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제 1장 제 2장



제 3장 공주들의 대화


선셋은 충격에 휩싸여 셀레스티아 공주를 쳐다보았다. 셀레스티아가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이름을 아예 모른다는 건 그만큼 선셋이 지금 강탈한 날개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줄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선셋이 더 충격을 먹었던 게 뭐냐면..


"끄아! 말했다! 직접 내 입으로!!!"


머리를 두 발굽으로 쥐어짜며 선셋은 소리쳤다. 혹시 뇌가 순간 사라져서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래에 생길 중요한 일을 이렇게 허망하게 발설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다분했다. 근 몇 년간 폭력도 쓰지 않고 학교의 모든 걸 뒤에서 통제해온 두뇌를 가진 포니 치곤 이건 꽤 유아적인 실수였다.


"...여전히 피곤한가보구나. 혹은 갑자기 늘어난 마력에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어스 포니가 아닌 다른 포니들에 있어서 승천은 꽤 힘든 일이 되기도 한단다."


셀레스티아는 평이한 어조로 쟁반에 담아온 음식을 선셋의 얼굴 바로 앞에 내밀었다. 코를 간지럽히는 냄새에 선셋의 배가 다시 한 번 음식을 달라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때 속을 든든히 채워 놔야 몸이 상하지 않는다. 자. 어서 먹거라."


본능이 절절히 음식을 갈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선셋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입을 떡 벌리고 공주를 올려보고 있기만 하였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선셋은 보통 화를 내곤 했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셀레스티아가 아까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것도 아닌 듯 흘려 넘긴 바람에 그 사실에 화가 난 거였다.


"아까 제 말 못 들었어요?"


선셋은 날개를 와락 펼치며 따졌다. 페가수스. 알리콘에게 있어 이건 명백히 기분이 상했다는 제스쳐였다.


셀레스티아는 선셋의 얼굴과 선셋이 펼친 날개를 번갈아 살피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똑똑히 들었다."


공주는 이제 선셋이랑 정면으로 눈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니 괜한 짜증일랑 그만 부리고 음식부터 먹거라. 내가 정녕 널 붙들고 강제로 먹여야 속이 시원하겠니?"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 셀레스티아를 잠시 쏘아본 뒤, 선셋은 불에 알맞게 그슬린 건초 버거(인간 세상에서 얻은 지식으로 미루어봤을 때 만들기가 절대로 불가능한)를 내려다보았다.


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선셋은 발굽으로 버거를 들고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적절하게 조리된 건초가 선셋의 혀에 닿는 그 순간 선셋이 잊고 있었던 기제류로써의 입맛이 되살아났다. 


선셋은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아아..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의 음식이란 말인가... 선셋의 마음은 이미 황홀경에 가 있었다.


그리고 이 냄새.. 아까 식당에서는 셀레스티아가 한 칭찬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신경을 쓸 틈이 없었지만, 지금 여기에서 불에 그슬린 건초냄새를 맡아보니 인간 세상에서 인간의 몸으로 맡아본 건초의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몇 년간 코가 막힌 채로 살아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욕을 맹렬하게 자극하는 냄새였다.


그렇다고 선셋이 먹는 속도가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삼키기도 전에 또 한입, 또 한입을 아귀아귀 입 안에 밀어 넣고 있었고, 이렇게 3번 베어 먹었을 때 건초 버거는 겨우 반 정도가 남게 되었다.


"선셋... 무슨 문제라도 있니?" 게걸스럽게 버거를 먹고 있는 선셋을 보며 셀레스티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넵?" 입을 버거로 가득 채운채로 선셋이 대답했다. 그 바람에 음식 쪼가리가 약간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셀레스티아는 잠시 한 쪽 눈꼬리를 올린 후,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피자를 마력으로 집어 입에 가져갔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길래.."


셀레스티아의 다음 말은 좀 더 걱정이 담겨있었다.


"아까 캐이댄스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때 너무 무리한 거 아니니? 그 아이랑 친해지려는 건 좋다만, 승천 후에 그렇게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단다. 푹 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걸."


공주가 콕 집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말에 지금 자기가 발굽으로 음식을 집어 먹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캔틀롯 상류층 포니들이 보면 천박하다고 뒤에서 수군거릴 행동인 건 분명했지만, 지금 선셋의 마음에 걸리는 건 그런 사소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바닥을 걸어 다닌 더러운 발굽으로 음식을 먹었다니... 인간으로 치자면 발로 음식을 먹은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아니, 최소한 발은 양말 같은 걸로 깨끗하게 감싸기라도 하지, 더럽기로 따지자면 신발로 음식을 떠먹은 것에 필적할만한 수준이었다!


"우웩! 퉷! 퉷! 더러워! 더러워!"


선셋은 연신 구역질을 하며 세균에 오염되었을 게 뻔한 건초 버거를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센셋. 유니콘들이 발굽으로 직접 음식을 먹는 걸 꺼리는 습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과민 반응-"


"그런 게 아니라고요!"


선셋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앞발을 셀레스티아의 얼굴 바로 앞에 바짝 갖다 댔다.


"발굽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기나 해요? 이런 불결한 걸로 음식을 집어먹을 생각을 하다니 다들 정신들이 나갔지! 세상에! 발굽을 씻지도 않고 음식을 먹는 포니들이 많은데도 발굽이나 구강 관련 질병에 걸리는 포니들이 별로 없다니! 전에는 몰랐는데 뭘 알고 보니 진짜 신기할 정도라니까!"


공주는 얼떨떨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얼마간 자신의 발굽을 영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하다가, 곧 수제자를 또 한 번 주의 깊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진흙 위를 걷고 온 것도 아닌데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니?"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공주의 말에 선셋은 얼굴을 찌푸리고 음식을 치워버렸다. 방금 거의 바닥을 핥아먹은 거나 다를 게 없다고. 우라질!


"됐어요. 그만 먹을래요."


"진심이니?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아까 음식을 먹을 때 네 표정은 솔직하더구나."


선셋은 버거를 힐끔 쳐다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한 나라의 공주라는 포니가 위생 감각에 이렇게 무심할 수 있는지..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선셋은 방송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무신경하게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사실은 수많은 미생물이나 병균들로 더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과,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치명적인 전염병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세상에, 이퀘스트리아가 이렇게 위생 및 예방병리쪽으로 계몽이 덜 된 나라였을 줄이야..


이어서 선셋은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먹을 것은 직접 조리해야 하나? 까짓것 인간 세상에서도 혼자서 해 먹었는데.


조리 기구를 따로 사놔야겠군.. 이런 위생관념이라면 궁중에서 쓰는 조리기구도 실은 엄청 불결할 게 틀림없으니까..


"..?"


또 한 번 셀레스티아가 선셋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는 눈치로 쳐다보기 시작하자, 선셋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조...졸려서 약간 예민해졌나봐요. 아까 좀 자둘걸.."


셀레스티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구나.." 음식을 옆으로 치우면서 셀레스티아는 말을 이었다.


"아까 내 질문을 다시 하겠다. 작은 해님아. 대관절 트와일라잇은 스파클은 누구이며, 너랑 무슨 관계인 거니? 그 거울에 차원문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네 날개가 훔친 거라는 건 또 무슨 소리지?"


트와일라잇의 이름을 듣자마자 선셋의 끓어오르는 식욕은 대번에 가라앉았다. 셀레스티아가 자상하게 물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선셋은 완전히 얼어붙게 되었다.


희한하게 언제나 잘만 나던 성질은 지금은 나지도 않는다.


