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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4 | 이기자와 피콜로(1)

이기자와 피콜로(1)

Posted by 졸역쟁이 기뮤식의노예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나한테도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거의 모두가 쓰디쓴 눈물을 삼키고 사회와 2년여간 작별을 고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징병검사관이 멀쩡한 나를 불구자로 봐 줄 정도의 '쩐'이나, 육군 본부에서 방귀좀 뀐다는 팔뚝 굵은 아는 양반이 없었던 이상, 나한텐 1급 현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였으며, 속으론 도살장 끌려가는 개돼지마냥 싫다고 비명을 꽥꽥 질러대면서도, 겉으론 군대 뭐 별거 있겠냐는 둥, 사람되서 돌아오겠다는 둥. 의연한 척 하며 논산으로 떠났더랬다.

논산 훈련소에 입소하는 장병들은 대부분 일반소총 특기로 가는 게 아닌, 전경이라던가 화학병, 공병 같은 특기를 부여받게 되며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훈련소에서의 지옥같던 5주가 지난 후, 내가 배정받은 특기는 내 대학 전공인 법무병도 아니고, 인문학 전공이 흔하게들 배정받는다는 행정병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인문학과 관계된 점이 제 눈에 낀 들보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전차병 특기를 받게 되었다.

아마도 장병 적성조사때, 장롱에 돌반지 감춰놓듯 넣어둔 1조 보통면허를 기억의 저편에서 폐함선 인양하듯 끄집어 내어, 조사지에 적어낸 덕분이었겠지. 사실 내 대학 전공 그대로 가 봤자, 거짓말 좀 많이 보태서 무능죄로 헌병대에 끌려가기 딱 좋을 정도의 실력이였으므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훈련을 별 사고 없이 수료한 후, 나는 상무대로 또다시 5주간 후반기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훈련소에서 조교가 말해준 그대로, 후반기교육 시설은 이등병들의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선 훈육장교나 기수 높은 선배들을 제외하면 상하관계가 없는거나 마찬가지였고, 병들간의 잡담도 훈련소때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좋든 싫든 앞으로 몇주간 같은 생활관에서 얼굴을 보며 지내게 될 사람들이고 하니, 통성명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이야기에서 주로 다루게 될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한명은 속칭 피콜로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목관 악기 피콜로가 아닌, 80년대 소년 점프에 연재되었던 만화. '드래곤 볼'에서 등장하는 피콜로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다.


                                                                               피콜로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다지 닮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사실 그의 별명은 따로 있었다. 그의 두상은 예전에 흔히 놀이터 땅바닥이나, 연습장에 심심하면 '아침먹고 땡 저녁먹고 땡' 하고 노래를 부르며 그리던 해골바가지랑 비슷하게 생겼었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을 보는 것 마냥 기묘함을 불러일으켰다고나 할까, 해서 그의 별명은 외계인 혹은 ET였다.

그런데 어느 날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이 있어서, 전 후반기 교육생들이 판초우의를 입어야할 일이 생겼다.


판초우의 착용 예


그런데 나랑 같이 교육을 받던 동기가 내 옆을 툭툭 건드리면서 귓속말을 했다.

"야.. 저그 옷 싸맨 꼬라지가 딱 피콜로 닮지 않았나? 딱 그카지?"

실제로 그랬다. 그의 어깨가 좀 좁았는지, 판초우의가 너무 심하게 넉넉했는지는 몰라도, 어께부위가 너무 튀어나와 모습이 영락없이 피콜로(위의 사진을 보라)가 입고 다니던 옷이랑 닮았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물에 물감 탄 거 마냥 퍼지면서, 그의 별명은 외계인에서 피콜로로 진화(?)과정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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