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7258861


다크 소울 3 단편 팬픽입니다. 다크 소울 3 pvp에 관한 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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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오후, 이루실 대성당에서 기도를 마친 법왕 설리번은 평소 때처럼 대성당 뒤쪽으로 향했다. 발코니에 서서 눈앞에 활짝 펼쳐지는 산천의 절경과 높게 떠오른 달, 그리고 자욱하게 드리우는 밤의 어둠을 감상하며 명상으로 마력과 내면의 힘을 가다듬는 일은 설리번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기는 일중 하나였다. 


허나 오늘은, 무언가가 좀 이상했다. 도무지 신경에서 지울 수 없는 무언가가 바닥 도처에 깔려있던 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출처를 모를 핏자국이 흥건해있었다. 그것도 보통 핏자국도 아닌, 재의 마력이 물씬 풍겨지는 핏자국 이였다. 불꽃조차 되지 못한 가련한 재의 핏자국이..


이곳은 경계가 삼엄한 불가침의 성소이거늘, 어찌하여 재의 종자의 기척이 남겨졌단 말인가? 하다못해 아노르 론도를 거쳐 왔을 리도 없었다. 날개라도 돋쳐있지 않은 한은 저 고산의 도시부터 이 아래로 내려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설리번이 아는 선에선 재의 종자가 이곳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없었다.


설리번은 무릎을 꿇고 앉아 핏자국을 조사해보았다. 곧, 직검과 방패를 찬 재의 종자 하나가 주변을 돌면서 손에 든 직검을 맹렬하게 휘두르는 환영이 눈에 보였다.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슨 거대한 날붙이에 맞은 듯 어께에서부터 허리까지 갑옷째 갈려 비틀거리더니 털썩 쓰러져 재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깊은 곳의 마법을 사용해보기로 설리번은 마음을 먹었다. 부활이나 재구축 같은 본래 존재하지 말아야할 것을 구축해내는 건 깊은 곳의 마법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망자는 의지력만 남아있다면 스스로 재생이 가능한 존재들이라고는 하나, 깊은 곳의 마법만 있다면 이놈이 화톳불에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며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재생시킬 수 있을 테니, 그 놈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실토하게 할 작정이었다.


설리번은 한 쪽 팔을 앞으로 뻗었다. 깊은 곳에서 비롯된 어둠의 마력이 스멀스멀 소매를 타고 나와 피웅덩이쪽으로 똬리를 타듯 떨어졌다. 기압은 묵직해지고, 타락의 역한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곧 암흑 마력 사이에서 인간의 형체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재의 종자 하나가 설리번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멍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뭐지? 부활버그? 중소기업 게임이 또;;"


"네놈은 누구냐? 예까지 들어와서 핏자국은 어떻게 남겼지? 당장 설명해라!"


재의 종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설리번을 올려보았다. 그놈은 갈색 눈에 갈색 머리칼에 굵은 코. 전형적인 인간의 외모였다.


"아! 투기장에서 생각 없이 직검 R1질하다가 특대맨에게 참교육 당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도저히 이 세상 말 같지 않은 말을 주절대는 재의 종자를 보며 설리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 투기장이라고? 이곳은 내 성당 뒷마당이거늘, 감히 내 허락도 없이 투기장이 열릴 리가 없지 않느냐!"


재의 종자는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따라와. 직접 보여드림."


라고 말하며 재의 종자는 노란색 천이 매여진 빨간색 분필 비슷한 것을 품에서 꺼냈다. 그걸 바닥에 대고 슥 긋자마자 붉은색 룬문자가 나타나더니, 금방 "다른 세계로 소환됩니다."라는 정체불명의 문구가 재의 종자의 앞에 나타났다.


"이건 뭐지?"


설리번의 질문과 동시에 룬문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보면 알게 됨."


갑자기 온 세상이 태초의 화로의 불이 갑자기 꺼진 듯 어두컴컴해지고 재의 종자와 설리번 둘만이 그 어둠의 중심에 서있게 되었다. 설리번은 재의 종자의 목덜이를 잡아 들어 올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냐?"


"아니, 뭐 별건 없고. 암령으로 다른 차원의 너네집 뒷마당으로 소환되는 거거든. 내 설명 들어도 안 믿는 것 같던데, 거기 가서 직접 보면 납득하실 듯."


갑작스레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설리번은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배실 주변에 숨겨진 승강기를 타고 처음 보이는 문으로 나가면 보이는 성당의 테라스 위였다. 둘의 모습은 어느덧 흉흉한 붉은 기운을 물씬 풍기는 침입자 암령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순간, 재의 종자는 설리번의 손을 뿌리치고 오른편에 있는 계단을 내려갔고, 설리번도 그 뒤를 따랐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했을 그곳엔 여러 명의 재의 종자들이 형형색색의 기운을 풍기며 모여 있었는데, 다들 중앙에서 두 명이 벌이는 사투를 구경하며 응원중인 것 같았다. 


이들의 복장은 뭐라 말할 것 없이 다들 괴상망측했다. 자기 몸뚱이만한 무기들을 들고 있는 건 그나마 덜 요란스러운 수준이었다. 치부만 어설프게 가린 채로 철제 투구만 쓰고 있던가, 도저히 인간이라곤 봐줄 수 없는 얼굴과 피부색을 하고 있던가, 혹은 과거에 성당을 지켰던 거구의 기사의 갑옷을 상의는 안 걸치고 하의와 투구만 걸치는 식으로 하여 안 그래도 기괴한 장면에 차마 형연할 수 없는 괴기스러움을 더하는 것이었다.


이리 별나게 생긴 자들이 일제히 둘을 돌아봤으니, 설리번의 황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ㅎㅇ염."


황색의 태양령이 방금 이 세계로 침입해온 암령을 보며 반갑게 환영인사를 건넸다. "야 지금 막 붙었음. 이리 와서 봐봐. 존나 흥미진진하다."


재의 종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착석했다.


설리번은 여전히 황망하게 이치에 맞지 않는 이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머리를 굴리는 중이였다. 이놈은 누구지? 저놈들은 또 누구고? 도대체 남의 뒷마당을 왜 제 것처럼 쓰고 있는 중이란 말인가?


혼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설리번은 태양령에게 가까이 다가가 으름장을 놓으며 외쳤다.


"너! 이게 웬 소란인지 당장 설명해라!"


태양령은 설리번을 보고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상당히 짜증난다는 기색으로-


"미친 애미애비를 태초의 화로에 다이빙시킨 핵쟁이 쉐에에에리가. 할 짓이 없어서 설리번을 끌고 왔냐?"


"나 핵 안썼어염."


아까 설리번이 불러낸 재의 종자가 억울한 목소리로 항변을 시작하였다.


"부활했는데 화톳불이 아니고, 갑자기 설리번이 눈앞에 떡 나타나더니만, 왜 뒷마당에 핏자국들이 많은지 설띵충을 해달라는거 아뇨. 그래서 납석 긋고 설리번 데리고 여기까지 왔음."


"그게 핵이 아니라니 허 참 희한하구만.. 그래도 평소엔 미친년 널뛰듯 선빵부터 갈구는 놈이 대사부터 치는 걸 보니 일리는 있는 것 같고." 


절반 정돈 납득한 듯한 태양령이 설리번을 돌아보며 물었다.


"법왕양반. 그래도 여기 온 김에 아조씨들이랑 투기장 한판 뛰고 갈래?"


"이 몸을 앞에 두고 무슨 입에도 못 담을 저질 망발들을 지껄이느냐?! 네놈에게 본때를 보여주마!"


라고 외치며 설리번이 죄의 대검을 태양령의 목에 겨누자마자,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재의 종자들이 일제히 일어서더니 보기에도 흉악한 각종 거대 도끼, 대검, 창, 철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잠깐 모두 좀 진정해봐. 지금 여기 투린이께서 규칙을 잘 모르셔서 그러는 것 같은데, 설명좀 하고 넘어갈게. 첫째. 저 아래 정원 쪽에서만 싸운다. 둘째 사람들끼리 1:1로 붙고있을때애는 끼어들지 않는다. 글고 너님이 정원 무단 점거한거때문에 빡쳐있는건 알겠는데, 거 가끔씩은 머가리 비우고 대세의 흐름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 규칙만 지키면 누굴 난도질하든 뭐라 안할 테니까, 있다가 정정당당하게 한판 해봐. ㅇㅋ?"


설리번은 주변을 힐끗 돌아보았다. 순순히 여기서 빠져나오기란 애초에 그른 것 같았다. 그리고 저 재의 종자들. 언뜻 느껴지는 힘만 해도 결코 평범한 재의 종자들이 아니었다. 이루실에 침입하다가 결국 최후를 맞고 마는 불 꺼진 재들과는 아주 격이 다른 힘이었으므로 저들 모두와 싸우는 건 결코 현명한 처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설리번은 검을 집어넣었다.


주위를 에워싼 재의 종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려놓자, 태양령은 박수를 한 차례 짝 치며 말했다.


"거봐. 얌전히 구니까 얼마나 편해? 내 이름은 Bronn234라고 해. 투기장 들어온 거 환영하고, 차례 올 때까지 앉아서 구경하고 있어."


"...건방진 언행은 삼가거라 미천한 것. 감히 이루실의 지배자, 법왕 설리번의 면전에서 까불 용기가 나느냐?"


"네, 네. 개나 소나 다 아는 자기소개 잘 들었구요. 다들 너랑 몇회차 이상 싸워봤는데, 설마 네 이름을 까먹었을까?"

  

"무어라?!"


"아니, 그럼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온 것 같냐? 당연히 까칠한 집주인부터 몰아내고 들어왔겠지?'


"이-이 몸은 멀쩡히 살아있지 않느냐? 그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이곳 시공간이 상당히 불안정해서 말야. 분열된 시공간마다 각기 다른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나거든, 분명 네가 온 시공간의 재의 귀인은 아직 너까지 진행 안 했나보네. 운 좋구먼? 그래도 뒈질 운명 어디 안 갈 것 같지만."


"거짓말 마라!"


"팩트폭력에 버럭 성질부터 내는 거 좀 보소. 귀 따가우니까 목소리 낮춰, 투기장에 왔으면 지금 결투하는 사람들 응원이나 하셔."


태양령은 결투가 벌어지고 있는 정원 쪽을 가리켰다. 싸우는 영체중 한 명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파론의 불사대가 쓰는 대검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로스릭 기사가 쓰는 직검과 무기를 쳐낼 때 쓰는 원형 방패를 들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둘의 머리 위엔 빨간색 막대와 문자가 떠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저 투사들의 이름일거라고 설리번은 추측했다. 불사대의 검을 들고 있는 영체의 이름은 Zizyun Bulsa 였고, 직검을 들고 있는 영체의 이름은 Kim-Mangja이였다.


맹렬히 공격을 하고는 있었지만, 불사대 영체의 검술에선 검의 옛 주인들의 명성만큼의 기교나 정확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직검을 들고 있는 영체는 능숙하게 불사대 영체의 모든 공격을 회피하면서도 빈틈을 노려 정확한 참격을 가했다. 비록 아주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한대 한대가 불사대 영체의 기세를 점점 꺾어가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듯, 불사대 영체는 불현듯 왼손에 들었던 독특하게 생긴 단검을 땅바닥에 꽃아넣고 오른손에 든 검을 힘차게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건 불사대 영체의 크나큰 실수였다. 침착하게 불사대 영체의 움직임을 살피던 직검 든 영체는 불사대의 등이 자기 쪽으로 노출되자마자 가지고 있던 직검으로 불사대의 무방비한 뒷면을 처참하게 찍어버렸다. 직검 든 영체은 상대의 등에 깊숙이 박힌 검을 고쳐 잡은 뒤 한쪽발로 등짝을 힘차게 후려쳐 다시 빼냈고, 영체의 발길질에 쓰레기처럼 굴러 쓰러진 불사대 영체은 단말마를 지르며 재로 산화했다.


그리고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승리 축하요!"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Bronn234는 승자를 지목했다. 그리고 설리번은 다시 손을 들더니 설리번을 향해 가리키고는..


"다들 투기장 늅늅이를 환영해주세요! 규칙도 준수하고 있으니 이번만 특별히 일찍 하게 해줍시다!"


설리번은 말없이 정원 쪽으로 뛰쳐내려간 뒤, 위에서 이죽거리는 태양령을 올려보았다. 불타는 격노가 설리번의 마음을 채웠다. 생각만 같아선 여기 있는 놈들을 다 몰살해버리고 싶었다. 망할 놈의 불 꺼진 재들 같으니라고! 이 땅의 주인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거늘, 어찌 이 성소를 그놈들의 핏자국으로 더럽힐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설리번은 몸을 돌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Kim-Mangja를 노려보았다.


넘치는 살의를 설리번은 겨우 참아냈다. 좋다. 까짓 거, 일단은 놈들의 장단에 맞춰주자. 한 놈씩 차례대로 죽여 나가면 이 저주받을 투기장도 붕괴하리라. 대성당의 주인은 다시 이 땅을 되찾고, 불 꺼진 재의 종자들은 영영 여기에 발을 붙이지 못하리라!


설리번은 두 대검을 힘차게 뽑아들었다. 깊은 곳의 마력과 죄의 불의 마력으로 양 손의 검이 두 가지 색으로 밝게 빛났다. 여기 있는 그 어떤 재의 종자도 이 힘을 능히 감당할 수 없을 거다. 아무리 세상이 여러 가지로 갈라졌다고 한들, 어찌 설리번이 한낱 불 꺼진 재에게 당할 수 있단 말이던가. 그 태양령 놈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 바야흐르 이루실의 주인의 분노를 놈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때가 되었다.


겁 없게도 먼저 덤벼든 건 Kim-Mangja이었다. 설리번은 분노와 살기를 가득 담아 죄의 대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한방이면 저놈은 무력하게 재로 돌아가리라. 나약한 불사자여. 오직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만이 부릴 수 있는 죄의 불길의 위력을 똑똑히 깨닫게 해주겠다. 어찌 이 몸이 질 수 있단 말인가? 앞에 있는 이놈은 복장도 괴상망측하고 초라한 보잘 것 없는 망자인 것을. 한방이면 끝나-




텅!











분명 재의 종자를 내리찍었어야 할 죄의 대검의 궤도가 무언가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엉뚱한 방향으로 어긋나버렸다. 기세를 가다듬을 틈도 없이, Kim-Mangja의 직검은 설리번의 가슴 정중앙을 정통으로 꿰뚫었다.


설리번은 경악에 찬 신음소리를 뱉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법왕 설리번이! 이루실의 지배자가! 불 꺼진 재에게 농락을 당하다니! 불꽃조차 되지 못한 한심한 놈들에게?!


Kim-Mangja가 칼을 설리번의 몸통에서 뽑아내자, 설리번은 비틀거리는 온몸을 간신히 가누고 깊은 곳의 마력을 사용해 분신을 소환해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Kim-Mangja는 무자비하게 직검으로 설리번을 난도질했고, 버티다 못한 설리번이 중심을 잃고 무릎을 꿇자, 다시 한 번 검날은 설리번의 가슴을 깊게 찌르고 들어갔다. 설리번의 눈앞이 새하얘졌다. 두 검은 어느새 손에서 떨어져 힘없이 바닥을 굴렀고, Kim-Mangja는 설리번이 몸을 더 이상 일으키지 않을 때까지 야만스럽게 칼질을 반복했다.


승부는 끝났다.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를 날렸다.


"이...이럴...리가.....없는...데..."


설리번의 육신이 재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두 눈이 감겨오는 와중에 Kim-Mangja가 설리번 볕으로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속삭이기를


"야. 걱정 마. 안 죽어. 이 세계에서 추방되기는 하지만, 좀만 지나면 원래 세상에서 멀쩡하게 부활할걸?"


"어떻게.... 이... 몸을... 쓰러트렸단 말이더냐...."


Kim-Mangja가 히죽 웃었다. 설리번은 그 웃는 눈 안에서 인간성의 심연, 그 깊은 바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올 거야? 그렇담 한 마디 해줄 말이 있는데."


"그..그게 무슨-"


"꼬우면 연습해 허접쉐리야."("Git Gud scr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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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말 몇달간을 쥐죽은듯이 일만 하고 있었죠. 이젠 좀 여유가 남네요.




아참, 오랜만의 번역물이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대다수의 분들이 기대하는 게 아니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조만간 선셋 리셋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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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귀환을 기다리며..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귀환을 기다리며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51820/prepared-for-her-return


작가 코멘트 : 선셋 쉬머가 거울 너머의 세계로 넘어간 후, 셀레스티아 공주는 몇 년 동안을 선셋이 돌아오면 과연 상황이 펼쳐질지를 상상하며 지냈답니다. 종이에다 적어두기까지 했다니까요?


심지어 그간 적어놓은 양만해도 책 한권 분량이라죠..


2016년 11월 11일 추가 : 우와 ㅅㅂ! 이게 화제의 팬픽 란에 다 뜨네? 고맙습니다. 여러분.



병맛 단편 팬픽입니다.


넵. 이번엔 병맛 팬픽 번역 텀이 좀 짧군요. 찰나의 나쁜 선택이..(http://kysslave.tistory.com/966)를 번역한 게 엇그제같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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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이 도질 때에는 글 쓰지 말 것






때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캔틀롯의 여름날이었습니다. 한가하게 집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날이었죠.


거기에 더해, 오늘은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설정해놓은 '완벽한 날.'의 조건에 딱 부합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조건이 뭐나구요? 세부적인 면은 제외하고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겠네요. 


첫째.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날씨일 것.


둘째. 세계를 정복하거나 파괴하려고 달려드는 과대망상증적 악당이 하나도 없어야 할 것.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요.. '개마적인 용무.'를 핑계로 오늘 하루 나랏일을 쉴 수 있을 것.