대신에 트와일라잇에 대한 회한.. 셀레스티아에게 진실을 말했을 때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걱정만이 선셋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선셋은 진실을 말해야만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스승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의미도 없을 뿐더러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선셋은 길게 한숨을 내쉰 후, 어쩌면 마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셀레스티아의 염려 가득한 표정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기묘했다. 눈앞의 셀레스티아의 모습은 과거 선셋이 거울 너머의 세계로 도망가기 전 선셋을 염려하던 그 모습과 가슴이 아파올 정도로 닮았으니까. 그 모습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도, 그 때와 똑같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계속 연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좀... 복잡한 이야기에요.."


선셋은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잘못을 저질렀던 일.. 그리고 지금은 기억해내기도 약간 힘에 겨운 인간 세상에서 저질렀던 수많은 죄악들..


아마도 이건 정신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포니 상태에서 저지른 잘못은 아니므로, 포니인 지금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된 과거를 굳이 떠올려 더 한 죄악감에 시달릴 필요가 있겠냐며 스스로를 속여 가며 본능적으로 그 때의 기억을 차단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포니로써 저지른 잘못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선셋이 저지른 가장 큰 과오는 이기심에만 사로잡혀 주변을 살피지 않았다는 거였다.


이제, 선셋은 죗값을 모두 치를 준비가 되었다.


"거울에 차원문이 있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직접 들어가 봤으니까요.."


말을 기관총처럼 쏟아내고 싶은 걸 꾹 눌러가며 선셋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곧 하늘의 달이 특정 위치에 도달할 테고 차원문이 열릴 텐데.... 그 때 들어가 봤어요.. 처음으로.."


선셋은 고개를 가로젓고 다시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까 한 설명엔 선셋이 저지른 가장 중대차한 잘못이 누락되었던 것이다.


"잠깐.. 다시 할게요... 이게 시간 여행이랑 연관된 일이라.."


셀레스티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해라."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배려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오랜만에 스승과 함께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았다.... 곧 감옥에 갇히고, 날개와 뿔을 잘리게 될 팔자긴 했지만 말이다. 자기와 같은 괴물은 그래도 할 말 없다고 선셋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처음에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선셋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셀레스티아는 끼어들지 않았다.


"처음 제가 거울을 봤을 때.. 알리콘이 된 제 모습을 보았어요."


셀레스티아가 더 이상 들을 것 없다는 듯 미소를 짓기 시작하자 선셋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절대 이런 모습은 아니었고요..."


자신의 날개를 가리키며 선셋은 말을 이었다.


"유니콘이었던 내 모습에 빛으로 된 날개와 그리고...  지금보다 긴 뿔을 달고 있는 모습이었다고요."


'존나 씨발..' 등골이 싸늘해졌다. 거울 속에 비쳤던 선셋의 모습은 선셋이 이퀘스트리아로 건너오기로 작정한 날 친구들의 마력을 받아 선셋이 변신했던 모습과 거의 똑같지 않은가..


그 친구들은 이젠 없지만..




등골이 싸늘해졌다. 거울 속에 비쳤던 선셋의 모습은 선셋이 이퀘스트리아로 건너오기로 작정한 날 친구들의 마력을 받아 선셋이 변신했던 모습과 거의 똑같지 않은가..



"그게 다니? 된 것 같구나 이젠."


셀레스티아가 대화를 끊으려고 하자 선셋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리고 선셋은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거울에서 본 제 모습에 점점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무거운 물건이 절벽으로 떨어질 때 같이 묶인 물건들이 줄줄이 딸려 떨어지듯, 화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몇 주마다 스승님께 묻고 묻고 또 묻고.. 약 한 달이 다 지날 때 까지 전 스승님이 저한테 가르치시려는 것도 무시하고 그 병신 같은 거울에 관한 것만 물어봤다고요."


"그건 수염 난 스타스윌이 몇 세기 전에 자신의 지식을 총 동원해 제작한 거울이란다."


"다 아는데-...!! 잠깐..."


선셋은 인상을 구기며 공주를 쳐다보았다.


"잠깐만요. 왜 그걸 그냥 말해주시는 거죠?"


"네가 전에 물어봤다길래." 셀레스티아는 으쓱 하며 별 것 아니란 투로 대답했고, 선셋은 뜨악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부-분명 제가 그 때 물어봤을 때는-"


"어차피 너도 다 안다고 했으니 이제사 감출 필요도 없지 않겠니? 아.. 어쩌다 보니 네 말을 가로막았구나. 계속해 보렴."


이제부터 힘든 구간이었다. 선셋은 한숨을 길게 한 번 쉬고 바짝 답답해져오는 가슴을 약간이나마 진정시켰다.


고해의 시간.. 선셋은 가능한 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셀레스티아의 용서 따윈 애초에 기대도 않고서..


"어쨌든.. 그래도 스승님이 대답해주시지 않자, 전 직접 그 답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어요.. 바로 도서관의 흑마법 및 금서 장서실에서."


선셋은 조심스럽게 셀레스티아의 눈치를 살폈다.


무표정 그 차체였다.


"거기에서 거울에 대한 실마리가 담긴 캔틀롯의 역사에 관한 책을 결국 찾아냈어요. 하지만 전 거기서 멈추지 않고 흑마법 책과, 스승님이 직접 봉인하라 명하신 책들과, 그리고... 알리콘 승천에 대한 책도 펼쳐보기 시작했죠.."


그 다음 일어난 일을... 선셋은 눈물 없이 회상하긴 힘들었다.


"결국 스승님께 들키고 말았어요.." 선셋은 가빠오는 호흡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전... 스승님께.. 절.. 알리콘으로.. 만들어달라는.. 말도.. 안 돼는..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스승님은.. 결국..."


숨을 한 번 고르고 선셋은 말을 이었다. "결국 절 쫒아내셨죠...."


눈물이 맺혔다. 아직도 서서히 떠오르는 셀레스티아의 분노한 표정,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었던 자신의 요구, 이러고도 공주가 되고 싶어 했다니! 차라리 가장 어두운 감옥에 갇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의 음식만 배급받으며 비참하게 사는 게 그때의 자신에게 더 어울렸는데!


선셋은 다시 셀레스티아를 올려보았다. 예상대로 셀레스티아는 짐짓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공주의 분노를 선셋은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구원 따윈 없다는 뜻이군..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선셋은 생각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일어난 일을 말하는 건 더 쉬워졌다.


"하지만 전 순순히 쫓겨날 생각은 아니었어요."


선셋은 아까보단 약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경비병들이 절 제 방으로 끌고 들어가 짐을 싸라고 할 때, 전 그 둘을 마법으로 기절시키고 그 거울로 뛰어 들어갔어요. 다행히 차원문이 밤에도 계속 열려있길래, 전 그걸 타고 다른 세상으로 건너갔죠."


연이어 찾아오는 깊은 한숨..


"차원문 건너편의 세상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던 곳이었어요. 그 곳의 주민들은 마법을 전혀 못 쓰는 유인원... 비슷한 생물이었는데, 그 종족은 선천적으로 털이 없이 태어나서 다른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 추위를 막는 풍습이 있었죠."


선셋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파우스트님이 보우하사, 그 *야후들이 보석을 진짜 귀중하게 여겨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처음 몇 달간 버티지도 못했을걸요.."


(*야후 : 걸리버 여행기의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 휴이넘' 편에 나오는 인간과 매우 유사하되 지능이 떨어지는 유인원들)


선셋이 마법부여용으로 인간세계로 가져온 여분의 보석들은 이퀘스트리아 평균 시세보다 10배를 더 웃도는 값이었고 대부분 선셋의 부족한 재정을 보태기 위해 소비되었다. 어느 날 선셋은 부패한 아파트 주인에게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달라며 다이아몬드 하나를 던져준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이런 걸 함부로 뿌리고 다니는 여자한테는 언제나 협잡꾼이 달라붙는다는 뼈저린 교훈과 함께, 소매에 숨긴 단검으로 자기호신을 하는 방법을 선셋은 배울 수 있었다.


