?"


선셋은 풉 하고 웃으며 트와일라잇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둘은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런데 진짜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 생각나면 나는 대로 너한테 연락할게."


"좋을 대로 해 그럼." 선셋은 손에 묻은 물을 털고 손을 옷자락에 닦았다. 


"그럼 남은 아침시간 내에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어?"


"지금은 없어."


선셋은 두 팔로 트와일라잇의 허리춤을 감고 바짝 껴안은 뒤 트와일라잇의 귀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댔다.


"비록 나도 연애 초보자이긴 하지만, 내가 또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잖아. 그 때 언뜻 듣기론 이렇게 키스하는 게 얘들 사이에서 핫하다고 하던데..... 우리도 한 번 해볼까?"


트와일라잇의 두 뺨이 붉게 상기되었다.


"어...어어어."


"좋다는 이야기지?"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저 왔어요!"


신발을 거의 던지다시피 벗어재끼며 트와일라잇이 큰 소리로 말했다.


"왔구나. 트와일라잇!" 화장실에서 캐이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녁은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알아서 차려 먹어. 알았지?"


트와일라잇은 가방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캐이댄스가 목소리가 들렸던 화장실로 달려갔다. 캐이댄스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옷 예쁘네요." 트와일라잇은 올케 언니를 위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오늘 밤 네 오라버니랑 데이트가 있단다." 거울에 눈을 떼지 않으며 캐이댄스가 대답했다. "잠옷파티는 좀 어땠니?"


그 때 있었던 일을 캐이댄스에게 설명하려니 갑자기 트와일라잇의 속이 쓰려왔다. 


"조...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캐이댄스의 귀가 쫑긋 섰다. 희한한 기류를 감지한 것이다. 캐이댄스는 여우같은 미소를 얼굴에 만연하게 지으며 트와일라잇을 돌아보았다.


"좋았다고? 고작? 어떻게 놀았는지 언니에게 자세히 설명해줄 순 없니? 영화 봤어? 트위스터는 했고? 진실게임은?"


"영화 봤어요. 그야말로 평범한 잠옷 파티였죠 뭐.."


트와일라잇은 짐짓 아무것도 아닌 척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지만, 캐이댄스 언니와 눈을 맞추기가 갑자기 힘이 들었다. 바보 같지만 숨겨야만 한다. 물론 캐이댄스 언니는 곧장 트와일라잇의 속셈을 간파하고는 했지만, 그런 걸 언니에 갑작스럽게 들키는 건 여전히 부끄러웠다. 


"어유. 머리가 엉망이네." 캐이댄스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트와일라잇에게 다가왔다.


"...그래서요? 급하게 오느라 샤워도 못 했고 머리도 못 빗어서 그런데요?"


"흐~음... 옷도 꽤 구겨졌고..."


트와일라잇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또 그런다.. 대체 왜 이래요 언니? 옷 구겨진 건 지금 언니가 생각하는 거랑 아무 상관없어요. 어차피 잠옷 파티 내내 잠옷만 입고 있었으니까."


"어머! 그랬구나~"


캐이댄스는 검지로 트와일라잇의 목덜미를 가볍게 콕 찔렀다.


"근데 왜 목덜미에 입술 자국이 나있는걸까~"


"넷?!?! 그럴 리가!"


트와일라잇은 허겁지겁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목덜미를 거울에 비추어보았다.


"거기는 분명 멀쩡할-"


입술 자국 따윈 없었다. 캐이댄스는 뒤에서 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당했다... 트와일라잇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변명해봤자 속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트와일라잇의 순결을 앗아간 행운의 아가씨는 과연 누굴~까♪ 어머! 혹시 한명이 아닌 거니?"


"잘도 그러겠네요..." 트와일라잇은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긴 언니 눈에는 요새 애들이 잠옷파티만 했다 하면 광란의 레즈비언 난교를 하는 걸로 보이시겠죠. 사실을 말하자면, 다른 얘들은 안 왔어요. 저랑 선셋뿐이었죠."


캐이댄스의 짓궂은 웃음은 잦아들었고 얼굴엔 대견스러운 미소만이 남았다. 캐이댄스는 손을 들어 트와일라잇의 어께를 안마해주었다.


"그럼 이제 선셋과 너는 무슨 사이니? 내가 축하해 줘도 되는 사이니?"


트와일라잇은 어께를 감싼 캐이댄스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고 꼭 붙잡았다.


"그럴걸요 아마? 데이트 약속까지 잡아놨으니까요. 좀 진도가 빠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차피 전 연애에 관한건 잘 모르는지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어요."


캐이댄스는 등 뒤에서 트와일라잇을 포옹했다.


"축하한다! 트와일라잇. 내가 봐도 선셋 걔는 좋은 아이 같더라.. 아. 정신과 상담의 에게는 이걸 있는 그대로 말하지 마렴. 곧바로 입원치료를 받아보라고 할 게 뻔하니까."