자. 딱 봐도 느긋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요. 왜 공주님은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는 걸까요?


당연히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동생, 루나 공주님이 이 사실을 그냥 지나갈리 없었죠.


"언니. 왜 이리 안절부절 못 하십니까? 트와일라잇 공주와의 다과회는 그리 긴장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태양의 공주님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죠. 


"평소대로라면 그렇겠다만.. 너도 알잖니... 오늘 트와일라잇이 다과회에 누굴 데리고 오는지..."


"아...! 그랬었지요. 분명 언니의 전 제자, 선셋 쉬머가 온다고 했었지요? 옛 제자와의 해후이거늘 어찌 그리 염려되는 기색만 다분한 겁니까? 기쁘지 않습니까?"


"물론 진심으로 기쁘긴 하다만.. 나는 여러 해 동안 선셋과 재회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줄곧 상상을 하곤 했단다. 만약 그 중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드는걸 어떡하니? 게다가 트와일라잇이 말해줬잖니. 선셋이 다른 세상의 조화의 마력을 통해 알리콘으로 승천했다고. 그렇담 선셋이 자기부정에 빠져 승천한 자기 자신을 못 받아들이는 상황도 고려를 해야 될 테고..."


"이해하기 어렵군요. 도대체 선셋이 왜 공주가 되는 걸 꺼려한단 말입니까? 트와일라잇도 분명 선셋은 과거의 실수를 통해 성장했고 책임감 또한 강해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거부감이 든다는 이유로 새로이 얻은 공주의 증표를 가벼이 여기지는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국사를 믿고 맡길 포니가 한 필 더 생기는데요."


루나 공주님은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앞발굽으로 가볍게 한번 툭 치고 말을 이었죠.


"언니는 너무 최악의 상황만 염려를 하고 계시는군요. 언니가 무슨 미래를 예측해본답시고 시시콜콜하고 말도 안 되는 걸 다 적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 그런 포니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그...그렇단다, 루나. 하 하 하 하.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겠니. 하 하 하... 하....?"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필사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억지로 웃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죠.


"...언니. 설마... 진짜 만든 건 아니시겠지요?"


"무..물론이란다. 내가 왜 '선셋 귀환 시나리오.'같은 리스트를 만들어두겠니?"


"휴.. 잠깐 동안이지만, 진짜로 그러셨을까봐 가슴이-"


"대신 책 한권을 썼다! 젠장맞을!"


급작스런 고백에, 루나 공주님은 장~~~~~~~~~~~~~시간 넋을 놓고 있다가, 꾸물꾸물 입을 열어 질문했습니다.


"무...무...무엇이라고요? 언니, 어째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대비해둔다고 해서 해가 될 건 없잖니? 이런 생각으로 적기 시작했더니, 처음에는 적은 양의 목록이었던 게 나중 가니 거의 작은 책 한권분량이 다 되어가더구나.... 그런데 그게 그리 유난을 떨 일이니?"


"아뇨. 오히려 적절했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깐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언니의 망상에서 비롯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계셨지 않습니까? 어디 그래. 그 책 한번 보여주시지요.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왕좌 측면에 감춰진 서랍에서 무지막지한 크기의 '작은 책'한 권을 마력으로 꺼내 루나 공주님 앞에 가져다 놓았죠. 거의 어지간한 장편 소설 뺨치는 분량의 이 책은 표지에 '선셋 쉬머의 귀환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 셀레스티아 공주 씀.'이라는 제목과 저자 표시와 함께, 거울에서 나오고 있는 호박색 유니콘의 모습이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놀라웠지만, 루나 공주님이 책을 펼쳐보니 더 놀라운 내용이 펼쳐졌습니다. '제 1장 - 내 신상과 이퀘스트리아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혹은 '제 32장 - 괴이쩍은 평행세계와 연관되는 경우.' '제 156장 - 눈물바다.' 등등, 목차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돈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나중에 찾아보기 편하게끔 정리는 깔끔하게 해 놨단다..." 낯빛을 붉히며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멋쩍게 설명했습니다.


매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기 언니를 힐끗 한번 본 뒤, 루나 공주님은 책의 아무 장이나 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상황 제 24-금#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예전 제자를 바라본다.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드리죠." 갑자기 선셋은 뿔에서 강력한 위력의 광선을 발사! 왕궁 천장에 거대한 구멍을 뚫게 되고..


뒤이어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 승리는 결국 태양의 알리콘에게 돌아가고, 선셋은 추방당해 감옥에 감금된다.



상황 제 25-금#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예전 제자를 바라본다.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드리죠." 갑자기 선셋은 새로 돋아난 날개를 활짝 펼친다.


뒤이어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 승리는 결국 태양의 알리콘에게 돌아가고, 선셋은 추방당해 감옥에 감금된다.



상황 제 25.5-금#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예전 제자를 바라본다.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드리죠." 갑자기 선셋은 새로 돋아난 날개를 활짝 펼친다.


뒤이어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 승리는 결국 선셋에게 돌아가고, 셀레스티아 공주는 거울 너머로 추방당한다.



상황 제 01-급#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예전 제자를 바라본다.


"말고기... 맛있겠다...! 츄릅!"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선셋은 입맛을 다신다.


"뭡니까? 이 엉성한 문맥에 반복되는 서사 구조는. 전개 방식도 아주 엉터리군요."


"점점 나아질게다... 아마도..."


루나 공주님은 몇 장을 더 넘겼습니다.



상황 제 09-컵#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셀레스티아는 예전 제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당초 예상대로 셀레스티아에게 자부심을 표출하거나 위협을 하는 대신, 선셋은 우스울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셀레스티아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선셋의 입 안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얼마간 선셋은 꽉 찬 풍선과 같은 형태였다가, 갑자기 도로 날씬해지더니 스승의 뿔과 스승의 갈기를 단 모습으로 변화하고 말았다.


"뽀요!" 선셋은 행복하게 외쳤다.



"이건 대체... 절반도 알아먹기 어렵군요."


"예전에 내가 스타스윌과 차원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문물을 접한 적이 있었잖니.... 별의 커비.. 재밌었는데..."



상황 제 96-몬#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선셋은 기묘한 모자를 하나 쓰고 위쪽은 적색, 아래쪽은 흰색인 이상한 공 하나를 마력으로 들고 있었다. 곧 선셋은 들고 있던 공을 공주에게 던졌다.(위의 삽화 참조.) 셀레스티아의 몸에 맞은 공에서 나온 적색 광선이 셀레스티아의 몸을 감쌌고, 셀레스티아는 그 공 안에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바닥으로 떨어진 공은 여러 번 들썩거리다가 '똑'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임이 멎었다.


선셋은 공을 주워들며 외쳤다. "신난다! 셀레스티아를 잡았다!"


 

"언니... 정신 건강은 안녕하신지요?"



상황 제 21-명코#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선셋은 검은색 패도라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예전 제 잘못을 사과하러 왔어요. 거울 너머의 세상에서 지내면서, 마침내 제 잘못을 깨닫게 됐지요.. 자. 스승님께 드릴 선물도 가지고 왔어요. 이 약 한 알만 있어도, 다시는 병에 걸리지 않는 몸이 될 거에요."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셀레스티아는 예전 제자를 믿기로 했다. 선셋에게 약을 받아 입에 넣는 순간... 비열한 미소가 선셋의 표정에 씩 스쳤다.


"아아.. 설마 자기 발굽으로 독을 받아 먹을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는데. 셀레스티아."


고통이 셀레스티아의 육체를 엄습. 버틸 힘도 없이 셀레스티아는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이 뜨겁고, 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편안히 가시길, 스승님. 아-하하하하!"


셀레스티아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몇 시간 후. 셀레스티아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온몸이 쑤셨지만, 몸을 일으킬 수는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주변의 모든 게 다 평소보다 커 보였다. 셀레스티아는 황급히 거울을 보았다. 거기엔.. 공주의 평소 모습은 온대간대 없고, 분홍 갈기의 알리콘 망아지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좋습니다. 언니. 정말 도가 지나치군요. 이번건 외부 세계의 허무맹랑한 만화를 읽고 글을 쓰신 겁니까? 이런 망상은 더 이상 말고 현실을 보십시오. 언니가 지금 선셋을 보고 싶어 하고, 선셋도 지금 언니를 보고 싶어 하는 그 사실 하나가 중요한 거 아닙니까? 어서 이 정신 나간 내용이 담긴 책일랑 꽁꽁 묻어두는게 좋을 겁니다."


"..네 말이 옳구나, 루나.. 하긴.. 이 책도 다른 책들처럼 과거에 묻어두고 미래를 봐야 할 때지."


루나 공주님은 활짝 웃... 잠깐.. 방금 엄청 신경 쓰이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다른 책들이라고요? 아아... 자매여.. 설마..."


"그렇단다.. 하아.. 내가 이런 짓을 한 건 비단 선셋 하나만은 아니지. 수천 년 동안 여러 악당들이 이퀘스트리아의 미래를 위협했고, 난 그자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단단히 대비를 해 놔야 했었다. 솜브라와 티렉에 대해서는 이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목록을 만들어놨단다. 그로가와 캐트리나는 두 말하면 입아프지.."


"나이트메어 문은 왜 빼놓고 말하십니까?"


"별로 특별한 부분은 없기 때문이지.."


"분량은 대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어... 서가 하나를 꽉 채울 정도?"


솜브라 같은 악당들에 비해 압도적인 분량에, 루나 공주는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왜죠? 어..어째섭니까?"


"1000년 동안 어찌나 외롭고 지루하던지.."


"왜 한 번도 제 눈에 띄지 않은 거지요?"


"그거야 네가 눈길 한번 안 줄 곳에 감춰놔서지. 도서관의 십대 흡혈귀 일진 연애물 섹션에 숨겨놨단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동생이 멱살 잡고 따질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나 공주님은 오히려 한숨을 쉬더니 오히려 침착한 어조로 말을 했지요. 


"...지금은 그냥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착각은 마십시오. 그저 경사스런 날을 망치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어물쩍 이 일을 넘어가 드리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헌데, 궁금하군요. 언니가 상상한 제가 돌아왔을 때 벌어질 가장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지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감히 일전에 날 달로 추방했겠다! 이제 대가를 치를 때다!" 나이트메어 문은 패배한 셀레스티아를 보고 외친다.


"제발 자매여.. 부디 이 광기를 멈춰다오!"


"입 닥쳐! 자 이제 널... 네 방으로 내쫒겠다! 거기서 1000년 동안 싸구려 뱀파이어 십대 일진 연애물이나 실컷 봐라!"


"아노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셀레스티아는 영혼의 절규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공포로 몸을 부르르 떨며 더듬더듬 말했습니다.


"벼..별로 말해주고 싶지는 않구나. 차라리 달로 추방되고 말지..."


"어쨌든 언니의 정신 나간 책 이야기는 그만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만, 선셋과의 만남이 어쩔지 너무 걱정만 하지 마시- 잠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루나 공주님은 다시 책을 펼치더니 무언가를 빠르게 찾기 시작했습니다.


"찾았다! 자. 이 상황을 좀 보십시오."



상황 제 5-눈셀먼#


거울에서 뛰쳐나온 선셋. 곧바로 셀레스티아에게 달려가 포옹한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전부 다 죄송해요. 제가 정말 버릇이 없었어요. 무슨 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을게요."


선셋은 스승의 품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걱정 말거라 선셋. 이미 널 용서한지 오래란다." 셀레스티아는 사랑스런 제자를 양 날개로 꼭 감싸 안아주었다.



상황 제 13-눈선먼#


거울에서 나오는 선셋. 겁먹은 표정을 한 채 쭈뼛쭈뼛 셀레스티아 앞으로 다가간다. 스승의 고함과 처벌을 기다리며. 하지만-


"미안하다 선셋.. 난 네 스승 자격이 없는 포니로구나.."


선셋은 이건 예상치 못했다. 얼결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 된 선셋은 갑자기 밀려오는 죄책감에 아까 먹었던 굳은 마음도 놓아버린 채 펑펑 울기 시작한다.


"죄송해요.. 저도 스승님 제자 실격이에요.."


선셋은 소리 내어 울며 스승을 꼭 껴안았다.



상황 제 2-눈양자#


선셋과 셀레스티아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둘은 기회만 보다가 동시에 입을 연다.


"전에 있었던 일-"

"전에 있었던 일-"


"죄송해요. 스승님 말을 좀 더 들었어야-"

"미안하다. 선셋 네 이야기도 들었어야-"


"그만하세요. 점점 더 어색해지기만 하잖아요."

"그만하거나. 점점 더 어색해지기만 하잖니."


".. 보고 싶었다 선셋."

".. 보고 싶었어요 스승님."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둘의 눈.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이제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장담컨대 오늘 만남은 이것과 비슷한 전개로 흘러갈 겝니다. 언니는 선셋이랑 사과하고 서로 가슴 벅찬 순간을 만들며.. 어.. 전 그동안 도서관 흡혈귀 연애물 섹션에 있는 책들을 불사르고 있겠습니다. 그럼 모두 만사형통 아닙니까?"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이제 마음을 놓은 듯 보였습니다.


"그래.. 용기를 주어 고맙구나, 루나. 처음에 추태를 보인 것 사과하마. 이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 것 같구나. 선셋이 내 곁을 떠날 적, 그 쓸쓸하고 냉랭한 그 모습을 내 쉬이 잊지 못했던 까닭인게야.."


"필시 선셋도 언니만큼이나 염려하고 있겠지요. 지금 캔틀롯으로 상경하는 기차를 타면서 언니와 재회할 생각만 가득할겁니다."


루나 공주님은 언니를 정겹게 다독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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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까 언급되었던 포니빌-캔틀롯 상경 열차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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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 정말 아름답지 않아?"


선셋은 새로 돋아난 날개를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조화의 마력 좀 써봤더니 막 날개까지 달아주고 말이야. 아니, 이렇게 날개 얻기가 쉬운데, 왜 그동안 알아서 알리콘이 된 포니가 단 한필도 없었지? 근데 나는 무슨 공주를 하면 어울릴까? 인간의 공주? 고등학교의 공주? 베이컨의 공주? 아! 너랑 같이 우정의 공주 자리를 나눠먹으면 되겠네. 근데 이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아~ 진짜, 지금은 캔틀롯 성에서 무슨 일이 터져도 다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야. 스승님이 만약 날 추방한다면? 맘~대로 하시라지. 요 '서니.'랑 요 '쉬미.'가 자란 것만으로도 이퀘스트리아에 돌아온 가치가 있었으니까!"


참고로 말해두는데, '서니.' 랑 '쉬미.'는 선셋이 자기 날개에 붙인 이름입니다.


"야! 너 너무 신난 거 아냐? 물론 날개가 생겨서 엄청 기쁜 그 심정 나도 모르는 건 아닌데, 난 그래도 네가 스승과 제자끼리의 재회를 좀 더 기뻐할 줄 알았거든?"


트와일라잇이 대놓고 짜증을 팍팍 내며 선셋을 비난했지만, 선셋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뭘 잘 몰라서 그래." 


이 부분에서 이미 트와일라잇의 표정은 완전히 구겨졌죠.


"물론 스승님과 다시 만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잖아? 깃털 염색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끝부분을 빨간색으로 물들이면 막 그냥 날개가 불타오르는 것 같아 보이고 멋지겠지? 잠깐, 그럼 내 사촌 스핏파이어 갈기 색과 약간 비슷하겠네? 아! 사촌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중에 클라우즈데일에도 잠깐 들리자. 걔한테도 새 친구 서니랑 쉬미를 소개시켜줘야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 원더볼트에 입단하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애였는데 걔 실력이라면 지금쯤 주장 자리에 올라있지 않을까? 아 맞다! 나도 훈련 좀 하고 원더볼트에나 입단해볼까? 참! 훈련 같은걸 할 필요가 없겠네! 그냥 내 말 한마디면 프리패스인데! 그리고 말이야..."


끊임없이 주절대는 선셋을 외면하며 트와일라잇은 먼 산을 보았습니다. 선셋이 왕관을 훔치러 왔던 그 날, 선셋을 따라 거울로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라고 후회하면서요.


'아니 왜... 아니 대체 왜! 상황 제 42-싸없알#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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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없알은 '싸가지 없는 알리콘.'의 준말입니다.


선셋과 셀레스티아의 재회를 다루는 팬픽은 벌써 여러 편 나왔지요. 제 블로그에서도 몇 편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 팬픽을 번역한 건 그 수 많은 재회 팬픽들의 클리셰를 정리하며, 그걸 뒤엎는 전개가 상당히 색달라서 번역했...사실 그냥 병맛나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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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나쁜 선택들이 평생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53895/bad-decisions-make-better-stories)



작가 코멘트 : 선셋 쉬머가 추방되기 전, 셀레스티아 공주와 마지막으로 나눈 필담은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달리 절대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정신 나간 소동과 이를 해명하려는 어설픈 시도만이 있었을 뿐이죠.


어쨌든 다 선셋 잘못이라는 것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부주의한 성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가 나오므로, Teen등급으로 게시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번역하는 병맛발랄한 개그 팬픽입니다.