그 때 셀레스티아 교장이 선뜻 선셋에게 자기 아파트에서 같이 살자고 했었고 선셋은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누굴 닮아서 좀 잔소리 쟁이긴 했지만..


"거기에 막 도착해서 나한테 일어난 변화와 주변에 정신이 팔렸을 때 되돌아갈 틈도 없이 차원문은 닫혀 버렸죠..."


마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세계에서 마법부터 찾고 있었다니.. 선셋은 그 때 자신의 멍청함에 점점 화가 나고 있었다.


"그렇게 약 2년 반을 거기 있는 인간... 네. 인간이요. 그 종족이 자기 종족을 일컫는 말이에요. 어쨌든 그 세월을 인간들에게 분풀이하느라 낭비했어요. 제가 새로 다니게 된 학교에서 희생양은 충분히 찾을 수가 있었죠. 나를 방해하는 인간이 있으면 곧장 삶이 고달프도록 만들어 줬고요.."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역겨운 기억 중에서도 최고로 역겨웠다.


"제가 인간들에 대해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으... 1년 내내 성욕이 일정하고 또 왕성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전 제 몸을 파는 걸로 인간들에게서 원하는 걸 얻고 또 조종할 수 있었어요.. 가끔씩은 인간 여성과도 잔 적이 있고요.. 변한 제 몸과 외모가 인간들에겐 꽤 매력적으로 비쳐졌던 모양이에요.."


이 수단은 그 대상에게서 협박거리를 찾아낼 때도 유용하게 쓰였다.


공주의 입이 약간 일그러졌다. 이를 꽉 악물고 있다는 게 턱의 주름을 통해 보였다. 공주는 선셋을 잠잠히 내려다보고 있었고, 선셋은 송구스러움에 차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침대만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2년 반을 보내자 차원문이 다시 열렸고.. 전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갔죠.."


또 한 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선셋은 말을 이었다.


"제가 이퀘스트리아로 돌아왔을 땐 모든 게 바뀌어 있었어요. 분명 캔틀롯에 있어야 할 거울이 모든 건물을 크리스탈로 만든 듯한 이상한 도시에 있었죠. 그 곳은 캐이댄스가 다스리고 있었고요."


크리스탈 왕국.. 셀레스티아는 문득 헉 하는 소리를 냈다.


궁금증이 부끄러움을 앞섰다. 선셋은 셀레스티아가 놀라서 약간 폈던 날개를 정리하며 가슴에 발굽을 얹고 진정중인 모습을 보게 올려보았다. 몇 초 후 절제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셀레스티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선셋을 내려 보았다.


"계속해라."


"아까 스승님 분명-"


"어허! 계속 하래도!!"


셀레스티아는 타협의 여지를 전혀 남겨주지 않았다.


침을 꿀꺽 삼키며 선셋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저도 그 때 왜 제가 돌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스승님을 다시 보고 싶긴 했지만 그게 사과하고 싶어서였는지, 스승님 없이도 잘 살아왔다고 면전에서 졸라 거만을 떨고 싶어서였는지..."


선셋이 섞은 비속어는 선셋의 그 때 심정을 가장 솔직하게 대변해주고 있었다.


"근데 그 때 트와일라잇 스파클..공주의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선셋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점점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신문을 보니 트와일라잇은 스승님이랑 캐이댄스랑 그리고... 또 알리콘이 한 필 있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 때 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었거든요.. 스..스승님이 절 완전히 잊고 트와일라잇을 수제자로 받아들였다는 사실 때문에!"


선셋의 눈에 눈물에 서렸다. 셀레스티아의 날개가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일은 선셋에게는 여전히 큰 상처였다. 선셋은 셀 수도 없는 오랜 시간동안 셀레스티아의 뒤를 따랐으며, 부모님과는 언제나 떨어져 살아왔던 탓에 마땅한 사진하나 남기지 못했다. 그런 선셋에게 있어 셀레스티아는... 선셋을 키워준 어머니나 다름없었다.


배은망덕하게도 선셋은 그 은혜에 배신으로 응답했다. 


이런 취급을 당해도 싸다고 선셋은 끝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하지만....


".... 2년도.. 2년도 안 돼서 스승님은 저 대신 다른 유니콘을 찾아..."


선셋은 심호흡을 했다.... 트와일라잇이 선셋보다 잘난 게 트와일라잇의 잘못은 아니었다. 물론 스승님 잘못도 아니었다.


그렇게 애써 생각을 해 봐도 여전히 2년 만에 자신이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었다는 건 선셋으로 하여금 버려졌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셀레스티아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벌일지도 모른다.


"결국 거기서 왕관 하나를 찾아냈어요.."


선셋은 감정을 찍어 누르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목소리였지만 이게 차라리 나았다.


"이퀘스트리아를 수호하는데 몇 번이나 쓰였던 강력한 마력을 지닌 유물이었죠. 그걸 본 순간 계획이 하나 떠올랐어요. 그걸 훔쳐 차원문을 넘어가 그 왕관과 트와일라잇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걸로요. 그 왕관이 만약 마력을 스스로 발산한다면, 차원 너머의 세상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제가 그 세상으로 가져간 일지처럼요.."


왜 진작 말을 안 했는지.. 선셋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나쁜 제 기억력을 탓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건 주제에서 약간 어긋난 이야기기도 했었다. 그 일지에 관해 설명할 것이라고는 셀레스티아가 처음 일주일간 제발 살아있으면 답장 좀 해달라고 날마다 글을 써준 것 밖에는 없었으니까.. 일주일이 지나자 셀레스티아의 편지도 끊겼다. 아마도 그 때 공주는 선셋을 죽었다고 여긴 건지도 모르겠지.


그건 셀레스티아가 여전히 선셋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었다. 선셋은 가슴 한 편이 따뜻하지는 한편, 또 그에 못지않게 자기 혐오감에 토하고 싶었다. 셀레스티아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선셋은 큰 소리로 비웃고는 학교 사물함에 아무렇게나 처박아놨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왕관을 직접 써 보게 됐는데..."


선셋은 한숨을 쉬었다..


"스승님.. 그 때 스승님은 제게 준비가 덜 됐다고 하셨죠.. 스승님 말이 맞았어요... 왕관을 쓰기 직전에 전 이 힘을 가지고 이퀘스트리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단지 이걸 쓰고 스승님을 조롱하고 싶었었는지도 모르죠. 내가 그 망할 년보다 더 나은 공주다. 날 쫒아낸 건 네 실수다. 이런 식으로.. 하지만 날 쫒아온 트와일라잇과 그 친구들을 죽이고 싶기까지는 않았었는데.."


왕관의 마력에 완전히 물들었을 때..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선셋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 때 선셋은 단순히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진심으로 누구를 죽이고 싶었고, 또 그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왕관을 쓰자 전 완전한 괴물로 변하고 말았어요.. 스승님이 아까 말하셨죠. 마음에 어둠이 있으면 알리콘 대신 흉측한 괴물이 되고 만다고.. 제가 그 때 그런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이런 절 쓰러트렸고.. 흑마법의 손아귀에서 절 풀어줬어요.'


눈물이 다시 나올 것 같았다.


"제가 저지른 여러 가지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트... 트와일라잇은 절 용서해줬어요. 마치 그게 당연하단 것처럼!"