트와일라잇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캐이댄스의 포옹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하긴 초자연적 현상의 변수까지 고려할 정도로 아직 정신의학계가 그렇게 진보하진 않았겠죠.... 모르겠어요. 여전히 죄 짓는다는 기분이 약간 들긴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잘 하고 있다는 기분도 동시에 들어요."


"분명 너라면 잘 해낼 거야. 언니는 널 믿어."


캐이댄스는 포옹을 풀며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힘든 일이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니나 오빠에게 이야기해주렴. 언제나 널 도와줄 테니까. 알았지?"


"고마워요."


트와일라잇은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캐이댄스는 다시 거울을 보며 화장을 칠하기 시작했다.


몇 분간의 정적 이후, 트와일라잇이 말을 꺼냈다. "근데요.. 첫 데이트 때는 뭘 해야 좋죠?"


"연애 초심자를 위한 첫 번째 조언: 네 오빠처럼만 안하면 돼."


조심스럽게 아이쉐도우를 칠하며 캐이댄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물론 던전 앤 드래곤도 재밌는 거긴 하지만, 보통 첫 데이트에 애인에게 같이 하자고 할 만한 물건은 절대 아니지.."


트와일라잇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선셋에게 던전 앤 드래곤 같이 하자고 약속했거든요. 샤이니 오빠만 괜찮다면 다들 초대해서 함께 해 볼까 생각하는데.. 근데 오늘 언니 오빠 어디로 나가세요?"


"사교댄스라고 알려나 몰라~"


캐이댄스는 힙을 살짝 흔들었다. 드레스가 몸을 따라 화려하게 찰랑거렸다.


"캔틀롯 시내에 사교댄스 강좌를 전문으로 하는 무용실이 하나 있거든. 자주 나가지는 않지만 하다보면 재밌고 그래. 그리고 춤 하면 또 언니 아니겠니?"


"그렇군요." 트와일라잇은 발을 까딱거리면서 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저.. 언니. 선셋도 춤추는 걸 좋아할까요?"


"너랑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면 대부분 다 좋아하겠지." 캐이댄스는 액세서리 상자에서 귀걸이 한 쌍을 꺼냈다.


"하지만 춤을 처음 배울 때는 스텝도 안 맞고 동작도 어설퍼서 서로 엄청 어색할 수 있다는 점만 알아두렴. 걔가 실력을 감추고 은거한 재야의 춤 고수가 아니라면 말이야."


"그렇군요."


"첫 데이트를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걸로 망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평범하게 공원으로 같이 피크닉을 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고. 네가 손수 싼 도시락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지!"


트와일라잇은 메모장 앱을 가동해 캐이댄스의 조언을 일일이 적고 있었다. 


"참고할게요. 고마워요 언니."


"그럼 잘 해보렴. 아까도 말했듯 선셋은 너랑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면 대부분 다 좋아할 테고, 넌 선셋이랑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이미 90퍼센트 정도는 네 고민이 해결된 것 같다고 보는데 언니는?"


캐이댄스는 귀걸이를 매달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난 다음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아래위로 쳐다보았다.


"어떤 거 같니?"


"공주님 같네요." 트와일라잇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오빠랑 결혼하기에 언니는 너무 아깝다니까.."


"얘도 참.. 물론 네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난 이미 네 오빠랑 결혼해서 엄청 행복하다는 것만 알아두렴."


듣기에도 민망하다는 듯 트와일라잇은 혀를 비쭉 빼 물었다.


언니의 말이 사실이긴 했다. 샤이닝 오빠와 캐이댄스 언니는 완벽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으니까.. 트와일라잇도 이런 인연을 만들 수 있을까? 선셋과 함께라면 지금의 오빠와 언니처럼 행복한 미래를 써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7년 전의 사고처럼 또 한번 비극으로 끝나고 마는 걸지도...



========================================================================




풋풋합니다 풋풋해. 너무 풋풋해서 아주 어지러울 정도네요.


하지만 연재 내내(최신 연재본까지) 이 관계가 행복하게 끝날 수 없다는 걸 계속 암시하는데 결말은 과연 어떻게 날런지...

저작자 표시
신고

블로그 이미지

기뮤식의노예

최근 마이 리틀 포니 국내 방영으로 인해 인터넷 검색으로 이 곳에 찾아오시는 12세 미만 미성년자 여러분들과 부모님들에게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 곳에 게시된 번역된 만화 및 소설류들은 아직 자아 형성이 덜 된 미성년자들이 보기엔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이 허다하므로, 미성년자 여러분은 열람을 자제해 주시길 바라며, 해당 부모님들은 철저히 관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이렇게 써 봤자 모바일에서는 이거 못 보는데..

카테고리

전체 (945)
꼐..꼐임 (166)
배설한 글 (62)
번역물(시리즈물) (225)
번역물(단편 및 기타) (465)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