선셋X트와일라잇을 약간 포함하고 있사오니, 동성애 페어링에 면역이 없으신 분들은 유념해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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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티아 스승님께


분명 중대차한 외교 문제로 머리가 아프실 텐데 아침부터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마도 몇 시간 후에 스승님은 어제 캔틀롯 성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소식을 왕실 전령을 통해 받아보시게 될 텐데, 스승님의 집사, '애플쏜'의 편협하고 자기변호에 치중된 사설을 읽는 것보단 제 객관적인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걸 먼저 보시는 게 바람직하다 여겼으므로 이렇게 먼저 서신을 보냅니다. 그, 아시잖아요. 그 포니가 얼마나 날 눈엣가시로 여기는지. 그 포니가 뭐라고 하던 이번 일은 절대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아 진짜,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스승님이 출국하시기 전, 제게 왕궁 정원을 하루 동안 마음대로 쓰게 해 줄 테니 동기들을 모아 친목회라도 열어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잖아요. 그게.. 좀.. 일이 웃기게 되어 버렸는데.. 제가 주방에 음식을 주문할 떄 저답지 않게 소수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요리사들이 제 동기들이 먹을 양의 10배나 되는 양의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더군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달게 지겠습니다. 이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 제 실수니까요. 아래 내용을 읽으시기 전, 제가 진지하게 책임을 지려는 이 성숙한 태도를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아까운 음식을 버릴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요리사들이 음료수가지고 거대한 분수까지 제작해 놨더라고요.(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실력이었죠.) 그래서 저는 동기들에게 음식 썩히긴 아까우니 학교에서 아는 포니들 있으면 아무나 초대해서 데리고 오라고 했죠.


..생각해보니 1마당 초대 마원을 제한하두지 않은 게 제 두 번째 실수 같군요..


결국 제가 정원에서 성대한 파티를 연다는 소문이 전교에 파다하게 퍼지게 되서, 유니콘 학교 전원이 원래는 소규모로 기획된 이 친목회에 참석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100필이 넘는 십대 유니콘이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꽤 괜찮게 일이 흘러갔습니다. 경비병들은 궁궐 내 금지구역에 다른 포니들이 못 들어가게 막는 둥 제 역할을 다했고, 애플쏜은 나한테 유감이 많은 눈치였지만, 저와 함께 파티장 내 질서정연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다들 별 탈 없이 내가 연 파티를 즐기고 있으니 '내가 이런 포니다.' 라고 자랑하며 관심을 끌고 싶더라고요. 마침 다른 포니들이 제가 기말고사를 통과할 때 쓴 주문을 보고 싶어 하기에 모인 포니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베지바인의 급속 성장.' 주문을 정원 아무 식물에다가 시전했죠.


전에도 별일 없이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줄 알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왕궁 전체가 무슨 거대한 남우시아산 약초 비슷한 걸로 뒤덮여 있더군요.


아. 네. 네. 세 번째 실수라고 해 두죠. 깜짝 놀라 덩굴 전체를 불태워버렸는데.. 어.. 이게 제 네 번째 실수였네요..


물론 왕궁 전체를 깡그리 불태웠다는 건 아닙니다. 저 잘 아시잖아요. '이그니우스의 내부 소각 주문'을 써서 건물에 부분부분 그을음은 남을지언정 홀랑 태워먹는 일은 없었고, 심각하게 다친 포니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정도만 제 잘못이지, 나중에 일어난 일은 맹세코 제 잘못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반성중인 제자


선셋 쉬머 올림




 다른 포니들이 제가 기말고사를 통과할 때 쓴 주문을 보고 싶어 하기에 모인 포니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베지바인의 급속 성장.' 주문을 정원 아무 식물에다가 시전했죠.


전에도 별일 없이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줄 알았지만.. 



선셋 쉬머는 보거라.


부디 무슨 일을 행하기 전, 심사숙고하는 버릇부터 기르기를 바란다. 네가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그르친 적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지 않니?


네 행동에 약간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다만.. 그래. 완벽한 포니는 없는 법이지. 심각하게 다친 포니가 없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비록 불에 그슬린 왕궁을 보수하려면 예산이 만만치 않게 소모되겠지만, 그나마 중대한 역사적 가치가 담긴 유물들을 궁궐 내 개방된 공간에 함부로 놔두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구나. 그동안 무수한 침략자들, 반란군들, '부주의한 제자.'가 파괴 행위를 벌이는 걸 여러 번 겪어봤기에 부득불 이런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었지.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선셋 쉬머는 보거라.



네 서신에서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구간이 있어, 재차 펜을 든다. '나중에 일어난 일.' 이라니?


게다가 궁정 정원에 있는 남우시아산 약초라.. 설마 2년 전 마와리 대사가 선물로 가져온 대마 묘목에 주문을 건건 아니겠지?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제발... 이거 보고 화내지 말아주세요.


전 그 식물이 뭔지도 몰랐어요! 외래식물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잖아요! 첨엔 연기 냄새가 지독한 거 빼곤 다 괜찮은 것 같았어요. 경비병 하나가 내가 다가오더니 성난 목소리로 뭐라 뭐라 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뭔 말을 하는지 어질어질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정원에 모인 학생들이랑 경비병들이랑 왕궁 마원을 포함한 모든 포니들이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요.


잔디밭에 주저앉아 헤벌레 하고 웃는 포니들이 대부분이었고. 낄낄 웃으며 헛소리를 하는 포니들도 많았어요. 저도 약간 넋을 놓고 정신을 차려보겠다고 미도우브룩의 미해결 방정식을 혼잣말로 계산했었는데, 해답이 딱 나와서 저도 엄청 놀랐었어요. 곧바로 까먹긴 했지만.. 


더 기이한 게 뭔 줄 아세요? 애플쏜은 그 와중에서도 제정신이었다는 거죠.


매우 송구한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선셋 쉬머는 보거라.


일단, 내가 화를 눌러 참는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대마를 불태운 연기를 포니가 흡입할 때 증상이 어떤지는 이미 서면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어 너도 잘 알 것으로 믿는다. 너의 부주의함으로 말미암아, 국가 행정의 중심부가 되는 곳이 하루(혹은 그 이상. 네가 묘사한 글로 미루어보았을때) 마비됐을 게 분명하니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길 바란다. 


대마의 약효가 일시적이며, 단기간 사용으로는 영구적인 뇌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행으로 알거라.


그나저나 애플쏜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쩐지 그 포니는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30년 동안 공직의 경직된 문화에 익숙해져있는 포니다 보니, 쾌락을 느끼는 회로가 아예 망가졌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만.


심히 심기가 불편한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단기간 사용으로 영구적 뇌손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죠? 알코올이랑 동시에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은 없나요?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선셋 쉬머는 보거라


분명 네 나이에 주류를 입에 대는 건 내 법으로 금했던 걸로 안다만? 술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게냐?


격노한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전 분명 혹시나 해서 물어본-



선셋. 얼버무리지 말고 대답하거라.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게냐, 아니면 실제로 그때 술을 마셨던 게냐?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저... 사실.. 실제로 술을 마시긴 했어요. 근데 진짜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그때 제게 화를 냈던 경비병이 멀쩡히 있는 음료수 분수는 놔두고 갑자기 목이 마르다기에 - 지.. 진짜 그땐 그 포니가 완전히 정신줄 놓은 줄로만 알았는데요, 그 다음에 하는 말이 글쎄, 이런 자리엔 와인을 마시고 진탕 놀아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어서 그 경비가 얼마나 가져올까라고 물어보던데... 아.. 왜 내가 진짜 그때 "싸그리!" 라고 말을 했는지..


..전부 약기운 때문에 저지른 일입니다. 절대 제정신으로 벌인 일이 아니었어요.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지..지금 짖궃은 농담을 하고 있나보구나? 그렇지? 왕궁엔 내가 이백년 동안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수집한 빈티지 와인들이 수천통 넘게 있거늘 그걸 다 꺼내왔다고? 말이 돼는 이야기를 하거라.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어.. 그냥 장난이라고 둘러대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차피 금방 들킬 것 같고 스승님께서 '실수를 저질렀으면 반성하고 앞으로 반복하지 마라'고 가르치셨으니, 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이미 왕궁 내에 연기가 자욱해서 대부분 제정신들이 아니었던 데다가 음식까지 잘 보이는 곳에 쌓아두었으니, 나중 가니 경비병들이랑 왕궁 내 계원들, 시종들까지 어느 순간 파티에 끼어있었거든요. 그 수많은 유니콘들이 단체로 와인을 나르는 모습을 보니 진짜 장관이더라고요. 하하...


아. 와인 저장고를 터는 포니들 앞을 막아서는 애플쏜을 포박하고 재갈까지 물려놓은 포니는 제가 절대 아님을 밝혀둡니다.


나중에 그 꼬락서니를 보고 무지 비웃어주긴 했지만요. 물론 지금은 진심으로 반성중입니다.


스승님의 빈티지 와인 컬렉션은... 원상 복구 하시려면 또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절 추방하지 말아주세요.


선셋 쉬머 올림



아아. 역시 농담이었구나. 설령 그 수천통이 넘는 와인을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한들, 그걸 거기 있는 포니들이 다 마실 수는 없을 테지. 


축하한다. 이 스승을 몇 분이나마 훌륭하게 속였구나. 옛 생각이 나는군. 장난치기 좋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와 맞선 적이 있었지. 


물론 그자가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 너도 익히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추신 : 애플쏜 부분은 솔직히 좀 웃겼단다.


너의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 씀



...돌아와서 보시면 왕궁 정원에 여전히 와인으로 채워진 호수가 남아있을거에요. 그 옆에 버터로 동산을 쌓자는 포니들은 어찌어찌 말리기는 했는데..


와인 호수 안에서 수영하는 포니들은 결국 못 막았네요..


선셋 쉬머 올림



그러니까... 성 안의 모든 포니들과 수백 필이 넘는 학생들이 술에 취하고 또 약에 취했다 이 말이냐?


선셋. 정녕 처음 네 말대로 이게 네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그래.. 네 소규모 동기 친목회가 또 무슨 행사를 가장한 사고를 벌였는지 솔직히 고하거라.



으.. 제가 큰 사고를 친 건 잘 아는데요, 그래도 나쁜 일만 생긴 건 아니라니까요?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인 학생들이 파티에 와서 정신줄을 완전 놓다 보니까.. 때마침 봄이고 또 발정기도 다가오고..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못 참고 거사를 시작했는데, 와 좋다! 하고 주변에서 우르르 몰려들고.. 그러다보니-

선셋... 설마 궁궐 정원에서 난교가 벌어졌다는 거니? 지금?

..아마도 캔틀롯 일간지 1면에 이런 내용이 실릴 것 같은데요, 천 필이 넘는 궁내 포니들과 유니콘 학교 학생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난교.'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정말 무책임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이런-





....



선셋. 캐이댄스가 막 내게 서신을 보냈구나. 12시간 이내에 임신 여부를 판별할 방법을 물었는데, 왜 이런 내용의 서신을 보냈는지, 네가 직접. 세밀히. 설명해주려무나.


어...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니, 솔직히 제 잘못인가요? 약기운 못 이기고 술에 고주망태가 된 지 잘못이지.


..걔 다녔던 학교 성교육 수준이 형편없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너랑 캐이댄스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건 내 잘 아는 사실이나, 그래도 그런 저질스러운 농담은 삼가도록. 내 인내심에도 한계란 게 있는 법이다.


아뇨.. 진짜 농담하자는 게 아니라,


걔가 임신을 했을 리가 없을 텐데요?


걘 분명 나랑-


이런 망측한 일이! 제발.. 거짓이라고 말해주렴. 정녕 내 조카의 순결을 앗아간 게냐?



셀레스티아 스승님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랬을지도?


스승님의 제자


선셋 쉬머 올림



아마 그랬을지도라니?!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같이 잔거 맞아요. 근데 나도 술기운이랑 약기운에 쩔어있었고, 걔가 자기가 더 연상이니까 이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하면서 꼬리를 쳤단 말이에요.


그러니 아주 제 잘못만은 아닌 거죠? 맞죠?



그 모든 원인을 제공한 건 결국 너 아니냐!



알았어요! 인정! 인정! 죄송해요 스승님! 어쩌면 별로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솔직히 캐이댄스도 쌓인 건 좀 풀어야죠. 맨날 O&O판이나 들여보는 웬 숫기 없는 덕후놈이랑 진도도 못 빼는 데이트만 하느라 답답했을 텐데!


아.. 망했네... 저 추방당하는 건가요?


선셋.


천년동안 배워온 마음의 평정을 찾는 법을 모두 동원해서 겨우 진정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화난 상태이니 행여나 내 말을 지래짐작하지는 말도록.


당장 애플쏜을 찾아 그가 시키는 일은 모두 군말 없이 하도록. 당장! 네가 벌인 난장판을 수습하고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말이다.


이외의 추가 지시사항은 야크야키스탄 왕과의 회담을 끝난 후에 내리겠다. 네가 보낸 서신을 읽다가 그만 왕의 천막에서 내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 바람에, 앞으로 200여달 정도 야크야키스탄과의 관계가 싸늘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디스코드가 봉인에서 풀려난 급의 대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라면, 절대로 내가 허가하기 전까지 나한테 서신을 보내지 말도록!


셀레스티아 공주 씀



저..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는데, 디스코드 석상에도 금이 크게 가 있던데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침 동안 허겁지겁 검사를 해봤는데,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친절하기로 소문난 포니가 그 석상 앞에서 멘탈붕괴를 일으키는 정도의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멀쩡할 테니까요. 그래도 만약의 경우란 게 있고, 또 갤로핑 갈라도 목전이니, 스승님이 직접 보수를 하시는 게..



....




스승님.


스승님?





보라색 마력에 휩싸인 일지는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선셋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습니다.


이 일지 안에 담긴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던 암말.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안정이 필요한 듯 가슴에 앞발굽을 올리고 심호흡만 연신 해댔죠. 효과는 없었지만요.


"그래서.. 너랑 내 새언니랑 하룻밤 잔 적이 있다고...? 그게 니 암말친구에게 해줄 말이니, 이 나쁜 년아?!"


***


선셋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부..분명 스승님이 내가 왜 인간세상으로 떠났는지 말씀해주신줄 알았는데.."


"그런 말 없었어! 거울에 대해서 함부로 조사를 하다가 들켜서 도망갔다는 말씀만 하셨지!"


"아니.. 그것도 일정 부분 맞긴 한데.. 애초에 금지된 거울에 관해서 조사를 한 것도 도망갈 곳을 찾느라 그런 거였고.."


"아 됐어! 왜 내가 너에게 듣는 대신 부득부득 일지를 보자고 우겨댔는지 원.. 캐이댄스 언니랑 잤다고? 기가 막혀서 정말.. 아니, 알리콘의 처녀성을 몇 년 단위로 앗아가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야? 뭐야?"


"어쩌면 살짝 그럴-"


트와일라잇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으므로, 선셋은 실없는 소리는 삼가기로 했습니다.


"약간 변명을 하자면, 설마 너랑 캐이댄스랑 가족관계가 될 줄은 몰랐지. 나도 인간 트와일라잇이 '이번에 새로 조카를 얻었는데, 새언니 이름이 캐이댄스.'라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알았다니까? 근데 이걸 또 제정신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하냐고. 그냥 평범하게. '안녕 자기. 잘 지냈어? 나 사실 네 새언니랑 할짓 안할짓 다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


"지금 농담할 기분이 들어? 저질!"


"저런, 트와일라잇. 너무 선셋을 몰아붙이지는 마렴." 


이 말은 다름 아닌 난교 사태의 최대 피해자(?)중 하나. 캐이댄스 공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죠.


캐이댄스의 너무나 태연한 태도에 놀란 트와일라잇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캐이댄스를 보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언니는 그런 일을 겪어놓고도 선셋을 감싸줄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왜 저한테 말 안 해 주셨어요?!"


여우같은 웃음이 캐이댄스의 얼굴에 어렸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하나는, 너랑 선셋이랑 데이트를 하는지 최근까지만 해도 몰랐다는 거고, 둘째는, 내가 예전에 누구랑 잔 사실을 구구절절 너에게 알릴 필요는 없어서였지. 그래서 선셋이 네 왕관을 훔쳐 도망갈 때도 잠자코 있었던 거고."


선셋의 두 볼은 새빨개졌고, 그 모습을 본 캐이댄스는 더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네가 네 입으로 나랑 네 오빠의 성생활이 어떤지 절대 알고 싶지 않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말 한 적이 있잖니. 그래서 네 말대로 한 것뿐이란다."


"거기서 샤이닝 오빠이야기가 왜- 잠깐....!"


트와일라잇의 안색이 창백해졌습니다.


"세상에! 그럼 그때 언니랑 선셋이랑... 샤이닝 오빠랑?! 쓰리썸?!?!?!?"


선셋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캐이댄스는 짖궃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 문제. 위 대화문에서 선셋에게 소리를 질렀던 경비병이 과연 누구였을까~요? 답은 말 안 해줘도 알겠지? 어쨌든 다음 날 아침, 선셋은 사라졌고 나랑 샤이닝만 선셋 방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로 누워있었지. 깨어나서 허둥거리는 날 샤이닝이 진정시켜줬고, 그런 후에는 서로 아침을 먹고 나서 잠잠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냈어. 이렇게 우린 더 본격적인 사이로 발전했단다."


"저... 전엔 분명 언니랑 샤이닝 오빠랑 학교 가을 무도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었다고 하셨으면서!"


"트와일라잇. 그럼 그거 말고 내가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해주겠니? 네가 네 입으로 나랑 네 오빠의 성생활이 어떤지 절대 알고 싶지 않으니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말 한 적이 있잖니?"


앞에서 한 대답을 복붙하며 캐이댄스는 한 쪽 눈가를 찡그렸습니다.


"근데 선셋... 왜 그때 내가 임신을 했을 리가 없다고 한 거야? 샤이닝 아머도 거기 있었는데.. 나 그때 정말 걱정이 되서 죽을 것 같았단 말야."


"그게...."


선셋은 과연 트와일라잇 앞에서 이 말을 해도 되나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이댄스와 트와일라잇 둘 다, 각자 분위기는 달랐지만 대답을 강렬히 원하고 있었으므로, 선셋은 빠르게 털어놓고 편해지자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때 너무 취해서 정신없었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그리고 트와일라잇이 과연 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지만.. 샤이닝 취향을 보니 솔직히 네가 그 자리에서 임신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던데.. 알잖아.. 그... 암말에게 박히는 걸 좋아하는 수말도 꽤 있다는 거?"