선셋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 년 전에 이퀘스트리아에서 추방당한 사이렌들이 제가 왕관을 그 세계로 가져가는 바람에 생긴 잔여 마력을 노리고 학교를 습격했을 때, 트와일라잇은 또 와서 우리를 구해줬어요."


이제 마지막이다. 선셋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기가 바쁘게 또 일이 하나 생겼어요. 또 다른 트와.... 아니.. 어떤 인간이 무슨 장치로 내 친구들에게 걸린 마법을 흡수하다가 그게 통제가 안 되는 바람에 큰 사단이 났고, 이번엔 제가 다른 사람들을 구할 차례였어요.. 하지만 제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 인간 세상에 있는 모든 마력을 모아 이퀘스트리아로 도망간 것 뿐이었어요! 날 친구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뒤통수까지 쳐 가면서!!!"


비통한 목소리로 선셋은 외쳤다.


"게다가 시간 마법이 갑자기 날뛰는 바람에 등신같이 원래 가야할 곳도 못 가고 이곳에 떨어졌어요! 보..보세요! 이런 자격도 없는 날개까지 달고서!"


선셋의 몸을 감쌌던 날개가 꼿꼿하게 펴졌다.


"제가 날개를 훔쳤다고 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제가 알리콘이 된 건 아마도 제가 쓸데없는 마력을 너무 많이 몸에 머금은 나머지 차원문에서 생긴 부작용일 거예요.."


드디어 끝났다.. 선셋은 고개를 숙이고 셀레스티아의 판결만 기다렸다.


무슨 벌을 받게 될지 알 길이 없었다. 마력 절도에, 국가 유물 절도에, 공무 집행 방해, 폭행죄까지.. 다들 형량이 엄청난 범죄 분이었으며, 그 전 선셋의 태도에 의하면 가중처벌까지 받게 뻔했다. 그럼 선셋에게 맞는 유일한 형벌은 딱 하나...


벽시계가 가는 소리만 방 안을 매웠다. 선셋은 초조하게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만 세고 있었다.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그렇게 30초가 지났다. 선셋은 찡그린 채 자신을 내려 보는 셀레스티아를 올려보았다.


"스승님.."


공주의 굳은 표정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왜 그러지?"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순수한 분노의 정수를 선셋은 눈앞에 선 알리콘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선셋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내렸다.


"...준비 됐어요.'


"준비라니.. 대체?"


공주는 혐오스러운 어조로 되물었다.


선셋은 다시 공주를 올려보았다. 공포로 목소리는 떨려왔다. 심장은 요동쳤다.


"저한테 벌을 내리셔야죠!!"


선셋은 반쯤 울고 있었다.


"지금껏 제 이야기 못 들었어요?! 저 같은 포니는... 그냥 어디 깜깜한 데에 처박아놓고 평생 햇빛을 못 보게 해야 된다니까요?! 제 날개를 잘라주세요! 제 뿔을 부러트려 주시라고요!!"


선셋은 고개를 푹 숙였다. 셀레스티아의 분노로 가득한 두 눈을 더 이상 마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될 리가... 마법이나 하늘을 나는 능력 없이도 선셋은 캔틀롯 고교의 학생들의 삶을 충분히 최악 그 이하로 만들었다. 괜히 감옥에 갇혀 봤자 선셋은 괜히 음식이나 축내면서, 살아있는 이퀘스트리아의 흑역사가 될 게 뻔했다. 다시 예전 성격으로 안 돌아오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제 단 한 가지 해결책밖에 남지 않았다.


"저 같은 포니는... 살 자격이 없어요! 죽어야 한다고요!!"


있는 힘껏 목청껏 선셋은 외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열기였다.


"그만.... 그만!!!"


이를 부득 갈며 공주는 으르렁거리듯 외쳤다.


선셋은 몸을 잔뜩 움츠리며 공주를 쳐다보았다. 쳐다본다 한들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셀레스티아가 진심으로 화가 난 모습을 본 포니는 흔치 않다. 하지만 선셋은 공주가 화가 난 걸 여러 번 봤었다. 망아지 살마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을 뻔 했을 때.. 정확한 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용의자에게 확인 주문을 걸 때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노한 셀레스티아의 신성한 모습을 선셋은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셀레스티아가 용의자의 겁에 질린 두 눈을 쳐다볼 때 주변은 후끈 달아올랐고, 선셋은 털이 불에 그을릴까봐 어디로 도망가 숨어야 했었다.

 

열기를 약간 버틸 만 한 걸로 보아 셀레스티아는 아직 그 만큼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식어버린 건초 버거를 다시 데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셀레스티아는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입으로 그 숨을 뱉었다. 한번... 또 한 번.. 방 안의 열기는 사라졌다. 그리고 셀레스티아는 찡그린 표정으로 선셋을 보며 입을 땠다.


"선셋.."


선셋은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공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드디어 죗값을 치를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를 보며 자기에게 내려질 형벌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자기혐오감과 죄책감, 그리고 분노가 선셋의 마음을 저며 내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의 화난 표정은 곧 근엄한 표정으로. 근엄한 표정은 곧 슬픈 표정으로... 잠깐.. 슬픈 표정이라고?


"선셋.. 어째서 그런 황당한 일을 진짜 일어났다고 믿는 거니?"


상처 받은 구슬픈 목소리로 셀레스티아는 말했다.



...


...


...




"무..무슨 이야기세요 지금?!"


선셋은 얼굴을 찌푸리며 따졌다. 셀레스티아의 말이 더 믿기지가 않았다.


공주는 잠깐 망설였지만 곧 확신이 생긴 듯 말을 이었다.


"물론 네 이야기는 참담한 만큼 또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다만.. 네 이야기가 진짜로 일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가지 지적할 수 있더구나."


다시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선셋은 머리를 굴려보았다. 진짜가 아니라고? 스승님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신다고? 선셋이 겪은 모든 일이 다 환상이었다고?


저지른 모든 죄악이...


겪어온 모든 고통이....?


"아냣!!!!"


선셋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 셀레스티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그..그럴 리가 없어요!"


선셋의 경험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엄연한 사실이었다!


"제가 겪었던 일들은 무슨 병신 같은 환각 따위가 아니라고요!!"


셀레스티아는 또 심호흡을 한 뒤, 아주 절제된 모습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 보렴.  네가 수수께끼의 이유로 시간여행을 해서 여기로 왔다는 거랑, 저 거울이 원래 가지고 있는 마법이 증폭되는 바람에 그 포니가 애초에 달성할 운명을 순식간에 달성해주었다는 것.. 둘 중에서 어떤 게 더 그럴싸하겠니?"


셀레스티아는 선셋을 내려 보며 말을 이었다.


"혹은 그 거울이 네게 끔찍한 환각을 보여줌으로써 너의 잠재력을 개방했는지도 모르겠구나.."


거짓과 타협하기엔 더없이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이대로라면 셀레스티아에게 쫓겨날 일도 없을 테고, 선셋이 바보로 보일 정도로 너무 뛰어난 어떤 포니에게 자리를 뺏길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인정하면.. 선셋이 사귀었던 친구들도 전부 허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마..말했잖아요! 이건 훔친 마법이라고요! 애초에 전 날개를 달 자격도 없었어요!"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그런 말을 하는구나.. 하지만 난 도저히 네 말을 믿을 수가 없단다."


공주는 또 한 번 선셋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야후들.. 종족명이 닌...겐.. 이라고 했던가? 왜 그들에게서 마력을 훔쳤다고 생각하는 거니?"