"아하! 과연.. 샤이닝이 진성 그런 취향이긴 해. 첫째 임신할 때도 이래선 임신 안 된다고 샤이닝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


"안되겠다! 빨리 이곳을 나가야겠어!" 


트와일라잇은 대뜸 자기 양 앞발굽을 귀에 처박고 방문으로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아아아아아! 난 아무것도 못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음속으로 방 안을 탈주하는 트와일라잇을 보며 선셋이 한탄하듯 말했습니다. "망했다.."


캐이댄스는 선셋의 어께에 앞발굽을 올렸습니다.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말이죠.


"에이.., 금방 풀릴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트와일라잇은 지금 너무 부끄러워서 방금 들은 걸 모두 잊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너한테 화를 낼 기운도 다 소진하고 말 테니까."


"자..잠깐.. 그럼 일부로 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방금?"


"당연하지! 트와일라잇이 망아지일 때부터 알고 지내왔으니까. 네가 파티를 연 바로 그 날 이후로 맨날 샤이닝이랑 붙어 다니면서 샤이닝이 어디가 민감한지, 어딜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다 알아내긴 했지만, 간혹 심심하면 이런 식으로 트와일라잇을 골려주고는 해."


"알았으니까 그만!"


선셋은 앞발굽을 흔들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끔찍한 생각을 날려버렸습니다.


"도-도와줘서 고마워. 그 날 밤에 나 때문에 그런 일도 당했는데.. 미안해. 진짜 미안해. 정말 그땐 내가 왜 그랬는지.."


하지만 캐이댄스 공주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지요.


선셋은 벙찐 표정으로 캐이댄스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


"아하하하! 아아.. 선셋.. 샤이닝과 내가 지루한 내숭을 전부 벗어던지고 열정적으로 성생활을 시작하게 된 건 전부 네 덕분이야.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그래도 문제를 일으킨 게 더 많은데.."


"선셋. 넌 그때 핑키 파이와 치즈 샌드위치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파티를 연 거야. 다들 기분 좋게 술에 취하고, 약에 뿅 가고, 모두 공평하게 사랑까지 나누었지! 왕궁에 불을 낸 것도 모자라, 이퀘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공개 집단 난교 기록도 갈아치웠잖아!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포니도 고작 12필 정도고. 좀 심한 게 있다면 이퀘스트리아 중앙정부가 약 2일 동안 마비된 거랑, 외교적 마찰이 생긴 거랑, 디스코드가 거의 탈출할 뻔 했다는 거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래도 야크야키스탄이랑-"


"풋! 야크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정말이지, 포니들이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이야기할 정도로 전설적인 파티였다니까? 선셋 우리 또 한 번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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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시리즈물을 번역할까 하는데, 무엇부터 번역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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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소나타의 최고의 밤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24344/sonatas-best-night-ever




소나타의 최고의 밤



작가 코멘트 : 한 밤중에 크리스탈 시를 방문한 소나타에게 최근 들어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퀘걸, 레인보우 락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경고! 이 팬픽은 어둡고 잔혹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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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없는 것보단 뭐라도 있는게 낫다.






다들 크리스탈 시는 잠이 들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뭐, 어떤 곳만 빼면 말이다. 가령 소나타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거리는 소나타의 발걸음 소리 말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거리 이곳저곳에서 풍겨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의 냄새를 소나타는 생생히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소화시킬 수도 없는 이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는 소나타의 애간장만 잔뜩 태우고 있었다. 과연 저 에너지의 맛은 어떤 맛일까? 소나타가 제일 좋아하는 날카로운 증오의 톡 쏘는 맛일까, 아니면 궁지에 몰린 사람의 좌절감이 담긴 시큼한 맛일까..


이내 씁쓸한 상실감이 뒤따랐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지금은 그저 보기에만 좋은 그림의 떡이 됐으니까.


인간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샘솟듯 휘몰아치는 걸 보고만 있자니 속이 아려왔다. 특히나 휴대폰 배터리도 다 달은 상태에서 근처의 현금 자동인출기로 걸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선 말이다. 오늘 집을 떠나기 전에 아다지오가 소나타를 보고 쪼아댔던 말까지 생각나 소나타는 투덜거리며 길을 걸었다.


'바보 소나타.'


심지어 자동차 기름도 다 떨어졌지.. 소나타는 콧김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크리스탈 시에 가면 심야에도 피자를 먹을 수 있다기에, 소나타는 기름이 얼마 남은지도 신경 쓰지 않고 대책 없이 크리스탈 시로 차를 타고 달려갔던 것이다.


'정말 바보 같아.'


길가의 물웅덩이가 소나타의 운동화를 적셨다. 철벅거리는 소리도 아랑곳 않고 소나타는 현금인출기를 향해 걸어갔다. 배터리가 다 나갔으므로 아다지오나 아리아한테 데리고 와달라고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물론 소나타는 그게 죽도록 싫었지만 말이다. 나한테 죽어라 욕만 해대는 얘들이 뭐가 좋다고..


다들 소나타한테 멍청하다고 했다.


쓸모없다고 했다.


쓰레기라고 했다.


물론 밴드 대전 이전에도 세 사이렌들의 사이는 곱게 봐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그 날을 기점으로 셋의 사이는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잠에서 깼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소나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산채로 몸에 불을 지른 것만 같았고, 피부에서 영혼까지 보이지 않는 바늘들로 관통이 된 느낌이었다.


그 날, 다른 둘의 신경질 어린 반응을 보아하니, 대지와 아리아도 똑같은 감각을 느꼈던 건지도 모른다. 소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서로 소리 지르고 헐뜯는 힘이 남아있을수가 있지? 기껏 전자레인지로 데운 베이컨이 제대로 안 넘어가게 시리.. 남 탓을 하며 분풀이를 할 기력이 그 당시 소나타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다른 둘은 예외였던가 보지만.


5일 후,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상실감과 공복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심지어 어쩔 땐 소나타가 여전히 힘을 가진 채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조정하는 꿈까지 꾸었다. 악몽은 아니고 오히려 좋은 꿈이었건만, 깨어났을 때 느꼈던 허무함은 차마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저 멀리 현금인출기가 보여 소나타는 쫄랑쫄랑 그 곳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 달린 거울이 소나타의 얼굴을 비추었다. 수척한 모습에 부쩍 어두운 음영이 드리워진 두 눈... 삶이 한번 바닥을 친 이후로 소나타는 꾸미고 다닐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다.


지금 모습이야 어찌 됐든 소나타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인출기에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래도 돈은 아직 갖고 있지롱.'


그 때, 누군가가 차갑고 딱딱한 어떤 걸 대고 누르는 감촉이 소나타의 뒤통수에 느껴졌다. 쇠붙이로 만든 거려나?


소나타는 소리 죽여 투덜거리면서 의문의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아휴~ 이럴 시간 없거든? 나-"


"시간이 있든 없든 내 알바 아니고-"


"저기요 아저씨. 나 돈 빼야된다구."


소나타는 신중하게 다음에 할 행동을 계획했다. 솔직히 지금 죽어도 별 미련은 없긴 했지만..


"돈 내놔! 당장!"


정체불명의 강도가 위협삼아 소나타의 머리에 댄 쇳덩이를 거칠게 밀어붙이려고 할 때, 소나타는 부리나케 뒤로 돈 다음 강도의 손을 쳐내고 사타구니사이에 깔끔하게 한 방 발길질을 먹였다.


강도는 가랑이 사이를 붙잡고 쓰러졌다. 쇠파이프 굴러가는 소리가 거리를 요란하게 채웠다.


거칠어진 호흡이 잦아들자, 소나타는 입을 앙다문 체, 처량하게 누워있는 강도의 옆에 굴러다니는 쇠파이프를 보았다. 쇠파이프 위로 발을 굴러 바닥에 튕긴 다음 재빠르게 손을 뻗어 공중에 떠 있는 파이프를 잡았다. 


잠깐 동안 그 파이프를 지긋이 살핀 다음, 소나타는 강도를 째려보았다.


"아저씨... 고작 요거 하나 들고 날 털려고 한 거야?"


"초-총 살 돈이 있었으면 이 짓 하고 있겠냐? 난-"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소나타는 들고 있던 쇠파이프로 강도의 무릎을 후려쳤다. 뼈 부러지는 소리. 비명 소리. 소나타의 귀엔 마치 음악처럼 감미로웠다. 부정적인 감정의 초록 물결이 강도 주변에서 일렁거렸다.


"아- 몰라. 기분도 꿀꿀해 죽겠는데."


소나타는 파이프를 들고 다시 자세를 잡더니 강도의 멀쩡한 다리마저 후려쳤다. 고통 어린 비명만큼이나 '와작!'거리는 소리도 기분 전환에 딱이었다.


"근데 아저씨는 쇠파이프 하나만 들고 와놓고는 날더러 돈을 내놓으라네? 기분만 더 잡치게 시리.."


소나타는 쓰러진 강도의 위에 쪼그려 앉았다. 통증 때문인지 강도는 몸만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흘릴 뿐 저항하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 아저씨에게 화풀이를 할까 하는데, 어디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한 가지만 대 봐."


맛좋은 공포, 절망감의 냄새가 풍겨왔다. 심지어 그 맛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먹을 수가 없었으므로 소나타의 좌절감만 더 커지고 말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허겁지겁 좌우만 살피고 있는 남자 또한 거슬렸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하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소나타의 귀에 들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달콤한 공포심의 에너지가 모락모락 저 강도 주변에서 피어오르는데...


먹고 싶었다. 절박하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답이 없잖아!" 


바짝 날이 선 목소리로 소나타는 파이프를 들어올렸다.


"자-잠까-!"


이게 남자가 이승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남자의 말은 둔탁한 쇳소리와 소리와 함께 멎고 말았다.


얼굴에 박살난 남자의 머리 잔해를 잔뜩 묻히고서 소나타는 원래 남자의 머리가 있었던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흉기에 묻은 피를 남자의 셔츠에 문질러 닦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차. 돈. 지금은 일단 이 정도만 해두자.'


그리고 소나타는 아까 인출했던 현금을 꺼내왔다.


돈을 지갑 안에 넣으며, 소나타는 아까 하던 작업을 마저 하기로 작심했다. 시체를 어떻게든 숨겨야했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도 닦아야했다.


소나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 골목에 쓰레기통 하나가 놓여있었다.


'저기가 좋겠어.'


소나타는 남자의 유해를 골목으로 끌고간뒤에,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다. 썩은 냄새가 풍겨와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흠...'


소나타는 입술을 핥았다... 갑자기 강렬한 감각이 엄습해 소나타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


좋은 술에 취한 것 같은 몽롱하고 아찔한 감각이 소나타의 뇌와 가슴을 가득 채웠다. 숨이 멎을 듯한 충격에 소나타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다가 겨우 쓰레기통 구석을 붙잡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소나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웃고 있었다. 


소나타는 얼굴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아까 묻었던 남자의 피가 여전히 굳지 않고 묻어있었다. 조심스럽게 핥아보았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낮선 포만감, 절망과 공포의 달콤한 맛이 피를 통해 느껴졌다.


안도감마저 들었다. 소나타의 시야는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래.. 어쩐지 되게 맛있어 보이더라..'





소나타는 얼굴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아까 묻었던 남자의 피가 여전히 굳지 않고 묻어있었다. 조심스럽게 핥아보았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낮선 포만감, 절망과 공포의 달콤한 맛이 피를 통해 느껴졌다.


안도감마저 들었다. 소나타의 시야는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래.. 어쩐지 되게 맛있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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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퀘걸 캐릭터에게도 관심을! 소나타 더스크 특집입니다.


2차 창작계에서 대책없는 바보로 묘사되는 순박한 소나타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이렌 둘보다 덜 떨어져보일 뿐, 사실은 뼛속까지 네추럴 본 사이코인 소나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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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47321/1/the-coronation/it-seemed-like-such-a-good-idea



작가 코멘트 : 공주로 승천한 직후엔, 으레 대관식이 기다리기 마련.


당연히 선셋은 이 일생일대의 이벤트에 인간 세상에 있는 친구들을 초대했답니다.


뭐... 결과는 여러분이 예상했던 대로겠지요


(선셋 쉬머의 날을 기념해서 쓴 단편입니다.)



이퀘스트리아 데일리에서 주최한 '선셋 쉬머의 날'(http://www.equestriadaily.com/2016/09/sunset-shimmer-day-dawns.html)을 기념해서 하는 단편 번역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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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처음엔 참 좋은 생각 같았는데 말이지..










길거리엔 "경  선셋 쉬머 공주님 즉위  축" 이라는 글귀가 적혀진 현수막이 방치되다시피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름아침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형형색색의 색지만이 버려진 거리를 채우고 있었죠.


선셋 쉬머는 조용히 어느 가게의 한 자리에 앉아, 앞에 놓인 더블 건초 버거가 알맞게 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쟁반 위엔 이미 내용물을 다 짜내버린 마요네즈 한 봉과 바닐라 쉐이크 소용량 한 컵이 놓여있었죠.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쉰 뒤, 갓 즉위한 공주님은 가게 안에 어지러이 굴러다니는 빨대 하나를 집어서 컵에 꽂고 난 뒤 바닐라 쉐이크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습니다. 그 이후 잠시 머리에 썼던 왕관을 벗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얼마 동안 지긋이 바라보았지요.


가게 안에 아직도 대피하지 않고 남아있는 포니가 있어 선셋의 눈길이 쏠렸습니다. 이름표에 '딥 프라이'라고 적힌 이 포니는 어두운 남색 빛깔의 갈기 위에 건초 버거 모양 종이모자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영 어색해서 선셋은 그 포니에게 냅킨을 부탁하려다가, 순간 자기가 지금은 알리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만두었습니다. 강화된 염동력으로 뽑아올 수도 있는데 번거롭게 다른 포니 시키기가 영 그랬으니까요. 냅킨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적막한 가게 내에 쩌렁쩌렁 거릴 정도로 울려퍼졌습니다.


"..대피 안 하세요?"


선셋의 질문에 딥 프라이는 선셋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본사 방침이 그래서요."


"아.." 선셋은 다시 자기 몫의 건초 버거를 쳐다보았습니다.


"저, 새로운 공주님... 되시죠?"


"그....런데요?"


"본사 방침보단 공주님 명령이 우선이겠죠? 그래서 부탁이 하나 있는데... 제가 집에 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리.."


선셋은 퉁명스럽게 두 눈을 옆으로 굴린 뒤, 지극히 냉소적인 말본새로 입을 열었습니다.


"나, 선셋 쉬머 공주는 승천한 알리콘 공주의 권능으로, 패스트푸드 가게의 딥 프라이가 당장 귀가할 것을 명하노라... 나 참.."


"잠깐.. 기왕 마심 쓰시는 김에 일당도 온전히 받았으면.."


"받게 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가요." 선셋은 종이 하나를 소환해 몇 자 끄적거린 뒤 직원에게 홱 던졌습니다.


"앗싸!"


직원은 쏜살같이 문 밖으로 떠나버렸고, 선셋만이 홀로 남았습니다.


"언제나 충실한 국민의 하인, 선셋 쉬머 공주라네.." 선셋은 혼잣말로 무뚝뚝하게 뇌까렸죠.


그 순간 가게 현관문에 매달린 종소리가 울리고, 갈기 타는 냄새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오는 발굽 소리가 들렸습니다.


날개 깃털과 몸 이곳저곳이 불에 그슬린, 반쯤 초토화된 행색의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가 선셋 쉬머가 앉아있는 자리의 바로 맞은편으로 걸어와 앉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트와일라잇은 선셋의 건초 버거를 가로채 자신의 입 안으로 단숨에 처박더니, 곧 선셋 몫의 쟁반 위에 놓인 건초 프라이와 바닐라 쉐이크마저도 게걸스럽게 축내고 말았죠.


"많이 힘들었나보네?" 선셋이 물었습니다.


입안에 넣은 걸 다 꿀꺽 삼키고 난 뒤, 트와일라잇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레인보우들은?"


"그 속도대로라면 지금쯤 새들 아라비-"


트와일라잇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두 번의 초음속 파공음이 울려 퍼지더니, 곧 이 근방 모든 건물의 느슨한 철제 구조물들이 쩔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를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상이 빗나가네. 둘 다 꾸준히 속도를 올리고 있었나봐."


"허.. 참... 그래. 누가 이길 것 같아?"


"모르겠어.. 내 쪽 레인보우는 원래 페가수스였지만, 네 쪽 레인보우는 페가수스의 마력에 굳이 의존하지 않는 순수 육체적 능력만으로도 체육 쪽으로 최상위였으니까.. 체력 싸움으로 가면 네 쪽 레인보우가 이길 것 같은데."


"근데 아무리 봐도 개가 평소에 날개를 못 달고 다니는 게 한이 맺혀서 지금 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오히려 요령이 있는 쪽이 더 승률이 높지 않겠어?"


약간 남은 건초 프라이를 집어 올리며 선셋이 말했습니다.


"그럴지도.." 트와일라잇의 대답이었습니다.


약 몇 초간 가게 안은 건초 프라이를 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죠.


"플러터샤이들은.. 좀 어때?"


마침내 할 말을 찾은 선셋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최대한 어색한 기분을 피하려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이지요. 포니빌은 이미 두 핑키 파이의 무차별 파티 용품 융단 포격으로 난장판이 되어있었습니다. 띠색지가 마치 눈보라처럼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죠.


"아... 두.. 둘이서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응."


트와일라잇도 황급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죠. 양 볼을 캐첩색으로 붉게 물들이면서 말이죠. 물론. 진짜 케첩도 덕지덕지 묻어있긴 했습니다.


"너도 봤어? 둘이서.. 그러는거?" 선셋도 약간 홍조를 띄며 재차 질문을 던졌죠.


"다시 생각해보니.. 샤이랑 너무 성격이 잘 맞는 다른 포니를 소개시켜 준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


"뒤늦게 말이지?"


"응. 너무 늦었지만.."


선셋은 바닐라 쉐이크를 빨대로 빨아먹으려다, 빨대에 트와일라잇이 묻힌 케첩 자국이 있는 걸 보고 그만두었습니다. 대신 트와일라잇에게 쉐이크를 내밀었죠.


"너 먹어. 난 그냥 새로 하나 주문할 테니까."


"아.. 고마워."


트와일라잇은 쉐이크가 담긴 컵을 받아들었고, 선셋은 주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만, 곧 자기가 직원을 집으로 직접 보내버렸다는 사실을 떠올렸죠.


"망할.."


선셋은 여전히 기름이 식지 않은 튀김기를 쳐다보았습니다. 한숨을 쉬며 선셋은 음식을 직접 만들기로 작정했죠.


"공주로써 처음 하는 일이 이거네.. 건초 버거 만들기."


"직원 분들은 어디로 가고?"


"미리 대피시켰어. 그냥 놔뒀다가 산더미 같은 색지에 깔려 다치게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그랬구나. 잘했어."


트와일라잇은 본마가 텅텅 비운 쟁반을 내려 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저.. 미안한데, 나 먹을것도 만들어주면 안될까?"


선셋은 트와일라잇을 흘겨보았습니다. 하지만 곧 씨익 웃으며 대답했죠. "건초 프라이도 해 줄까?"


"응!" 트와일라잇이 앞발굽으로 박수를 치며 마치 신이 난 망아지 같은 웃음을 만연히 짓고 있어서, 선셋은 코웃음을 한번 쳤습니다.


"거울 너머에서 온갖 복잡한 것은 다 배워놓고는 정작 돌아와서 제일 먼저 쓰는 지식이 패스트 푸드점 튀김기 돌리는 방법이라.. 기가 막혀서 정말...!"


투덜거리면서도 선셋은 냉동된 프라이를 적당히 집어 튀김기에 집어넣었죠.


"튀김기 쓰는 방법은 어쩌다가 배운 거야?"


"인간 세계에서 돈이 필요하다보니까 알바하면서 배운 재주가 좀 있지. 근데 건초 조리해보는건 또 처음이네."


"맞다. 그랬었지.. 인간 세계랑 비교해보자면 여기 패스트푸드는 좀 어때?"


"식감은 별론데 더 부드럽긴 해.. 깊은 맛도 풍부하고. 처음엔 너무 느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인간 세상에선 그것보다 더 느끼한 것도 먹었으니까 뭐."


새로 조리된 음식이 담긴 쟁반을 트와일라잇 앞과 자기 자리 위에 각자 내려놓으며, 선셋은 말을 이었습니다.


"근데 베이컨은 확실히 여기 게 나아. 식감이 더 바삭바삭하거든. 뭐랄까.. 인간 세계 음식에 너무 적응했는데도 이건 이질감이 별로 안 든다고 해야 되나.."


"흐~음."


트와일라잇은 약간 긴 시간동안 버거를 바라보며 인간 세상의 버거는 어떨지 사색에 잠겼습니다. 잠시 후, 건초 버거를 한 입 가득 베어 물며 안 그래도 케첩 범벅인 양 볼에 더 케첩을 묻힌 채로 트와일라잇은 말했죠. "난 그냥 건초면 될 것 같아."


"이 동네 원래 이렇게 썰렁한 곳이야?" 새로 뽑아온 바닐라 쉐이크를 홀짝거리며 선셋이 물었습니다.


"내가 재난 지역 선포한 것 때문에 그럴 거야 아마. 난리가 났으니 공주로써 뭐라도 해야지."


트와일라잇은 바깥의 색지로 가득 덮인 폐허(?)를 힐끗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아.. 눈삽들 미리 주문해두길 잘했네. 다행히 이런 상황을 질리도록 겪어서 망정이지.."


"눈삽? 좋은 생각이네 그거. 근데 사고가 터진 게 한 두 번이 아닌가봐?"


"이 동넨 진짜 사고가 터져도 너무 많이 터져서 문제야 문제.."


"설마 그동안 이사해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한 거야?"


"낸들 안했겠어.." 트와일라잇은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너 부동산에 크리스털 성을 매물로 내놓아 본 적 있어?"


"…….아니."


"하지 마. 절대 안 팔려."


"..참고하지." 선셋은 다시 쉐이크를 쪼르륵 마셨습니다.


두 필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무심하게 바깥 경치만 살폈습니다. 대피 통보를 듣고도 마을을 떠나지 않은 몇몇 어리석은 포니들이 필사적으로 색지의 늪에서 헤어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죠.


"애플잭들은?"


"여전히 싸워. 누가 더 일 잘하나, 누구 농장이 더 크나, 뭐 그런 이유였을거야."


선셋은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트와일라잇은 마지막 하나 남은 건초 프라이를 집어 케첩을 돌돌 묻히더니, 바닥에 남은 부스러기들까지 깔끔하게 갈무리했습니다.


"미드나잇 스파클은 도대체 어떻게 막은 거야?" 선셋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죠.


"공통의 약점을 사용했지. 바로 책."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어조로 트와일라잇은 대답했습니다.


"근처 다른 도서관들의 위치가 실린 약도도 내 서재 책상 위에 미끼로 놔뒀으니, 한 일주일동안은 난동 부리는 일 없이 잠잠할 거야. 그리고-"


잠시 말을 끊고 트와일라잇은 날개 밑에서 여전히 비색 마력이 번뜩이는 미드나잇의 안경을 꺼냈죠. 


"-안경 없이 앞을 잘 못 본다면 약 2주 정도 걸리겠고."


"살짝 질투난다 야. 왜 네 타락한 모습은 나보다 더 멋드러진건지 원."


살짝 의아해하던 트와일라잇의 두 얼굴에 약간 홍조가 올랐죠.


"아..아냐.. 나- 아니, 미드나잇 걘 완전 안경빨이고.. 넌 뭐랄까.. 좀 더 고전적인 퇴폐미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좀 더 화끈하기도 하고... 장난 아니라 진짜..."


"호오.. 그랬단 말이지? 좋은 거 알아냈어."


선셋은 히죽 웃은 뒤, 붉게 달아오른 트와일라잇의 표정을 감상하며 남은 바닐라 쉐이크를 끝까지 빨아 마셨습니다. 한동안 쀼루퉁하게 선셋을 보고 있던 트와일라잇은 화제를 돌리기로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글쎄? 발굽만 빨고 있으라고 우리에게 왕관을 씌어준 건 아니니까-"


근처에서 또 파공음이 들려 선셋은 말을 멈췄습니다. 식탁 등 가게 내부의 기기들이 덜덜 떨릴 정도의 충격파가 몰아닥쳤죠.


"세상에, 아직도 속력을 내고들 있네? 안 힘든가?"


"모르겠다 진짜.. 나중에 어디 충돌해서 거대 크레이터를 만드는 게 아닐런지.."


"저러다 중요 기물에 충돌하지 않기나 바래야지... 쯧!"


선셋은 혀를 차며 쟁반 위의 쓰레기를 마력으로 뭉쳐 쓰레기통에 던졌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뭘 하냐면..."


선셋을 창밖을 쳐다보았지만, 수습 못할 상황에 암담해진 나머지 한숨만 푹푹 쉬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동감이야 진짜.."


트와일라잇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선셋이 책상위에 잠시 내려둔 왕관을 선셋에게 건네면서요. "자. 빼먹지 말고 잘 챙겨."


"아 맞다. 깜빡할 뻔 했네."


선셋은 그 자리에 멈춰 잠시 창밖을 쳐다보다가 다시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럴 때 스승님이 어떻게 하셨더라... 아! 우리 그냥 째고 놀러나 갈까?"


"뭐?!"


"그.. 바닷가 같은데서 시간이나 보내다 오자고. 시간이 지나면 걔네들도 제풀에 지쳐서 알아서 그만두겠지. 게다가 미드나잇도 일주일동안은 잠잠할 거라면서?"


"야. 그래도-"


트와일라잇은 창문 밖을 보았습니다. 두 래리티는 둘이 함께 공들여서 데코한 마을의 조형물들이 쉴세 없이 밀려드는 파티 용품의 홍수에 점점 잠겨가는 사뭇 끔찍한 광경을 보며 세상에 종말이라도 닥친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뒤에선 두 스파이크가 안절부절 래리티를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누가 원래 인간이고 누가 원래 포니였나 대략적으로나마 구분이 가능했죠. 에라 모르겠다.. 트와일라잇도 바깥의 아수라장을 아예 외면해 버렸습니다.


"...마침 적당한 곳을 알아. 메어리비안 해안에 가 봤어?"


"안 가봤는데? 거기 가자고?" 선셋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습니다.


"가자.. 까짓거." 트와일라잇은 쟁반 위에 남은 쓰레기를 돌돌 뭉쳐 쓰레기통에 투척했습니다.


"자 그럼 우리 트와일라잇이 너무나 좋아하는 노을빛이나 쐬러 가보실까?"


장난기 어린 선셋의 말에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쏘아보았습니다.


"뭐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에이~ 잘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긴."


혀를 비쭉 내밀며 선셋은 트와일라잇의 약을 살살 올렸습니다. 트와일라잇은 살짝 삐진 듯 콧방귀를 뀌었지요. 그리고 잠시 후, 청록색과 보라색의 섬광과 함께 둘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가게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텅 빈 가게에는 주인 잃은 튀김기만이 부글부글 끓는 기름을 안으며 계속 작동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바람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온 휘향찬란한 색지들이 잔뜩 가열된 튀김기 쪽으로 팔랑팔랑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날, 포니빌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는 메인하튼에서도 관측할 수 있을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반면, 메어리비안은 평화롭기 그지없었죠. 모두 두 필의 공주님 덕택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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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승에 그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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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선쉽드! - 1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작가 코멘트 : 선스폰드!의 후속작입니다.






선셋 왈 : "여~ 글림글림! 글림글림이라고 불러도 돼지? 선버스트랑 왜 이리 지지부진한 거야? 벌써 서로 물고 빨고 난리가 났어야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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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뭐-뭐-뭣...! 당신 대체 누구야?!?!"




"선셋 쉬머라고 불러줘. 근데, 그거 말고 지금 중요한 것이-"


"왜 생판 남의 연애생활에 참견이시죠?! 아니.. 애초에 트와일라잇 공주의 성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선셋은 턱을 앞발굽으로 두드리며 대답했습니다.


"전부 다 마법 덕분이라고 하면 땡이긴 하지만, 특별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첫째. 난 선버스트와 난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라, 걔가 앞으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고, 그리고 둘째. 넌 아주 강력한 마력을 지닌 유니콘이니만큼, 널 꼭 닮은 튼튼한 망아지를 출산하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내가 일부로 거울 너머에서 넘어온 거? 다 그런 깊은 뜻이 있어서지."


"잠깐... 거.. 거울이요?! 성에 있는 그 거울?"


"물론, 마법 거울이거든 그거. 그럼, 다시 한 번 물을게. 무지무지 사랑스러운 소꿉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이리 느리장을 부리고 있는 건데?"


스타라이트는 대꾸를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뭐라 형연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얼굴만 붉히고 말았죠. 선셋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그게-그러니까-그게-뭐라구요?! 뭐라구요오?! 선버스트랑 내 사이를-- 당신이 어떻게, 나랑, 선버스트랑, 당신은 대체... 뭐라구요?! 뭐라구요?! 뭐라구요오?!"


"학교에서 질문엔 의문문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랬는데."


"왜 제가 당신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뭐에요? 갑자기 그 정신 나간 질문들은?!"


"엇, 잠깐.. 너 동성애자였어? 아님 무성애자인가? 뭐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뭐라구요.."


"네가 대답을 안 해주니까, 나 혼자서 알아맞히는 수밖에는 없지 않겠어?"


벽에 몸을 기대며 선셋은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니면 혼전 순결 주의자인가? 흐음.. 그런 주의를 가지고 있는 포니들 생각을 이해 못 하겠지만.. 어쨌든 그냥 키스 정도는 섹스로 취급도 안 하니까 그럭저럭 타협은 가능할-"


"그런 게 아니라!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연애 같은데 신경 쓸 틈이 없다니까!"


"이제야 대답하네. 솔직히 말하는 게 그렇게도 힘들었어?" 히죽 웃으며 선셋은 말했습니다.


"...당신 정말 치사하고.. 교활한 포니로군요." 스타라이트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예리한걸. 내가 좀 그렇지."


벽에 기대던 몸을 빼고 다시 중심을 잡은 뒤, 선셋은 스타라이트에게 앞발굽을 내밀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안 그래?"


"그...런가요?"


스타라이트는 선셋이 내민 앞발굽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여전히 선셋을 경계중이긴 했지만요.


"하긴.. 저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요."


"예전에 평등을 교리로 하는 사이비 종교를 세운 거 때문에 그러지 지금?


"당신이 그걸 어떻게?!"


스타라이트는 앞발굽과 몸을 뒤로 확 뺐습니다.


"지-지금은 뉘우치고 있지만.. 당신,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죠?!"


"나랑 트와일라잇이랑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서 말이야. 어쩌다보니 네 이야기도 나오더라."


어깨를 으쓱거리며 선셋은 말을 이었습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난 네가 무슨 일을 했든 크게 신경 안 써. 나도 예전에 비슷한 짓을 저지른 적이 있어놔서리."


"...뭐라구요?"


"이차원에 사는 유인원들을 정신지배해서 이퀘스트리아를 점령하려는, 지금 내가 생각해도 정신 나간 짓을 벌이려고 했다가, 트와일라잇에게 한 방 맞고 제정신이 돌아왔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클럽 하나 만들까?"


선셋은 한 쪽 발굽을 스타라이트의 어께에 두르고 나머지 한 쪽 발굽을 저 먼 하늘을 가리키며 활기차게 말했습니다.


"개심한 유니콘 클럽! ...근데 내가 아는 회원 자격 있는 유니콘들이 너랑 나 밖에 없네 지금.. 유니콘 아닌 얘는 하나 알고 있긴 하지만."


"트릭시라는 이름의 유니콘이 있긴 한데요-- 잠깐, 이게 아니잖아!"


스타라이트는 선셋의 앞발굽을 어께에서 치워냈습니다.


"왜 제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듣도 보도 못한 포니랑 제 연애생활 및 신변잡기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되는 거죠?"


"아니, 왜 그런 시시콜콜한 걸 아직까지 신경 쓰고 그래? 약 45초전에 이야기 끝나지 않았나?"


선셋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습니다.


"당신 대체 누구야?! 이름도 모르는 포니가 갑자기.. 날 어렸을 때부터 아는 포니마냥 다가와서 마치 별 일도 아닌 것 마냥 내 개마사를 물어보는데 내가 지금 안 이러게 생겼어?! 심지어 난 당신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선셋은 잠깐 눈을 끔뻑이더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 생각해보니 그러겠네.. 이거야 원.. 이래도 괜찮을 줄 알고 착각을 했지. 자. 그럼 제대로 다시 시작해볼까?"


다시금, 선셋은 앞발굽을 내밀었습니다.


"안녕. 선셋 쉬머라고 해. 예전에 선버스트랑 데이트한 적이 있지."


아주 잠시 동안, 스타라이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셋을 쳐다보았습니다.


"그..그런가요? 어쨌든..좋아요."


갈기를 한번 뒤로 넘긴 후, 스타라이트는 선셋이 내민 발굽을 다시금 잡고 살짝 흔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타라이트 글리머에요. 선버스트랑 소꿉친구 사이였죠.."


"그래. 잘 알고 있어. 그럼 우리 이제부터..."


선셋은 잠시 어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 오랜만에 이퀘스트리아에 와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요새 포니들이 함께 어울릴 때 흔히 뭐 하면서 놀지?"


"음..."


스타라이트는 턱을 문질거리며 말을 계속했습니다.


"저도 다른 포니들이랑은 잘... 어울려본 적이 없어서.. 해본 거라고 해봤자 제 대의에 동참하라고 설득하거나, 아니면 내가 잘못한 걸 용서해달라고 한 적 밖에 없어서요. 그냥 당신이 하고 싶은 걸 같이 하는 게 편할 것 같네요."


"보드 게임이나 한판 할까?"


어께를 으쓱거리며 스타라이트는 대답했지요.


"네 그거 음.. 좋은 생각 같네요. 저.. 근데, 왜 자꾸 선버스트랑 저를 엮으려고 하시는 건지.."


"어어어어어어어~ 아까 말 했다시피, 걔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고.. 걔 턱수염 때문에 눈이 돌아간 암말들 떼거리가 걔한테 부담스럽게 달라붙을게 뻔하니까, 아무래도 소꿉친구인 네가 지켜주는것도 좋겠다 싶어서-"


"아니, 왜 선버스트 턱수염에 암말들이 좋다고 달라붙어요?"


"?! ...잠깐.. 설마, 선버스트의 턱수염을 지금껏 못 보기라도 한 거야?"


"봤는데요? 그냥저냥 평범한 턱수염이던데.."


선셋은 엄청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 왜 그래요? ..그리고 뭐에요? 지금껏 살아온 삶을 통째로 부정당한 듯한 표정을 다 짓고?“


"암말들 설마... 턱수염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턱수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명백히 개마 취향이긴 한데, 아주 보편적인 취향은 아니라고요. 당신도 암말이면서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를 수가 있어요?"