공주가 그 종족의 이름을 잘못 부르자 선셋은 약간 짜증 섞인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왜냐면..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무질서하게 마력이 날뛰는데, 제가 너무 무식한 바람에 그 방법밖에는 친구들을 지켜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니까요."


선셋만 없었다면 대즐링들의 출현도 없었을 테고, 학교 학생들이 이퀘스트리아의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선셋만 없었다면..


"그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거니? 거기서 사귄 친구들을 전부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그들을 잃는 것보다는 그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까지? 심지어 나한테 엄벌을 받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공주의 목소리에는 선셋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실 때문에 선셋은 더 가슴이 아려왔다.


"모든 걸 매사 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웠겠구나. 그것만 해도 충분한데, 현 상황과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판단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면밀하게 따진 후, 겪은 일을 나한테 있는 대로 고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까지 갖추게 되다니.."


스승의 표정엔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진정한 지도자의 표상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란다."


선셋은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자격 없는 알리콘의 등을 계속 떠미는 셀레스티아의 태도에 점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만! 그만 좀 하세요! 저 대신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진정한 공주감이라고요!"


그 이름을 듣자 셀레스티아도 얼굴을 찌푸렸다.


"또! 또! 그런 말을 하는구나. 너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무슨 완벽한 포니인양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듣기론 그 트와일라잇은 그저 이기적이고 잔인한 포니인 것 같구나."


셀레스티아는 분명 진지한 목소리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선셋은 입을 떡 벌렸다.


"노...노...농담이시죠? 트와일라잇은 저를 용서해주기까지 한 착하고 올바른 포니인데-"


"하지만 널 결국 다른 차원에 버려두고 왔지 않니. 분명 난 네 귀환을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셀레스티아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불행한 사건으로 해어진 포니들이 있거든 마땅히 그 연을 다시 이어줄 생각을 했어야지, 그 트와일라잇이란 포니는 날 정말 애간장을 태워 죽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 그리고 네가 말한 그 아이가 또 한 번 그 세계로 건너간 적이 있다고 했었지. 그런데도 다시 널 데려올 생각 따윈 안 했었다고? 어쩜 그렇게 냉혹한 포니가 다 있을 수가 있는지.."


이어지는 공주의 매도에 억울해진 건 오히려 선셋이었다.


"트..트와일라잇은 그런 포니 아니에요!"


선셋은 반박했다. 왜 그때 트와일라잇이 이퀘스트리아로 돌아오라는 소리 하나 안 했는지 그 이유는 몰랐지만 어쨌든 선셋은 지금 친구의 명예를 위해 변론을 해야 했다.


"오히려 나쁜 건 저였다고요! 그...그런 짓을 했는데 이퀘스트리아에 돌아올 자격 따윈 없잖아요. 스승님께 벌 받을게 뻔한데.. 트와일라잇 진짜 완벽한 포니에요! 한번 왕립 유니콘 학교에 가서 직접 이야기해 보시면 알 거에요!"


셀레스티아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가로저은 뒤 이렇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선셋.. 자질 있는 유니콘을 위한 학교가 지어진 이례로 난 그 곳에 입학하는 학생의 명단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단다. 하지만 그 중에서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란 이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구나.."


"그건-"


트와일라잇이 갑자기 전학을 왔다거나, 혹은 캐이댄스처럼 유니콘 외 다른 종족이었다가 갑자기 알리콘이 될 자질을 발현한 게 뻔하다고 반론하려다가 선셋은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 캐이댄스의 마법 실력으로 미루어 볼 때, 갓 즉위식을 올린 비 유니콘 공주의 마법 실력이 그렇게 좋을 리는 없었기 때문에 설득력은 떨어졌다. 그리고 그 때 읽은 신문에선 트와일라잇이 분명 셀레스티아의 수제자였다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네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가장 확실한 이유 한 가지가 있단다."


이번엔 선셋이 말을 할 여유도 주지 않고 셀레스티아는 말했다. 얼굴엔 진심으로 상처를 받은 기색이 만연한 채로 말이다.


"선셋... 어쩌다가 내가 널 무정하게 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거짓을 믿게 되었니?"


선셋은 머뭇머뭇 대답했다. "그.. 그거야.. 제가 그 때 금서 장서실에서 흑마법에 발굽을 댔으니까-"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선셋.. 내가 다른 포니들이 그 지식을 얻는 걸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고 싶어 했다고 가정해보거라. 그럼 내가 왜 구태여 그 책들을 비용들 들여 보존하는데 공을 들이겠니. 보는 족족 불살라버리는 게 아니라?"


공주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사연에 얽힌 이퀘스트리아의 숨겨진 역사 공부는 지금은 생략하도록 하마. 어차피 나중에 흑마법이랑 같이 배우게 될 테니까."


"흑마법이요?!?! 저한테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선셋은 바짝 겁에 질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흑마법이 온 몸을 감싼 날을 회상하면서 말이다. 끔찍했다.


"그렇다. 가르칠 생각이다.  애초에 언젠가는 너한테 가르칠 예정이었다. 이것도 이퀘스트리아를 수호하기 위한 알리콘 공주로써의 의무란다. 적에 대한 무지는 패배만을 낳을 뿐이지."


셀레스티아는 근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만약 그 환각처럼 네가 내 신용을 얻기도 전에 흑마법을 공부하는 모습을 나한테 들키게 되었다면... 그래.. 분명 내 성을 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네가 해를 입을까봐 걱정되어 그런 거지, 결코 너한테 진심으로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구나. 그리고 잠시 그런 욕구를 품었다고 해서 난 너를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절대로 없단다."


절대로 없을 거라는 공주의 말을 선셋은 어쩐지 납득할 수 없었지만,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구석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셋은 흑마법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흑마법의 '흑' 자라도 들어가는 걸 깡그리 모아놓고 큰 불을 지르는 게 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네 이야기의 세 번째 결함이 무엇인줄 아니? 다른 네가 없다는 거란다."


선셋은 얼굴을 바짝 찡그렸다. 무슨 이야긴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저요?"


공주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고 다시 선셋을 쳐다보았다.


"나도 전에 시간여행 마법을 써 본 적이 있단다 선셋. 1주일 후의 미래에서 온 나와 만나본 적도 있지. 이렇듯, 시간여행으로 어떤 포니가 과거로 이동한다면 주문의 효력이 다 하기 전까진 동일한 시간대에 두 필의 포니가 존재하는 게 정상이란다."


셀레스티아는 약간 목청을 가다듬은 후 설명을 계속했다.


"네 이야기대로라면 너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몇 년간 마법도 없는 세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 고립된 채 생활하며 암울한 미래를 보내다가 과거로 건너온 미래의 선셋이란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나와 그 때 같이 거울을 보았던 그 선셋 쉬머는 지금쯤 어디에 있다는 이야기니?"


도저히 선셋이 대답할 수가 없는 질문이었다. 반론을 해야 하는데..


"그건.. 아마도 과거의 내가 미래의 저를 만난 인과율의 반동 때문에 사라진... 아. 염병... 관두죠."


분명 셀레스티아는 미래의 셀레스티아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으므로, 이 논리는 이미 논파 당했다. 그 선셋이 차원문으로 대신 넘어갔다고 가정한들 애초에 차원문이 아직 열릴 때가 아니었으므로 우기기도 힘들었다.


선셋을 과거로 돌려보낸 마법이 아예 다른 부류의 마법이었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진짜 그런 마법이 있었다면 스승님이 먼저 알아채셨겠지..


"그럼..제가 만난 사람들.. 사귀었던 모든 친구들이... 모두 가짜라는 건가요?"


선셋의 가슴이 아파왔다. 이 사실 하나 때문이라도,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말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너한테 있어선.. 진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구나.."


자신감을 약간 회복한 듯 공주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네가 그들과 보내며 얻은 추억과 행복, 그리고 교훈들은 소중하게 간직하거라. 하지만 네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너무 과도하게 너를 탓하지 말거라.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절대 아니니까. 그걸로 몸을 상한 포니는 아무도 없으니 그럴 필요는 없어요."


공주는 선셋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한 뒤 그 그윽한 눈빛으로 선셋을 내려살피며 말을 계속했다.


"비록 허상일지라도 정말 험한 일을 겪고 왔구나 선셋.. 내 그런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나, 할 수 있는 일은 네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없이 해내겠다고 약속하마."


그리고 공주는 선셋을 포옹하며 그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여주었다.


"앞으로 네가 어디로 가든,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널 절대 버리지 않겠다. 언제나 너를 사랑할 테니, 그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며 의문 따윈 품지 말거라. 넌 네게 있어서 온 세상이나 다름없는 존재니까.."


셀레스티아의 말에 선셋은 오히려 심장이 얇게 저며지는 기분이었다. 거부하고 싶었다. 자격이 없었으니까. 셀레스티아의 용서, 믿음, 사랑, 선셋은 그런 걸 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포니였다! 그리고 가령 셀레스티아의 말이 맞는다고 쳐도, 또 그로 인해 다친 포니가 아무도 없다고 해도, 어쨌든 선셋이 잘못 선택한 것은 고스란히 선셋에게 책임이 있었고, 그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니던가?


그래도.. 선셋은 이제 알리콘이었다. 꿈을 이뤘다. 셀레스티아는 선셋을 용서해주며 끝없는 사랑까지 약속했다. 이제 마음을 열고 모든 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과거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선셋.. 또 무슨 일이니?" 선셋을 계속 끌어안은 채로 셀레스티아는 물었다.


스승의 따뜻한 품 안에서도 선셋은 안도하기는커녕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셀레스티아가 선셋을 놓아주었지만 경련은 계속되었다.


"죄...죄송해요 스승님.. 그럴 수가 없어요... 아무리 나쁜 일이 많았다지만.. 그래도 그걸..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잊어버릴 순 없다고요."


셀레스티아는 잠시 선셋의 눈치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단다."


자신의 날개로 선셋의 깃털을 쓰다듬으며 셀레스티아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죄책감이라.. 언제나 자신의 과오를 일깨워주는 강력한 감정이지.. 하지만 너무 거기에 매달려서도 좋을 것은 없단다. 작은 해님아. 만약 정 우울해서 못 버틸 지경이거든 언제든 나한테 와서 이야기를 해 주려무나. 캐이댄스도 널 기꺼이 도와줄 것 같구나."


"알았어요..."


선셋은 얌전히 동의했다. 더 이상 화를 낼 기력도 공주와의 대화를 통해 다 소진되었으니까..


공주는 선셋의 앞에 아까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내밀었다. 완벽하게 조리된 건초 버거와 건초 프라이의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선셋의 코를 다시금 간지럽혔다. 지독하게 배가 고팠다.


"그럼 점심을 마저 먹도록 해라. 내 얼굴을 보아서라도 다 먹어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수제자가 음식을 다 먹는 걸 보고 나서야 셀레스티아는 선셋의 방을 떠났다.





선셋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주로 트와일라잇 스파클과 그 인간 친구들에 관해서..


셀레스티아가 내내 한 말에도 불구하고, 선셋은 자신이 3년 동안 경험한 게 환각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선셋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았다. 너무나도 완벽한 트와일라잇의 성정에 비하면 선셋은 볼품없는 흠집투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는 분명 트와일라잇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지금 트와일라잇은 대체 어디에 있다는 이야기일까?


지금 차원문은 닫혀 있을 테니 인간 친구들의 실존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부터 찾는 게 급선무였다.


"만약 못 찾으면 어쩐다.."


선셋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만약 그렇다면 셀레스티아의 말에 그대로 순응해야 하는 건가? 지난 3년간의 일을 없었던 일이라고 치고서? 하지만 그러자니 또 꼼수를 부리는 것 같았다.


고개를 훼훼 저으며 선셋은 걱정을 떨쳐버렸다. 일단 트와일라잇부터 찾는다. 못 찾으면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자. 모든 사소한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짜는 것은 찌질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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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셀레스티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나서 경비병에게 몸짓으로 해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몇 세기만에 처음으로 셀레스티아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기분이 들었다.


공주는 선셋의 말에서 뿜어져 나왔던 선셋의 분노와 고통을 아직도 느낄 수 있었다. 진짜건 아니건 간에 선셋은 정상적으로 마법을 쓰는 유니콘이라면 자살충동이 절로 들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왔다. 그 때문에 셀레스티아는 거울의 제작자에게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 주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셀레스티아가 거의 자제력을 잃게 만들었던 건 셀레스티아가 선셋을 져버릴 수도 있다는 뻔한 거짓을 너무나 쉽게 믿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수제자는 그렇게도 셀레스티아가 못 미더웠던 걸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셀레스티아가 두 번째 기회, 아니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를 줄 정도로 자비롭다는 건 온 세상 포니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선셋의 환각에서 선셋이 벌인 잘못은 몇 년간 셀레스티아가 겪어본 것 중에서는 아주 경미한 축에 속했다. 그리고 공주는 만약 선셋이 흑마법을 몰래 공부하는 경우 단단히 경고를 주고 흑마법의 위험성에 대해 뼈가 사무치도록 가르쳐줄 생각이었지, 그 환각처럼 냉큼 내쫒을 생각 따윈 절대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셀레스티아와 같이 친가족처럼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선셋은 여전히 그 환각이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루나 때랑 비슷했다. 긴 시간 동안 같이 보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봐 오다가, 갑자기 둘 사이에 서서히 잡음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관계는 박살나고 루나는 나이트메어 문으로 변하고 말았다. 셀레스티아가 하는 것에 따라 선셋의 운명도 루나의 전철을 밟게 될는지도 모른다.


"...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기필코.....!"


공주는 혼잣말을 하며 굳게 다짐했다. 선셋이 셀레스티아가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고 믿는다면, 그 반대를 보여주면 된다. 선셋이 알리콘으로 승천했으니 기초적인 걸 굳이 가르쳐 줄 필요는 없을 테고, 따라서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그 동안 서로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회복해 나가면 된다. 그건 셀레스티아가 아주 기대하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누군가의 발굽 소리가 들려와 셀레스티아는 그 곳을 보았다. 캐이댄스가 날개를 가로로 길게 펴고 그 위에 무언가를 들고 오고 있었다.


속을 털어놓을 포니가 와서 셀레스티아는 내심 기뻤다. 셀레스티아는 아까 선셋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캐이댄스를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셀레스티아보다 까마득하게 나이가 어리기는 했으나, 캐이댄스도 엄연한 알리콘이요 동료 공주였다. 다른 포니들이 셀레스티아를 여신 혹은 수호자로 여기며 칭송할 때, 캐이댄스는 그 여신도 실은 포니적인 면모가 있음을 꿰뚫어 보았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고 또 그 누구보다 지혜롭다 할지라도 마음을 의지할 만한 포니는 한 필 정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모님."


복도를 걸어와 문 앞에 서서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를 올려보며 말을 걸었다.


"선셋 자요?"


셀레스티아는 염려하는 눈빛으로 문을 한 번 힐끗 보고 나서 캐이댄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가 보구나.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왔니?"


캐이댄스는 적당한 대답이 생각이 안 나는 듯 잠시 쭈뼛거리고 서 있었다.