선셋은 뒤로 돌아 몸을 쪼그리고 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간간히 '스파이시가 뭐가 어때서..' 라는 말이 스타라이트의 귀에 들렸습니다만, 그 의미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잠시 후, 까닭 모를 멘붕이 약간이나마 회복되었는지, 선셋은 뒤로 돌아 맥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잊어줘... 보드 게임 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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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실 분은 없겠지만, 이 팬픽 시리즈 세계관에서 선셋은 선버스트의 복제품 비슷한 존재입니다.


비록 여러 우여곡절을 걸쳐 성격 차는 많이 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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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선스폰드! - 하 (完)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전편 링크 : 선스폰드! -상    선스폰드!-중




셀레스티아 공주님 왈 : "오늘 여러 일이 터질 거라는 건 익히 예상했었지만, 이건 아주 의외로구나."






"좋은 의미로 의외라는 건가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선버스트는 물었습니다.


"그거야 두고 봐야 아는 거란다."


"난 이제 죽었다..." 선셋은 벌벌 떨며 작은 목소리로 한탄했지요.


이런 모습의 선셋을 보며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한 쪽 눈매를 날카롭게 올렸습니다.


"이제 죽었다는 포니 치곤 생생히 살아있는 것 같다만.. 하긴, 그게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점이지만 말이다."


선셋은 두 눈을 깜빡이며 자기 본체의 스승을 올려보았습니다.


"바...방금, 농담하신 건가요?"


"선버스트. 처음으로 네가 암말을 데려와서 대견하다 싶어 계속 지켜보고 있었더니, 이럴 줄은 몰랐구나." 


태양의 공주님은 일단 선셋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습니다.


"독립된 자아를 가진 개체를 생성하는 주문은 흑마법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겠지?"


"앗..네. 보통 이런 류의 주문들은 시전자의 영혼의 정수를 이용하던가 아니면--"


"혹은 다른 생명체의 정수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선버스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오-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사실 이건-"


"일단 너한테서 느껴지는 마력 장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니 네 정수가 소모된 것은 아닌 듯 하고.."


공주님의 눈초리는 점점 심각해졌죠.


"..이 암말을 생성하기 위한 영혼의 정수를 어디에서 끌어 온 거지? 솔직하게 대답하거라. 당장."


"저-절대 그런 게 아니에요! 애초에 전 얘가 자아를 갖게 될 줄도 몰랐단 말이에요!"


"말이 돼는 변명을 하거라. 그럼 저 아이가 겪고 있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이 다 네가 설계한대로만 행동하는 거란 이야기니 지금?"


"아-아니 그게.. 사실은, 행동을 설계할 시간도 없었어요.. 처음 생성되었을 때부터 쟤가 주문식이 잘못됐다면서 소란을 떠는 바람에-"


공주님은 표정을 바짝 찌푸리며 선버스트의 말 도중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럼 장래 대책 없이 무작정 자아를 지닌 생명체를 창조했다는 이야긴데, 네가 얼마나 무책임한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


"저기요! 무방향성 독립 복제형 개체 생성 주문을 썼는데 자아를 가진 생명체가 떡 하니 튀어나올 줄 누군들 예상이나 했겠냐고요!"


버럭 셀레스티아의 말을 막고 나선 포니는 다름 아닌 선셋이었습니다.


"독립 복제형 개체... 그 주문이? 지금 날보고 그 순수 이론뿐인 주문이 이런 고차원적인 창조물을 만들어냈다는 말을 믿으란 이야기냐?"


"단순히 이론뿐이고 성공 사례가 아예 없었다면, 대체 왜 그 주문이 고수준 마법 사용자를 위한 창조 마법 가이드북에 수록됐겠어요?! 심지어 수록된 책이 한 두 권이 아니구만!"


"허나, 실제로 그 주문은 한 번도 성공적으로 시전된적 없-"


"그거야 그냥 확률로만 따졌을 때의 이야기죠! 성공적인 시전의 사례가 여기 떡 하니 서 있는 거 안 보여요?"


"선셋..! 미쳤어?! 왜 스승님에게 시비를 거는 거야?" 


선버스트는 필사적이었습니다.


"아니, 저 포니가 도통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발굽사레를 치며 선셋은 말을 이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께서 내가 생성된 게 불가능하다는 듯이 말을 하고 계시니까 갑갑해서 이런다! 왜? 내가 별개의 자아를 가진데다가, 지금 내적으로 완전 혼란스러운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저 양반이 음침하게 기숙사 암말 샤워실로 숨어들어가서 그런 거잖아, 지금!"


"잠깐! 네가 그건 어떻- ...아니 아니 내 말은.. 내가 애초에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잖니?"


"어머나~ 세상에! 그러세요?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요?!"


선셋은 입고 있던 드레스 자락을 와락 들쳤습니다. 노란색과 붉은 색이 조화된 태양 모양의 큐티 마크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공주님은 잠시 멍한 얼굴로 선셋의 큐티 마크를 쳐다보았죠. 선버스트는 자리에 주저앉아 안절부절 이마를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군. 그런 거였나.."


무언가를 제멋대로 납득한 듯 공주님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 기발한 장난이었다. 선버스트. 이거, 오랜만에 된통 골탕을 먹었구나."


"이건 뭐..." 건조한 어조로 선셋이 말했습니다.


"하마터면 완전히 속아 넘어갈 뻔 했군요. 맥락 없이 생성되어 자아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생명체 연기를 이렇게 잘 해내실 줄이야.. 이 큐티 마크는 날 흉내낸 건가요? 완전히 닮지는 않았지만 정교한 분장이로군요. 참으로 인상 깊은 연기였습-"


"그만!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없으니까 잠자코 있어 봐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말을 선셋이 가로막았습니다.


"뭐...라고?"


"도대체 뭐가 이해가 안 돼서 이러시는 거예요? 선버스트가 무방향성 독립 복제형 개체 생성 주문을 찾아냈고, 그 주문식을 복제된 결과물이 매개가 되는 암말의 잔류 마력에 따라 변형되도록 계량한 후에, 그 매개체가 될 암말의 갈기를 구하러 기숙사 암말 샤워실에 숨어들어갔는데 하필 구해온 게 당신의 갈기털이어서 내가 뿅! 하고 태어났다는 게 그렇게 이해가 안 가세요? 잘 생각해 봐요!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우리 그냥 불가능하다고 치고 넘어가면 안될까? 응?" 선버스트가 중얼거렸습죠.


"넌 그럴지 몰라도 난 안 그러고 싶거든?! 그래. 만에 하나 그 주문이 성공적으로 시전된적이 없다고 쳐. 그럼 넌 이론 만으로만 전해지던 주문을 실제로 시전한거나 마찬가지야! 이런 업적은 스승님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 할 것 아냐! 이 갑갑아!"


공주님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발동 주문식이 언제나 주문 핵심 마력을 덮어버리는 탓에, 창조물 분야의 대가라는 스타스윌의 항수법을 대입해도-"


"아니, 이 주문을 쓰는데 다들 스타스윌식 항수법을 썼다구요?! 그러니 될 리가 있나!"


선셋 쉬머는 뿔의 마력으로 여러 가지 확률을 계산한 숫자 형상을 만들어 셀레스티아 공주님 앞에 내밀었습니다.


"이 주문의 발동 주문식은 발동 후에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게 되어있는데, 스타스윌식 항수법은 마력이 일직선으로 통할 때를 상정한 이론이잖아요! 그러면 미도우브룩 식 마법부여 공식을 사용했어야지, 뻔한 문제 아니에요?!"


"미도우브룩.. 미도우브룩은 보통 사물이나 자연물에 쓰이는 이론이지, 창조된 생명체에 대입되는 이론은 아니잖니?"


"물론 문서상으로야 그렇게 나와 있지만, 이론 혼합이라던가 응용을 해볼 생각을 해 본 포니가 이퀘스트리아에 한 필도 없었을 리가요. 정말 오랫동안 살면서 그 두 가지를 응용했단 예시를 한 번도 못 보신 거예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대꾸를 하려다가 문득 말이 막힌 듯 약간 머뭇거렸습니다.


"... 그러고보니 700년 전 변방의 마녀 하나가 하던 말이 생각나는구나. 자기가 창조한 *'거울 연못'과 그 효과에 관해 부단히도 설명해대던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네가 독립된 자아를 가지게 된 이유는 여전히 설명이 되지 않는걸."


*역주 : Too many pinkie pies 에피소드를 참조하세요.


"그것부턴 기숙사 샤워실을 몰래 들락거린 당신 잘못이죠."


선셋은 가슴팍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습니다.


"보통 암말의 잔류 마력을 썼다면 용량이 부족해 그 결과물도 아주 한정된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선버스트가 날 구축할 때 쓴 게 하필 몇 천 년 이상을 산 강력한 마력을 가진 알리콘의 갈기털 이였던 탓에 주문이 증폭되어서, 원래는 시전자의 명령 수행 정도만 겨우 할 창조물의 지능이 시전자 본체의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른 데다가, 심지어 나를 구축했던 핵심 마력이 닮아지기는커녕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고요! 보통 유니콘의 신진대사처럼요! 이래서 내가 자아 정체성에 위기를 겪고 있는 거에요! 누구 씨 덕분에 주문의 위력이 기댓값 이상을 한참 초과하지만 않았어도 이럴 일은 절대, 절대, 절대 없었다고요!"


선버스트는 그 자리에 바짝 쪼그라든 채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거 참... 유익한 설명이었어.. 음..."


"네가 추가 설명을 할 수 있는데도 묘하게 조용하더구나." 선버스트를 보며 셀레스티아는 질문을 던졌죠.


"무서웠거든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아니 네가 왜 무서워해? 흑마법으로 태어난 존재라고 의심받아보지도 않은 주제에! 정화 명목으로 잿더미가 될까봐 내가 얼마나 살이 떨렸는지 알아?"


선셋은 인상을 팍 쓰며 따졌습니다.


"실은, 너를 어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일주일간 연금해두고 네가 흑마법의 영향으로 엇나가지는 않을지 동향을 살펴볼 생각이었다만.. 진정한 네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 요법도 포함해서 말이다. 어흠.. 포니를 잿더미로 만들다니.. 당치도 않은 말이지."


"돌덩이로 만드는 건 괜찮고요? 그럼?"


"... 포니에게 그런 적은 없잖니."


"왜 자꾸 셀레스티아 스승님에게 시비를 거는 거야? 이 정도면 됐잖아!" 


"나도 몰라! 겁도 나고, 어쩐지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분했던 데다가, 스승님이 암말 샤워실을 기웃거린다고 생각이 퍼뜩 든 순간 정신이 대략 멍해져서... 혹시 암말 취향이신거야?"


순간 아차 싶었는지, 선셋은 셀레스티아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니, 그게 잘못이란 말은 아닌데요.. 그래도 소름끼치잖아요! 학생들이랑 나이 차가 얼만데 왜 거길 출입하시는지-"


"사실 거기엔 변장을 하고 들어갔단다. '공주'라는 직함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포니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지."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건조한 어조로 해명했습니다.


"대체 왜요? 부족한 거 하나 없는 분이 뭐가 아쉬워서!"


"대신, 오로지 공주란 지위로밖에 포니를 평가할 줄 모르는 이기적이고 아둔한 자들 사이에 둘러싸여있기도 하잖니."


선셋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선버스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너도 공주겠네? 축하한다 야."


"그래 그래..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선버스트는 말을 이었습니다.


"흑마법 안 쓴 것도 증명이 되고 했으니까.. 그럼 저 감옥에 안 가도 되는거죠?"


"대신 네가 설계한 주문식을 내가 확실히 분석하기 전까지 가택 근신 처분을 내릴 테니 그리 알아두어라. 네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져야 하지 않겠니? 그나저나 이 아이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이름은 정해두었고?"


"...선셋 쉬머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선셋 쉬머 양이 이 땅에 태어난 책임은 너한테도 일부분 있으니 말이다."


"그... 그게 맞겠죠.. 네.."


"앞으로 전 어쩌죠? 뭘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데요?" 선셋이 물었습니다.


"일단은.. 나도 잘 모르겠구나. 생각을 해봐야겠군. 허나.."


공주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네가 진정 무방향성 독립 복제형 개체 생성 주문의 산물이라면, 선버스트의 기억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겠구나. 그렇지?"


"일정 부분이라뇨? 전부 다죠."


"너를 내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겠군.."


공주님은 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말을 계속했습니다.


"슬슬 갈라 회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필시 다른 포니들이 선셋에 관하여 궁금해 할 테니, 내 나중에 따로 너희 둘을 상석에 불러 선셋으로 하여금 무슨 동기로 선버스트를 만났는지 이야기를 시키도록 하겠다."


선버스트는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저-그-그래도 될런지 모르겠는데-"


"괜찮네요 그거." 머뭇거리는 선버스트를 대신해 선셋이 대답하고 나섰죠.


"그-그-그-그-그치만 쟤랑 나는.. 그게..."


"아까 내가 둘러댄 것보다 더 좋은 변명거리 꾸며낼 자신 있어?"


반박을 하려다가 말이 막힌 선버스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못 할 것 같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자, 이제 일단락되었으니 먼저 실례하마. 내가 자리를 비웠다고 귀족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을게 뻔하니.."


그렇게 둘만 남겨두고, 공주님은 갈라 회장으로 돌아갔지요.


"..이렇게 됐네."


"응.."


"...설마 나까지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실 줄이야."


"근데 너.. 이미 스승님 제자나 다름없는 입장 아니었냐?"


"아마도? 아니면 예전 이야기일지도.. 나도 원래는 너였으니까.. 아.. 햇갈리네 이거.."


"그러게."


선셋은 잠시 말 없이 자신의 발굽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스승님의 가장 뛰어난 제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뭐?"


"아무리 내가 복제품에 불과하더라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수만 있다면.."


"아.. 그럼... 어..."


선버스트는 안경을 바르게 고쳐 쓰고 말을 이었습니다.


"나쁠 건 없겠네. 내가 평소 할 만한 짓은 절대로 아니긴 하지만-"


"!!.. 그럼 해 보겠어... 해내고 말 거야!"


"아... 잘 해봐 그럼.."


그렇게 둘은 자리에 앉아 무도회장의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 우리 지금 데이트하고 있는 건가?"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선셋이었지요.


"비슷하겠지. 뭐.. 애초에 데이트 하는 시늉 한번 내려다가 이 소란이 났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흠! 흠!"


"뭔데?"


"내가 만약 자아가 없었다면... 지금쯤 우린.. 알지?"


"뭘 알아?"


"...지금쯤 키스라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 그... 그랬을까?"


"해보자 그럼."


"뭣?!"


"키스.. 해보자고... 딱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어렵게 생각하지 마... 난 암말 버전의 너나 다름없으니까."


"어...음... 아... 알았어... 해보자.."


몇초간, 둘은 어색한 시선으로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이윽고, 둘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점점 숙였죠.


마침내, 둘의 입술이 맞닿았습니다. 그렇게 4초 정도 흘렀으려나요..




서서히, 둘은 입맞춤을 풀고 상대방을 바라보았습니다.







"...윽... 역시 존나 이상하네 이거." 선셋이 말했습니다.


"동감이다.. 다시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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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폰드! 완.


다음작 선쉽드!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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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선스폰드! - 중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전편 링크 : 선스폰드! -상



선버스트 왈 : "좋아. 이..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간에, 침착하게만 행동해."









"침착? 여기에서 더 뭘 침착하라고?"


"그럼 자꾸 움찔거리지나 말던가!"


"뭔 소리야?"


"자꾸 턱 문지르면서 주변 흘깃거리는 건 어떻게 설명할건데!"


"아니, 이건 그냥... 좀 이상해서 그래."


복제된 암말의 귀가 축 쳐졌습니다.

 

"턱에 달려있던 *'스파이시'가 없으니 좀 허전해서.. 그리고 내 뒤에 달린--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말고! 엉덩잇살 있잖아! 엉덩이! ...어쨌든 원래 몸이랑 달라서 걷는 것도 어색하고.. 그리고 다른 포니들이 날 쳐다보는 게 어색해서 또 죽을 것 같고.."


(*역주 : 스파이시는 선버스트가 자기 턱수염에 붙인 이름입니다. 전작 '선스플릿!' 을 참고하세요.)


그 암말은 뿔로 마당 쪽을 힐끗 가리키며 말을 이었죠.


"전에 젯 셋은 날 그냥 개무시했었는데.. 근데 지금 저거 봐. 저거! 나 보고 바보같이 웃고 있는 거!"


"...그야.. 넌 예쁘니까."


"미안한데요. 원래 죽어라 공부만 파는 범생이 수말에게 갑자기 만마의 관심이 쏠리니까 어색해 죽겠거든요? 지금? 그리고... 부탁인데... 나 예쁘다고 하지 좀 말아줄래?"


"그럼 뭐라고 해야 되는데?"


"뭐라고 하든 좋으니까, 제발 내 외모에 관해선 입도 뻥긋하지 마!"


"보통 이게 수말들이 암말들에게 말 걸때 하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내면은 수말이란 사실은 기억의 저편에다 팔아먹었냐?! 아.. 잠깐.."


갑자기 암말의 두 눈이 똥그래졌죠. "..암말에게 말 붙일 때 안 어색해지는 비법 지금 막 찾아낸 것 같아."


"진짜?"


"결국엔, 암말도 포니란 이야기잖아.."


"그래서?"


"그냥.. 수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대화를 시도하면 될 지도.."


이건 뭐... 선버스트는 두 눈을 끔뻑였습니다.


"우리 전에 해 봤잖아.. 효과도 없었고.."


"아 맞다.. 그랬지.."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처음으로 말을 꺼낸 건 분신 쪽이었죠.