"아.. 맞다!"


이제야 날개 위에 들고 온 물 한잔을 담은 쟁반이 생각났는지, 캐이댄스는 날개를 약간 기울여 쟁반을 자신의 등 쪽으로 옮겼다.


"이모님이 선셋네 방에 가실 때 마실 것을 하나도 안 들고 가신 것 같아서... 음... 이모님?"


"왜 그러니?"


캐이댄스는 약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바보 같은 질문이긴 한데요.. 유니콘들은 어떻게 머리의 균형을 잡는 거예요? 여기까지 머리 위에 쟁반을 놓고 들고 오려다가 뿔 때문에 물을 3번이나 쏟아버리는 바람에 그냥 날개로 들고 왔는데."


캐이댄스 덕분에 분위기가 약간 밝아진 것 같았다. 셀레스티아는 환하게 웃으며 수양조카의 등에 실린 물을 마력으로 들어올렸다. 


"응? 마법 말고 뭐가 있겠니?"


"아.. 역시 마법이네요. 김빠져라.... 근데 선셋은요?"


가벼운 농담으로 둘 사이에 찾아온 얇은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셀레스티아의 등에 걸린 보이지 않는 짐이 한 꺼풀 더 무거워진 듯, 셀레스티아는 어께를 숙였다.


"좀... 복잡하구나..."


그리고 셀레스티아는 소리 차단벽 주문으로 캐이댄스와 셀레스티아를 감쌌다.


"잠시 산책좀 하자꾸나... 걸으면서 설명할 테니.."


"어디로 가시려구요?"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 뒤에 따라붙으며 질문했다.


그 대답 대신에 공주는 캐이댄스에게 방금 막 자신이 선셋의 방에서 나왔다는 말과 함께, 선셋이 말해준 이야기를 최대한 간추려서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부가 설명을 해 준 결과 결국 캐이댄스에게 모든 것을 말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아이에게 그간 겪어온 모든 것이 다 환각이라는 이야기는 대놓고 하지 않는 게 좋았을걸 그랬구나. 그 슬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자기가 사귄 친구가 모두 허상이었다는 걸 깨닫고 비통하게 눈물을 흘리는 선셋의 모습이 떠올라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휘저었다.


'저 같은 포니는... 살 자격이 없어요! 죽어야 한다고요!!'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담?" 


공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선셋의 눈에 어린 그 눈물, 그 고통.. 견디기 어려웠다.


셀레스티아 뒤에서 걷고 있던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가 해 준 이야기를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곱씹고 있다가 셀레스티아가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지자 그 자리에 곧바로 멈췄다. 


셀레스티아는 수양조카의 표정을 살폈다.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를 정면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그냥 선셋의 상태가 걱정되어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게 아닌 것 같았다.


"..이모님은 어떻게 그런 중요한 말을 여태껏 안 할 수가 있는 거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캐이댄스가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셀레스티아는 한 쪽 눈매를 매섭게 올렸다.


"중요한 말이라니..?"


공주는 캐이댄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캐이댄스는 그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반항적인 태도로 말없이 셀레스티아를 노려보았다.


"이모님은 절 조카라고 부르셨지만 그건 그냥 의미 없는 호칭에 불과하죠. 특히 이모님과 선셋의 관계에 비하면 말이죠. 그래서 저랑 선셋이랑 처음 만났을 땐 왜 선셋이 절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였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이모님도 아시는 것 처럼요."


캐이댄스는 명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 알겠네요. 왜 저를 그렇게 싫어하고 쫒아내려 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다 이모님 때문이었어요."


셀레스티아는 자신을 비난하는 캐이댄스를 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게 무슨 이야기지?"


"선셋이랑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오셨으면서.. 오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셨다고요?"


캐이댄스는 고개를 푹 숙인 뒤 절래 절래 흔들며 말을 이었다.


"아 정말.. 걔한테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대놓고 면전에 하는 비판에 셀레스티아의 심기가 약간 불편해져오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엔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부모 자식 간에 지켜야할 도리도 있는 거라고요!"


날개를 활짝 펴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며 캐이댄스도 지지 않고 외쳤다.


"암만 그 아이를 돌봐줬기로서니 그 아이가 내......"


딸이라는 생각은 마라. 이퀘스트리아를 다스리는데 그런 비교적 사소한 정에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이 말은 공주의 머릿속에서만 맴돌았을 뿐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국가 지도자로써의 셀레스티아의 위치와 지금 선셋과 공주와의 관계를 저울질하는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양심 한 구석에서 '거짓말쟁이.' 라는 소리가 들려와 공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캐이댄스의 말이 맞았으니까. 심지어 캐이댄스는 이 대화를 하기 전에도 셀레스티아와 선셋이 유사모녀 관계라는 걸 간파할 정도로 겉보기에 비해 예리한 구석이 있었다. 말하는 방법이 약간 예의에 어긋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안 했다면 셀레스티아가 과연 주의를 돌리기나 했을까..


"이모님이 선셋을 거두어 키우기로 작정한 그 순간부터 이모님은 선셋을 친부모처럼 키우겠다는 서약을 한 거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이제 와서 난 그 아이 어머니가 아니라느니 하는 헛소리 따윈 집어 치워요! 듣기도 싫으니까! 고아였던 절 키워준 양부모님은 두 분다 어스 포니셨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절 끔찍하게 아껴주셨어요! 그깟 등신 같은 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굳건한 사랑으로 절 키워주셨다구요!"


캐이댄스는 거의 셀레스티아에게 악을 쓰고 있었다. 머리가 약간 아파왔는지 캐이댄스는 머리를 뒤로 돌리고 또 한 번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정말 이해가 안 돼.."


그리고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셀레스티아는 그 침묵 와중에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있었다. 셀레스티아가 선셋을 거두고 난 후 선셋이 점점 자라면서 셀레스티아랑 같이 지내는 시간보단 공부에 더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셀레스티아는 셀레스티아 나름대로 시간이 빠듯했다. 캐이댄스가 둘은 떼놓을 수 없는 모녀지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은 했지만 실은 여러 가지 국무를 거치고 나면 하루에 선셋과 보낼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이퀘스트리아를 다스리는 것과 선셋을 돌보는 것, 이것 두 개를 동시에 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고 셀레스티아는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단다.."


셀레스티아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본마 스스로도 이건 급한 변명이라는 생각밖엔 안 들었던 것이다.


"보렴.. 그래서 내 선셋에게 친구를 사귀어보라고 하지 않았니?"


"허! 대체 누구랑요? 가령 콧대만 높고 머리에 든 건 없는 블루블러드 같은 귀족들이랑요? 제가 여기 온 지 3주나 지났는데, 그 작자가 절 아직도 천민나부랭이라고 부르면서 무시하는 거 알기나 하세요?"


새로운 소식에 셀레스티아는 한 쪽 눈매를 매섭게 올렸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유니콘 학교 학생들도 있다고 말씀을 하실 것 같아서 하는 미리 이야긴데.." 캐이댄스는 인상을 쓰면서 말을 잠시 멈췄다.


"물론 좋은 포니들도 있죠. 하지만 거기 강사들이 학생을 경쟁만 시키면서 뭐든 빠르게 최고가 되라고 몰아세우기만 하는데 친해질 리가 없죠! 거기 갈 때마다 귀에 박히도록 듣는 소리가 뭔 줄 아세요?'너흰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선택받은 포니다! 최고 중의 최고다! 이퀘스트리아의 명운은 앞으로 너희에게 달렸다.' 라고 하면서 공부, 공부, 공부만 시키니 서로 여유 있게 어울려 놀 시간도 없고.. 대체 거기서 무슨 놈의 친구를 사귀겠어요? 그런 곳에서 공부하면서 자랐으니 선셋이 개차반 같은 성격이어도 이모님은 할 말 없는 거예요! 제가 괜히 유니콘 학교에서 그냥 평범한 3종족 공학으로 전학시켜달라고 한 줄 아세요?"