"그 때 그 암말 있잖아. 미친 거 아니야, 걔? 어떻게 새들 레이저를 좋아할 수 있지?"


"그러게.. 파워 포니에선 래디언스가 짱인 것을."


"...사실 나.. 래디언스빠에서 매터-혼 빠로 갈아탈 생각인데.."


경악. 선버스트가 그 말을 듣자마자 느꼈던 감정이었습니다.


"잠깐. 뭣?!"


"아주 다른 성향의 캐릭터도 아니잖아. 둘 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능력에-"


"야.. 내 말은 그러니까--"


선버스트는 분신을 가리키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까지 그대로 복제되었다면서! 게다가 3시간 전만해도 넌 나인 거나 마찬가지였고! 내가 하는 말이면 다 공감해 줄 줄 알았는데, 이건 무슨-"


"뭐, 정확힌 '너'였었지.. 근데 지금은 원래 나랑 다른 모습에, 암말용 갈라 드레스를 입고 있는 꼬라지에, 졸지에 다른 포니들의 시선을 받고 있어서 모든 게 다 이상한 기분이라.. 그리고.. 너랑 다른 포니가 될 수 있나 한번 시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난... 좀 더 나 자신이 되고 싶으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선버스트는 안경을 고쳐 썼습니다. "글쎄, 이해할 수 있을지-"


"나는 과연 선버스트의 암말 버전일 뿐일까? 아니면.. 그걸 넘어선 또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아 잠깐 잠깐, 물론 네가 최악이라는 말은 아냐! 하지만... 단순한 너의 복제품이 아닌... 완전히 독립적인 또 하나의 포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네 말은 잘 알겠-"


무언가가 느껴진 듯 선버스트는 흠칫 옆을 곁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낮은 신음소리를 흘렸죠. "이런.."


"뭐야? 뭔- 어어이구. 이런.. 왜 하필 재냐.."


둘의 곁으로 다가오는 암말을 보자마자 선버스트의 분신의 귀는 뒤로 접혔습니다.


"피하지 말자... 자 빨리..! 웃어..!" 선버스트는 소리를 죽여 분신을 재촉했습니다.


"뭐?! 왜?"


"일단 내 농담에 웃은 것처럼 반응 좀 해달라고..! 일단 그러고 나서 대책을-"


"어머, 어머! 선버스트. 정말 포니 놀라게 하는 데엔 재주가 있구나?"


아까 곁으로 다가온 그 노란색 유니콘은 마력으로 들고 온 잔을 까딱거리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제자가 된 것만 해도 놀라운데, 설마 갈라에 정체불명의 암말을 데리고 떡 하니 나타날 줄이야.."


"그..그냥 운이 좋은 거지 뭐."


"아유! 겸손을 떨긴.. 것 봐. 내가 그랬지? 너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포니라고." 


애매하게 시비를 거는 노란 유니콘의 눈살이 파르르르 떨렸습니다.


"잠깐, 네가 언제 그런 말을 했-"


"아참! 내 정신좀 봐!"


노란색 유니콘은 선버스트의 분신에게 한 쪽 앞발굽을 내밀었습니다. 


"어퍼 크러스트라고 해요. 자랑스러운 베이커 가문의 4대 장녀랍니다. 당신은 누구시지요?"


"선...셋. 선셋 쉬머에요."


자신을 어퍼 크러스트라고 소개한 그 암말은 선셋이 얼떨떨하게 내민 발굽을 살짝 잡고 흔들었습니다. 입가에 머문 미소를 약간 거두며 어퍼 크러스트는 말을 계속했죠.


"그렇군요. 캔틀롯에서는 못 뵈었던 분인 것 같은데.."


"..이것저것 연구하러 다닐 일이 많아서요."


선버스트의 분신은 갈기를 한번 쓰윽 뒤로 넘겼습니다.


"어디 가서 고대 룬도 연구해보고, 또 어디 가서 마법 징표학도 연구하고.. 연구하는 항목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록하기가 힘이 들긴 하지만, 소중한 마법적 지식들을 기록하고 갱신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문서 편집가신가요?"


다시 어퍼 크러스트의 얼굴에 회색이 돌았습니다. 명백히 앞에 있는 암말을 깔보는 미소였죠.


"어쩜, 둘이 아는 사이인 것도 무리는 아니겠군요!"


"...뭐라구요?" 선셋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꽤 중요하긴 하죠. 누군가가 정리해둔 거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무식한 포니들에 한해서 말이지만요.."


어퍼 크러스트는 잔에 든 음료수를 홀짝 마시며 시건방진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어쩌다가 선버스트 같은.. 뭐랄까.. 똑똑한? 하! 죄송해요. 제가 말하고도 좀 웃겨서.. 아무튼 그런 학생과 엮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봉사정신이 엄청 투철하신가 봐요? 아니면 요사이 일이 안 들어와서 급전이 좀 필요하셨나?"


"..봉사라고 할 것까진 없는데요? 선버스트는 여기 모인 포니들 중에 그나마 괜찮은 포니들 중 하난데? 그리고 뭐라고요? 급전? 생각하는 꼬락서니하곤.."


어퍼 크러스트는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진심으로 하신 말은 아니겠죠.."


"아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긴데요? 당신의 청순한 두뇌로 이해나 하고있을런지는 모르겠는데, 이 도시에 사는 포니들은 대체로 제 조상 후광을 뒤집어쓴 주제에 지가 잘난 줄 알고 설치는 부류나, 혹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걸로 만족하는 부류들뿐이거든요? 수많은 마법 이론을 접하며 연구하는 발전적인 욕구를 가진 대단한 포니는 내가 여기서 찾기로는 선버스트밖에 없어서 만나고 있는 거에요. 왜요?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어퍼 크러스트의 표정은 한 없이 구겨졌고, 그걸 본 선버스트는 안절부절 작은 목소리로 선셋을 말렸습니다.


"선셋..! 미쳤어? 뭐 하는 거야...!"


"기왕 실례한 김에 쭉~ 실례좀 하겠습니다. 뭐 내가 댁을 성급하게 평가를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요, 당신의 선대조분 중에 핫케익이라는 분이 계셨죠? 내 기억대로라면 그분께선 밴후버에 *누켈라비 사태가 터졌을 때 그 곳의 기근을 해결한 대가로 귀족 작위를 받으셨던 걸로 알거든요? 이야~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셨죠. 당신이 그 관대하신 분의 발자취를 반분이라도 따라가면 좋겠군요. 엉뚱한 포니들에게 사사건건 시비나 걸고 있는걸 보니 갈 길이 한참 먼 것 같지만요."


(*누켈라비 : 농작물을 말라죽이고 가축에게 병을 옮겨 죽인다고 알려진, 말의 등 위에 인간의 상반신만이 달린 가상의 괴물.)


"!!....흥!"


어퍼 크러스트는 콧등을 높이 쳐들며 돌아서 버렸습니다.


"정말, 막돼먹은 분이군요, 쉬머 양. 못 배운 티가 나는 교양 없는 말을 그렇게 쉽사리 하시다니.." 


"차암~ 희한하네요? 사돈 남말하세요? 지금?"


"좋아! 됐다!"


선버스트는 얼굴 가득 억지웃음을 짓고 둘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유익한 대화였어! 선셋, 가서 음료수나 마시자! 뭐도 좀 먹고! 고오급 파티에 왔는데, 즐길 건 제대로 즐겨야지! 하하하!"


선버스트는 이제 어퍼 크러스트를 보며 숫제 으르렁대고 있는 선셋을 한 쪽 발굽으로 끌고 다른 데로 데리고 갔습니다. 주변에 듣는 포니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선버스트는 선셋을 돌아보았습니다. "무슨짓이야?! 방금!"


"평소에도 워낙 싸가지 없던 애라, 참교육 좀 시켜줄까 해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걘 엄연히 대귀족 자재분 이라고! 걔 신경 건드려봤자 나한테 귀찮은 일밖에 더 생겨? 너도 나였으면 알 거 아냐!"


선셋은 히죽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너만 알고, 나만 아는 사실이지. 걔는 모르잖아?"


"그..그건 그런데-"


"있잖아? 나, 점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적응...? 뭘?"


"'선셋 쉬머.'로 사는 거!"


선셋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완전 새 삶을 찾았어! 내 히키 찐따 범생이 평판 때문에 누가 날 깔볼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싸가지 없고 콧대만 높은 주제에 날 이용해 먹으려고 한 귀족 자제 병신 여러분들의 발굽 아래에서 벗어나 직설을 날려줄수도 있고, 공주의 제자라는 굴레에 얽매여 등신같이 높은 기대 수치를 충족시킬 필요도 없어졌어. 자유의 몸이 된 거라고!"


"너.. 괜찮냐? 지금? 정신적인 쪽으로...?"


대답 대신 선셋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웃음소리는 점점 단계적으로 커지더니, 아예 대놓고 깔깔깔 웃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죠.


"...으윽.. 이거 확실히 실성한 포니나 낼 웃음소린데.."


"자유다! 자유다-아! 내 좆! 턱수염! 내 정체성까지 모든 걸 잃고 얻은 자유다-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으니, 뭐든 될수있는거다-아! "


선셋의 웃음소리는 곧 코 먹은 흐느낌으로 바뀌었죠.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저.. 내 외로움의 뒤틀린 단면이 실체화된 존재잖아! 나는 나를 그 또래에 맞는 평범한 수말처럼 보이게 하려고 생성되었지만.. 정작 탄생한 건.. 정상이 아닌 또 다른 나였을 뿐..."


갑작스레 선셋은 철판도 뚫을 예리한 시선으로 선버스트를 쏘아보기 시작했고, 선버스트는 몸을 잔뜩 움츠렸습니다.


"처..철학은 내 전공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나와 너, 너와 나, 그 개념이 뭐지? 갈라진 이유가 뭐야?"


선셋은 선버스트의 가슴에 앞발굽을 올려놓았습니다.


"세 시간 전만 해도 우린 한 몸이었어... 이제.. 난 누구지? 내 삶의 목적은 뭘까? 넌 이제... 내게 무슨 의미가 되는 존재지?"


"일단.."


선버스트는 가슴에 올라간 선셋의 앞발굽을 천천히 내려놓았습니다.


"진정하고.. 혹시 누가 보기 전에 갈라에서 나간 뒤 나중에 서로 차근차근히 생각해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셋은 대답했습니다.


"그게 아마도.. 좋은 생각 같다.."


하지만, 선셋의 시선은 선버스트가 아닌 그 뒤의 누군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셀레스티아 스승님이 바로 네 뒤에서 우릴 뚫어져라 지켜보고 계시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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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선스폰드! - 상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22325/sunspawned




작가 코멘트 :


선스플릿!  의 후속작 겸 프리퀄입니다. 내용을 100프로 즐기시려면 전편부터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선버스트 왈 "아우.. 머리야.. 얼마나 뻗어있었... 잠깐.. 당신 누구야?"





"셀레스티아 스승님 세상에! 당장 돌려놔!"




"돌려놔..? 뭘..?"


선버스트는 여전히 울리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뭐..뭐요? 당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주문 말이야, 주문! 무방향성 독립 복제형 개체 생성 주문! 이게 완전 잘못 시전 됐다고!"


선버스트는 아까만 해도 방에 없던 낮선 암말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암말은 안절부절 자기 몸을 더듬고 있었죠.


"잠깐만..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말해두는데, 시전 과정에서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고! 잘못이 있다면 어.. 그냥 이론만 있는 마법을 시전한 것뿐이지만.."


순간 뜨악한 표정으로 암말은 선버스트를 쳐다보았죠.


"아냐.. 아냐, 아냐, 아냐! 네가 기억할리가 없어! 기억하는 건 나야! 내가 직접 내 뿔로 주문 시전한 거 똑똑히 기억한다고!"


"웃기셔 정말.. 그럼 주문 시전 반동으로 생긴 두통도 댁이 가져가지 그러.."


선버스트는 말을 멈추고 안경을 고쳐 썼습니다. 그냥 정신 나간 암말의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걸리는 부분이 있었죠. 


"!...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기억할리가 없다니?"


"애초에 네가 시전 과정을 기억할리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지! 책에 적혀진 이론에 따르면, 이 주문은 시전시 쓴 매개체의 원래 주인의 마력 잠재력에 따라 복제품의 질이 결정되는데, 물론 내 마력이 그렇게 강력할리는 없으니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물은 기억능력이나 자각능력없이 내 지시만 겨우 따를 수 있는 내 복제--"


"워, 워, 잠깐! 너 대체 누구야?"


"?... 선버스트."


듣고 있던 선버스트의 턱이 떡 하고 벌어졌습니다.


"그럴 리가! 내가 선버스트인데?!"


"아냐! 불가능해! 복제는 너지! 원래는 네가 암말로 창조됐어야 하는 건데, 무언가가 잘못돼서 내가 암말이 돼버린 거라고!"


"그러니까, 네가 복제일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나도 주문 시전한 거 똑똑히 기억--"


둘은 한동안 휘둥그레 눈을 뜨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너한테 자각 능력이 생겼을 리가 없는데.."


"봐..봤지?! 그러니까 난 복제 따위가 아니-"


"주문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어!"


선버스트는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습니다.


"노트! 일단 내 노트를 봐야-"


"내 노트야! 내 노트겠지! 이 복제품 자식아!"


암말이 억울하게 따지는 외침에 선버스트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좋아.. 일단, 우리 둘 다 선버스트라고 생각하자고. 뭐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우리 둘 다 이 노트의 주인인거다? 알았지?"


"...그래... 아휴.. 일단 그렇다고 해 두자.."


선버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적어둔 주문식을 보았습니다.


"흠.. 각종 매개체에, 주문에 시전 외의 변수가 생길 위험성은 확실히 최소한으로 낮췄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포니의 갈기털 한 올... 이건 암말들 목욕탕에서 가지고 온 거지.."


"그래, 그래, 낮 팔린 기억이었지. 근데 그게 내가 갑자기 암말로 변한 이유는 아닌 것 같은... 맞다! 혹시 걔네들 중 한필이  몰래 엿보는 수말을 응징하기 위해 암말로 변하는 저주를 걸어둔 거 아닐까?"


"..혹은 그것보다 더 단순한 이유일수도 있지."


선버스트는 중얼중얼 이론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봐. 우린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닌, 그... 다른 성별의 복제를 만들기 위해 주문식에 약간 변형을 줬었잖아. 우리가 수집한 갈기의 주인의 갈기에 남은 잔여 마력을 이용해서 최종 결과물의 모습이 변형되도록.."


눈앞의 암말을 가리키며 선버스트는 설명을 계속했지요.


"그리고 봐봐. 넌 암말이잖아. 게다가 나처럼 얼굴에 흰색 반점도 없고, 갈기도 나보다 더 긴데다가 노란 줄무늬까지 생겼고... 왜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주운 이름 모를 암말의 갈기에 잔여 마력의 양이 엄청났던 탓에, 우리도 예상 못한 주문의 증폭이 일어나 너한테 나의 기억과 지적 능력까지 완전히 복사된 것 같은데.."


"말이 돼는 소릴 해라 좀! 고작 갈기 한 올에 잔여마력이 그 정도로 많이 담길만한 포니는 셀레스티아 스승님뿐인데, 그분이 뭐가 아쉬워서 암말 전용 기숙사 샤워실에 들락거리시겠어?!"


"..일단...음..."


머뭇머뭇 선버스트는 암말의 둔부 부분을 가리켰습니다.


"...네 큐티 마크부터 보는 게..."


"아니 내 큐티마크가 뭐가 어때서으아아악! 세상에! 이거 뭐야?!"


라고 외치며 그 암말은 자기 꼬리를 쫒는 개마냥 자기 엉덩이를 따라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내-내-내-내-내 큐티마크가 아니잖아! 내 큐티마크는 음양무늬처럼 생긴 태양 따위가 아니었다고! 큐티마크가 바뀔 리가 없는데! 호...혹시 우리도 알지 못한 어떤 마법의 작용이 있었을지도!"


"내 마크와 갈기털의 원래 주인의 마크가 합성되어서 그럴 수도 있어.. 애초에 주문식을 변형할 때 복제에 그런 식으로 변형이 가도록 조작했으니까.."


광란의 제자리멤멤을 멈추고, 창조된 분신은 핏기 없는 얼굴로 선버스트를 쳐다보았습니다.


"이럴 수가..."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분신은 힘없이 말했습니다.


"내가.. 내가 복제물이었다니.."


"그...렇긴 하지만.. 예쁘게라도 나왔으니 다행.."


선버스트가 위로랍시고 하는 말에 암말은 도끼눈을 켜고 선버스트를 쏘아보았습니다.


"...미안.. 진심 바보 같은 말이었어."


선버스트의 귀가 축 내려갔습니다.


"와, 나 진짜 암말이랑 대화 못한다.. 원래 나였던 암말과도 이정도니 참.."


"그러게나. 말이다.."


그 암말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습니다.


"이제 나.. 뭘 어떡해야 되는 걸까.. 내 기억- 아니, 네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 보니, 여전히 내가 수말인 것만 같고.. 아, 물론 내가 암말 신세라는 건 알긴 알지만.. 아니.. 애초에 난 없었던 포니가 뚝 생긴 거나 마찬가지인 존재잖아.. 내가 알던 모든 게 다.. 부서지는 느낌인데.. 도무지 이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선버스트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최소한 네가 어떻게 태어난 지 알았으니..."


그리고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후..


"...이름은 뭐로 할래?"


"..뭐?"


"이름말이야. 이름."


선버스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미 우리끼리 하나 지어두긴 했지만, 내 생각엔-"


"됐어."


복제물은 선버스트의 말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이름은 내가 알아서 정할 테니 신경 꺼. 만약 이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면.. 민티 프레쉬라는 대충 지은 티가 풀풀 나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고 싶진 않아.."