그 곳에서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 듯 캐이댄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이모님이 정 선셋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거든, 캔틀롯을 떠나 좀 삶의 여유가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시지 그랬어요. 아, 물론 선셋이 알리콘이 되기 전에 해야 됐던 거지만 말이에요. 유니콘일 때는 다른 포니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 돕고 또 도와줄 수 있지만, 알리콘은.. 뭐.. 설명 안 해도 본마가 더 잘 아실거에요. 작정하고 몸짓 한 번만 해도 다른 포니들을 부려먹을 수 있다는 거.."


캐이댄스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말을 계속했다.


"분명 일주일 전의 선셋은 그런 식으로라도 다른 포니들과 공감하고 협동하며 남을 아끼는 법을 배워가는 편이 좋았을 거예요. 물론.. 지금은 그런 게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새 포니가 되긴 했지만..."


이제 캐이댄스는 말이 없었다. 캐이댄스가 둑이 터지듯 쏟아낸 말에 셀레스티아는 정신이 다 혼미할 정도였다.


'그게 최선이었나..'


셀레스티아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며 아까 이퀘스트리아의 공주 앞에서도 사뭇 위풍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설파했던 작은 공주를 살폈다. 큐티 마크에 시선이 꽂혔다.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만, 저건.. 분명 1000년 전 크리스탈 왕국에서 봤던 크리스탈 심장의 모습이었다.


"저... 이모님..." 캐이댄스는 무안한 어조로 미적미적 입을 열었다.


"화나셨다면.. 죄송해요... 오늘 진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서.."


셀레스티아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복도 통로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과할 필요 없단다... 내게 꼭 필요한 충고였구나."


수양조카 말고 다른 포니였다면 셀레스티아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꺼낼 수나 있었을까..


"오히려 고맙구나. 내가 이퀘스트리아의 역사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내가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란다. 물론 그렇다고 더 저지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리고 둘은 말없이 한참동안 복도를 걸었다.


"...그래.. 네가 오늘은 같이 저녁을 못 먹겠다고 했었지? 무슨 일 때문에 그러니?" 먼저 말문을 연 건 셀레스티아였다.


"제가 새로 사귀게 된 성질 급한 친구에게 비행 연습을 시켜주는 거 제외하고 말이죠?"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캐이댄스는 대답했는데, 셀레스티아는 왜 수양조카가 그런 표정을 짓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음... 이모님. 할 말이 있는데요."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이런 게 더 반가웠다.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그 양조카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그런 험악한 이야기도 내게 당당히 말했거늘, 더 부끄러워할 거 있니? 말해보거라."


원래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를 완벽한 공주로써 섬기는 것이 아닌, 동등한 공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했었다. 셀레스티아도 그걸 원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아까 일은 진짜 자기가 제정신이었나는 생각이 들어 캐이댄스는 오히려 낯을 붉혔다. 아무리 셀레스티아가 용기를 복돋워주었어도 말이다.


"저기.. 제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다른 포니들이랑 어울리는데 약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셀레스티아는 약간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캐이댄스도 캐이댄스지만, 덜컥 공주 자리에 오르는 바람에 캐이댄스와 같은 어려움을 선셋이 겪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본 게.. 음... 보모 아르바이트를 해 볼까 생각중이에요."


셀레스티아도 예상 못한 의외의 답변이었다. "설명을 좀 해주겠니?"


캐이댄스는 발굽을 들어 날개깃을 잠시 고른 다음에 말을 이었다.


"용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요. 제가 알리콘이다 보니, 다른 포니들이 저한테 접근하는 걸 좀 많이 망설여하더라고요... 하지만 망아지들은 공주님이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요. 그리고 제가 자기 동생이랑 노는 걸 본 그 망아지의 오빠나 언니가 있다면.. 음.. 부담 없이 이야기를 걸기 편해지겠죠. 안 그래요?"





"용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요. 제가 알리콘이다 보니, 다른 포니들이 저한테 접근하는 걸 좀 많이 망설여하더라고요... 하지만 망아지들은 공주님이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요. 그리고 제가 자기 동생이랑 노는 걸 본 그 망아지의 오빠나 언니가 있다면.. 음.. 부담 없이 이야기를 걸기 편해지겠죠. 안 그래요?"




"흠.. 그리고 그 언니나 오라비가 네 맘에 들 경우 그 동생에게서 정보를 캐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니?"


셀레스티아는 장난스럽게 씨익 웃으며 물었다.


공주의 짓궂은 농담에 캐이댄스는 얼굴을 또 한 차례 붉혔다. 캐이댄스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그거야 이모님 생각이시죠."


"후후.. 아주 기막힌 발상 아니니? 그래.. 나중에 선셋에게도 도와달라고 부탁해보거라. 유니콘 망아지는 간혹 마력이 폭주해 여러 사고가 발생하고는 하는데, 네가 뿔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기 전 까진 그걸 달래는 데 힘이 좀 부칠 터이니 말이다."


캐이댄스의 표정을 보니 셀레스티아의 속셈을 이미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러죠 뭐.."


그리고 캐이댄스는 여우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선셋이 궁궐에 웬 포니를 한 필 데려와서 덜컥 신랑, 혹은 신붓감 데려왔다고 큰 소리를 쳐도 저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시구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목적지에 도달했으므로, 공주는 발길을 멈췄다. 그냥 궁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문이 달린 방이었지만, 그 앞에는 셀레스티아가 친필로 직접 작성하고 서명한 '접근 금지'라는 표어가 매달려있었다. 셀레스티아는 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캐이댄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바로 이모님이 선셋에게 보여줬다던-"


"그렇다."


셀레스티아는 수양조카의 말을 가로막으며 성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그 거울과, 그 거울을 만든 제작자에게 화가 나서 그랬던 거지 결코 조카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해는 말아줬으면 좋으련만..


캐이댄스는 기겁을 하며 문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셀레스티아를 쳐다보는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 담겨있었다.


"이런 망할!!....죄..죄송해요.... 전 저기 근처에도 가기 싫어요!!"


캐이댄스가 황급히 몸을 빼는 것을 보면서, 공주는 안심하라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말거라. 다시는 그 누구도 저 저주받을 물건에 가까이 가는 일이 없게 할 테니."


셀레스티아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뿔로 강력한 파괴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문을 좀 닫아주겠니? 괜한 소음 때문에 소란스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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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원래 세상의 트와일라잇이 캐이댄스가 한 말대로 우정을 배워나갔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 미묘합니다.


그리고 이 팬픽은 코믹스랑 공식 소설 설정을 상당히 많이 차용하는 것 같군요.



ps : 이걸 올리자마자 귀신같이 14000단어 정도의 새 연재분량이 올라오더군요. 미친;;


선셋 리셋은 지금 14화까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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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 리틀 포니 국내 방영으로 인해 인터넷 검색으로 이 곳에 찾아오시는 12세 미만 미성년자 여러분들과 부모님들에게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 곳에 게시된 번역된 만화 및 소설류들은 아직 자아 형성이 덜 된 미성년자들이 보기엔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이 허다하므로, 미성년자 여러분은 열람을 자제해 주시길 바라며, 해당 부모님들은 철저히 관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이렇게 써 봤자 모바일에서는 이거 못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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