"지도 처음엔 좋아해놓고는.." 


선버스트는 농담하듯 딴죽을 걸었지요.


"어디 무도회장에서 한번 만나다 말 상대로는 어떨지는 몰라도- 헉! 맞다!"


복제물의 숨이 일순간 멎었습니다.


"갈라 무도회! 3시간 후에 시작하는데!"


"저.. 잠깐만! 갈라에 가겠다고? 진짜?"


"봐봐.. 난 갈라에 너랑 같이 가기 위해 창조된 몸이니까.. 이-일단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냐!"


갈기를 한번 가볍게 털며 복제물은 말을 이었습니다.


"으.. 존나 어색해 죽겠네.. 너, 착각하지 마. 결국 따지고 보면 이건 또 다른 너와 데이트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무..물론 성별은 다르고 생김새도 차이가 나는 또 다른 너긴 하지만.. 어..어쨌든 갈라 한 번 가는데 공을 들인게 얼만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드레스.. 주문한 드레스를 어디에 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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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말씀드린것처럼 틈틈히 하나 끝냈습니다.




아참.





선셋 리셋도 꾸준히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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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선스플릿!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322018/sunsplit



작가 코멘트 : 


트와일라잇 왈 "선버스트. 당신도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제자였다면서요? 그럼 선셋 쉬머에 대해서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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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절대 그럴 리가요!"


선버스트의 너무나도 격렬한 거부반응에 트와일라잇 공주님은 멍하게 두 눈을 깜박였습니다.


"아..저..죄송해요. 전 그저-"


"대체 어디서 그런 포니 이름을 들으신 거예요?"


선버스트는 트와일라잇에게 앞발굽 짓을 하며 따졌습니다.... 감히 공주님에게 싸가지 없는 짓거리를 했다는 자각이 퍼뜩 들기 전까지는요.


"그...그러니까.. 아깐 갑자기 순간적으로 학구열에 불타서 언성을 좀 높였습니다! 하하.. 그.. 아시잖아요. 모름지기 학문을 연구하는 포니들은 호기심이 진짜 왕성하다는 거-"


"아뇨, 아뇨. 다 이해해요. 저도 마생을 반평생 도서관에서만 보낸 도서관 죽순이라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샌 갑자기 바뀐 삶에 적응하는 중이지만요." 트와일라잇 공주님은 날개를 살짝 파닥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저도 저같이 약한 유니콘이 덜컥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제자가 될지는 몰랐었죠.. 물론 그 분은 강력한 힘보다는 지식과 진리를 더 추구하시는 분이지만 말이에요. 그 때 일어난 일들을 보면 그게 맞는 말... 어흠! 어흠! 하긴, 트와일라잇 공주님은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시겠죠. 선셋이 그 때 어땠는지-"


"직접 만나보기까지 한걸요?"


"!! 뭐라구요?!"


"네! 처음 만났을 때 선셋은 조화의 원소를 훔쳐 달아나 희한한 발굽들을 단 이상한 생명체들이 사는 세계로 도망갔어요. 결국 선셋을 막긴 했지만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 같기에, 그 세계의 토착생물들에게 선셋을 부탁하고 돌아왔죠. 그 후 우여곡절을 겪고 친구가 됐구요."


트와일라잇 공주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타라이트때랑 비슷하네요. 물론 스타라이트는 이퀘스트리아에 아직 남아있지만.."


선버스트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안경이 선버트스의 콧등 쪽으로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곧 다시 고쳐 쓰긴 했지만서도요.


"저기..저... 선셋 쉬머를 직접 만나셨군요."


"네! 소개시켜 드릴까ㅇ-"


"싫습니다! ....아.. 저... 제 말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이 말입니다. 허허..."


선버스트는 안절부절 좌우를 살피며 말했습니다.


"고작 저 같은 포니를 위해 무려 다른 차원으로 간 제가 '진짜 평생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학생을 소개하는 수고를 공주님이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전 그렇게 대단한 포니도 아닌데.."


"별로 번거로운 일 아니니까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라고 대답하며 트와일라잇은 등자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챙겨왔는데... 아, 찾았다! 이 책으로 선셋과 연락을 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글씨만 쓰면 돼요."


"그...렇습니까?"


선버스트는 헛기침을 한 번 했습니다.


"설마... 선셋에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진작 하셨다거나 그런 건 아니신지..."


"아직은 안 했죠. 선버스트 씨의 이름을 들은 건 고작 몇 주 전인걸요. 게다가 스타라이트 일을 돕다 보니까 다른 곳엔 신경 쓸 틈도 없었구요. 하지만 선버스트 씨가 선셋이랑 비슷한 시기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제-"


"아! 그땐 말이죠! 셀레스티아 공주님 제자가 진~~~짜 발굽에 차일만큼 흔한 시기여서요. 하하하하! 게다가 선셋 쉬머가 저 따윌 신경 쓸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 길가에 널릴 대로 널린 흔한 조랑말인걸요. 굳이 선셋에게 제가 있다고 알려주실 필요는-"


"너무 자기 자신을 낮잡아보고 계시는 거 아니에요? 선버스트 씨는 지금 플러리의 크리스탈러인데다가, 크리스탈 심장을 복구하시기도 하셨잖아요! 선셋도 동문인 선버스트 씨가 그랬다는 걸 알면 아주 자랑스러워 할 걸요?"


"자랑스러워한다고요!? 그 선셋 쉬머가!? 질투나 안 하면 다행이지! 제발 부탁인데, 굳이 부담스럽게 그러실 필요까진-"


"잠깐만요. 저기 있잖아요.. 선셋이 과거엔 분명 그런 구석이 있었긴 했지만 이젠 많이 달라졌거든요? 제가 보증할게요. 그러니까 걱정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


"스타라이트와도 처음엔 어려울 것 같았지만, 곧 쉽게 다시 친해졌잖아요?"


우정의 공주님은 태양 문양이 그려진 일지와 깃펜 하나를 꺼냈습니다.


"선셋과도 그만큼 쉬울-"


"에엣-취!"


갑자기 마력으로 부유시키고 있던 깃털 펜이 화르륵 한 줌 재로 변해버리는 바람에 공주님은 깜짝 놀라 숨을 멈췄죠.


"죄송해요. 갑자기 재채기가 나오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화염 마법을 발사해버렸네요. 아, 이거 다행입니다. 혹시나 저 책에 잘못 맞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허허.."


"그건 걱정 마세요. 이미 파괴 불가 마법 부여를 해놓았거든요. 전에 티렉이 내 도서관을 파괴하고 난 뒤로는 귀중한 책엔 전부 다 공을 들여 마법 부여를 해 놓았죠.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서 여분의 깃펜들도 이렇게 가지고 다니구요."


형형색색의 깃펜이 끊임없이 트와일라잇의 등자 가방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며 선버스트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그렇습니까? 그럼-"


순간 선버스트의 뿔에 빛이 돌더니, 마력 광선들을 맹렬히 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취! 에취! 죄송.. 에.. 에취! 가..감기가.. 에취! 추워서.. 에취! 에취! 눈보라 때문에! 에취! 에취! 에취!"


그 많은 깃펜들이 다 잿더미가 되자, 선버스트는 짐짓 놀란 듯 말했죠.


"어이쿠 이런.. 다 타버렸군요.. 죄송합니다! 공주님. 나중에 꼭 제 돈으로 배상하도록-"


"어차피 잘 됐네요. 이걸 한번 써보고 싶던 참이었는데."


라고 말하며 트와일라잇은 작은 막대기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건 볼펜이라고 하는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물건이에요. 깃펜과 용도는 같지만, 플라스틱이라는 재질로 되어있죠."


"후라..스틱이요?"


"플.라.스.틱. 참고로 말해두는데, 내연성인 물질이라서 불이 쉽게 붙지는 않을 거예요."


저런, 더 이상 무슨 수를 쓸 수가 없네요. 선버스트는 겁에 질린 눈으로 트와일라잇이 책에 글귀를 써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선셋. 오늘은 진짜 대단한 하루였어! 나 이제 한 알리콘 망아지의 어엿한 이모가 됐다? 그거 말고도 크리스탈링 중에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전부 스타라이트의 소꿉친구 선버스트 씨의 활약 덕분에 해결됐어. 그런데 알고 보니 선버스트씨도 네가 공주님의 수제자였던 시절,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제자였지 뭐야? 혹시 너도 선버스트 씨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여기 같이 있으니까 소개시켜 줄 수도 있는데.


글을 쓰는 걸 마친 트와일라잇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습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주말이니까 금방 답신이 올 듯-"


부르르릉!


"어머! 진짜 빠르네, 그럼 뭐라고 썼는지 볼까.."


-선버스트라고?! 진짜? 걘 요새 어떻게 지내?


트와일라잇은 뭔가 심상찮단 눈초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버스트를 한번 힐끗 쳐다본 뒤에 필담을 계속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 아는 사이였어?


-아는 사이냐고? 그 정도 수준일리가! 나도 한때는 선버스트였거든.




"뭐시라?!"


"자! 됐습니다.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이제 그만하고 다른-"


만류하는 선버스트의 발굽을 염동력으로 치워내며 트와일라잇은 급하게 글씨를 갈겨쓰기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선버스트였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유니콘 학교 다닐 때 이야긴데, 선버스트는 스승님의 제자라는 백그라운드가 있어도 별로 인기 있는 축은 못 됐단 말이지. 워낙 인기가 없어서 그랜드 갤로핑 갈라 때 같이 갈 상대가 없었던 나머지, 마법을 사용해서 본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예쁜 성별 반전 클론을 만들어서 대신 데려가려고 했거든? 아 진짜.. 그 사실을 내 손으로 직접 쓰자니 어색해 죽겠구만..


"공주님. 지금 선셋이 뭐라고 썼든 그건 절대 중요한 사실이 아니-"


"좀 조용히 해 봐요.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갈라에 데리고 갈 상대가 없어서 직접 하나를 창조했다 이거에요?!"


선버스트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어..음.. 말하자면 그렇죠... 근데 어쩔 수 없었어요. 저 좋다하는 포니는 진짜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남들에게 나도 한다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좀 많이 어렸을 때라 어리석기도 했었고..."


다시 책에 진동이 와서 트와일라잇은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스승님 진짜 노발대발하셨지. 생명 하나를 함부로 덜컥 창조한다는 건 엄청 큰일이니까. 나도 나 나름대로 정신을 차려보니까 SF 반전 시나리오에서나 나올법한 존재가 되어버린지라 멘붕해서 눈에 뵈는 것도 없었고... 근데 그런 거 치곤 소동의 마무리는 꽤 깔끔하게 끝났던 것 같아. 그때 선버스트에게 못할 말 많이 했는데, 나대신 미안하다고 전해줄래? 난 이제 내 삶에 완전히 적응했으니까 괜찮다는 말도 해 주고. 아참, 옆에 있댔지? 일지 걔한테 좀 건내줘봐.


트와일라잇은 벌벌 떠는 선버스트에게 일지를 건넸습니다.


"이야기 하고 싶다는데요. 자요."


"진짜요?"


"네."


"그..그게... 하아.. 별로 좋은 생각같지는 않은데.. 음..."


선버스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트와이? 있어? 망할.. 스피커폰 기능이라도 있었으면..


"스피커..폰? 그런 수가 있었구나!"


활짝 웃으며 트와일라잇은 뿔에 마력을 집중했습니다.


"펜에 음성 변환 주문을 걸어놨어요. 이제 말만 하면 바로 전달될 거예요!"


"잠깐만요! 그럴 필요-"


-없는...데... 으윽.. 진작 해버리셨네..


-잠깐, 뭐?


-안녕 선셋! 볼펜에다가 음성 변환 주문을 걸어놨어! 이야기만 하면 펜이 알아서 문자를 보내줄거야.


-우와... 대단한걸! 난 생각도 못 했는데.


-네가 스피커폰이라는 말을 해서 나도 생각난 거니까 네가 한 거나 다름없지 뭐. 이제 선버스트와도 연략이 닿았으니까, 그 다음 이야기를 해줄래?


-아, 그 다음에? 셀레스티아 스승님은 날 다른 포니들과 똑같이 자유의지를 가진 포니로 대우해주시기로 했어. 그리고 난 단순히 선버스트의 복제가 아닌, 선셋 쉬머로써의 내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해서 학업으로 선버스트를 앞질러버렸고. 걔가 그래서 여태껏 기를 못 펴고 있었던 건가? 모르겠다. 아니면 날 보고 스타라이트가 생각이 나서 그럴 수도-


-맞다! 스타라이트 글리머! 아까 네가 말한 스타라이트가 나랑 선버스트가 좋아하던 그 스타라이트 맞아?



선버스트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얼굴을 붉히는 걸 보면 대답은 뻔했습니다.


-이런 세상에! 우와.. 진짜 뭐라 말해야 되나 이걸? 어렸을 때 걔 무진장 귀여웠었지.. 요샌 어때? 여전히 귀여워? 아님.. 나이를 먹어서 은근히 섹시해지기라도 한 거야?"


"셀레스티아 스승님 맙소사.." 다리에 힘이 불린 선버스트는 바닥에 그만 주저앉았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지? 야. 걔 꼭 잡아라. 트와일라잇이 스타라이트가 좀 미친 짓을 벌였다고 최근 말해주긴 했는데, 뭐, 우리 둘은 원래 한 몸이었으니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이상, 너도 괜찮다고 생각할 게 뻔하니 더 이상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안 할게. 이거 이거, '스파이시'보고 깜빡 넘어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스파이시는 여전히 잘 달려 있지?


"스파이시가 뭐죠?"


"...제 턱수염이요.."


"턱수염에 이름도 다 붙였어요?!"


"...네..."


"허.. 애플잭이 자기 다리에 이름 붙이는 것 보고 별나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별난 게 여기 있었네."


-다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타라이트 다리는 어때? 우리 어렸을 때처럼 아직도 날씬해?


"하... 죽고 싶다.. 그냥 혀 깨물고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하하, 알았어. 오빠. 장난 그만할게.


"오빠?"


-왜? '아빠'라고 불러줘?


"이익, 그러지 마. 전에 한번 키스까지 한 사인데.."


"아..이거.. 재밌다고 생각해야할지, 무섭다고 생각해야할지.." 트와일라잇이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그러네요.. 후우.. 저, 선셋. 넌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나쁜 일 좋은 일 다 겪고 살고 있지. 내가 거울 너머 세계로 도망간 후 몇 주간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근처 교육 기관에 입학해서 거기서 짱을 좀 먹다가, 정신 못 차리고 조화의 왕관을 훔쳐서 다시 도망갔다가 세게 한 대 맞고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었거든? 뭐, 그러다 미친 생선 비린내 나는 년들 손아귀에서 학교를 구하고, 학교 대항 운동회 하다가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또 학교를 구해서 이젠 날 보고 대뜸 인상부터 쓰는 사람은 없더라고. 그래서 요샌 나름 괜찮게 지내고 있어. 친구도 사귀고, 이것저것 할일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여기 진짜 새끈한 여자애들이 많단 말이지? 아직 진도 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혹시 알아?


"..안경 낀 포니 좋아하는 포니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세계에는 컨텍트 렌즈라는 신기한 물건이 있어서 말야. 그리고 여기 사는 종족들은 포니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해. 인간. 나 이제 친구 만나러 나가야하니까 나중에 또 연락하자. 아! 진심 충고하는데, 너 스타라이트 꼭 잡아라. 또 지지리 궁상떨면서 찌질대지만 말고!


트와일라잇은 일지를 닫으며 선버스트를 쳐다보았습니다.


"이거.. 흥미롭다고 해야 되려나요?"


"제발 다른 포니들에겐 말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합니다!"


선버스트는 트와일라잇의 앞다리를 부둥켜안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뭐든 할게요. 세금 정산도 대신 해드릴게요. 책도 정리해 드리고, 어.. 요리도 대신 해 드리고-- 어디에 절 가둬두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셔도 좋으니, 제발 이건 다른 포니들에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말 안할 테니까, 이러지 마세요! 좀!"


"오오! 감사합니다! 자비로우신 공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트와일라잇, 부탁한 일 다 끝냈... 어..."


이런, 어느새 방문 앞에 서 있는 스타라이트 글리머가 휘둥그래진 눈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게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선버스트가 네 발굽에 키스를.."


"하아....공주님..."


선버스트는 비장한 목소리로 공주님께 한 마디 간청을 올렸답니다.


"부디 절 죽여 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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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셋만 번역하자니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 같아 색다른 걸 번역했습니다.


왜 제목을 평소답지않게 원문 그대로 했냐면, 태양 어쩌구라고 번역을 하자니 워낙 번역한 팬픽중에 겹치는 제목들이 많아서...


이 팬픽도 나름 시리즈물입니다. 선셋과 선버스트가 나눠진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선스폰드!(http://www.fimfiction.net/story/322325/sunspawned) 그리고 그 선셋이 이퀘스트리아로 다시 건너와 스타라이트 글리머와 재회 아닌 재회를 하는 선쉽드!(http://www.fimfiction.net/story/333001/sunshipped)가 있죠.


각각 분량은 별로 안 되니까 여유가 날 때 마다 하나씩 작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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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뮤식의노예

최근 마이 리틀 포니 국내 방영으로 인해 인터넷 검색으로 이 곳에 찾아오시는 12세 미만 미성년자 여러분들과 부모님들에게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 곳에 게시된 번역된 만화 및 소설류들은 아직 자아 형성이 덜 된 미성년자들이 보기엔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이 허다하므로, 미성년자 여러분은 열람을 자제해 주시길 바라며, 해당 부모님들은 철저히 관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이렇게 써 봤자 모바일에서는 이거 못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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